강철로 된 무지개
이중세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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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78년, 분단된 채 살고 있었던 남과 북이 '연방 국가'가 되고, 남북 경계가 흐릿해진 세상이 온다. 북쪽의 공안과 남쪽의 경찰은 함께 협력하여 나라의 치안과 질서를 잡으려고 했고,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연방수사국'이었다. 공안과 경찰로 이루어진 이 조직은 남과 북, 양쪽에서 수사를 진행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었다.



 연방수사국의 형사 '이영훈'은 북쪽의 고급 정보원과 접촉하다 현장을 들켜 가까이에 지내던 사람들이 숙청을 당한 이후로 고독한 늑대처럼 겉돌고 있었다. 그런 그가 관심을 가진 사건은 바로 4건의 수상한 살인 사건이었다. AI의 판단율로 볼 때 자살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이 사건들에는, 시원하게 자살이라고 결론 내릴 수 없는 구석이 있었다. 불에 탄 시신으로 발견된 '조인철'은 화재 전에 이미 죽어있었다는 것이 확인되었고, 두 번째 피해자 '박윤석'은 발판도 없이 2미터 높이에서 목을 매단 채 발견되었다. 자신의 차에서 신장투석기를 매단 채 죽은 세 번째 피해자 '윤민희'의 사인은 약물이었다. 마지막으로 약하디약한 전류가 흐르는 철조망에 묶여서 발견된 '이기철'은 감전사로 판명 났다. 이 네 사람의 공통점은 바로 경찰 네트워크에서 정보를 찾을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네트워크에서 정보를 열람할 수 없도록 연방수사국 상층부에서 손을 써놨던 것이다.



 사건의 진상을 알아내기도 전에 새로운 살인사건이 일어났고, 이번 피해자 역시 네트워크 상에서 정보를 찾을 수 없는 인물이었다. 이영훈은 새로 부임한 자신의 파트너 '박세욱'과 함께 해당 사건의 담당자인 공안 '안은경'을 찾아가 수사 협조를 구한다. 과연 이들은 어떤 이유로, 누구에게 살해당한 것일까?







 한반도가 하나가 된 미래가 사건의 배경이라는 점이 정말 특이하고 인상적이었다. 걸핏하면 신경전을 벌이고 사이가 틀어지기 일쑤인 현재의 남과 북의 모습을 생각하면 아직 통일이라는 건 요원해 보이기도 하지만, 소설 속에서나마 '동지'가 된 두 나라의 모습에 설레기도 했다.



 그러나 갈라섰던 시간이 오래되었던 만큼 완전한 평화를 이루기에는 그만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강철로 된 무지개》에서는 아직 완벽하게 하나가 되지 못한 남과 북의 경찰들이 서로를 견제하고 무시하고 조롱하는 모습이 굉장히 현실적으로 그려진다. 서로가 가지고 있던 편견과 선입견들을 몇십 년이 지난 미래에서도 여전히 뿌리뽑지 못하고 있다는 게 안타까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공조하는 모습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강철로 된 무지개》는 철저한 조사와 연구를 거친 개연성이 돋보이는 소설이다. 현재의 북한에서 미래 북한의 모습까지 창의적인 상상으로 그려낸 점이 흥미로웠다. 정말로 통일이 되면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렇게 책 속의 배경이 매우 현실적이고 촘촘하게 구성되어 있어서 더욱 몰입할 수 있었고, 이야기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연쇄살인사건 피해자들의 공통점이 드러나며 진실에 한 발자국씩 다가갈수록 더욱 몰입도가 높아져서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었다. 또한 등장인물들 각자가 개인적인 과거나 사연을 가지고 있었기에 캐릭터들이 한층 생생하게 느껴졌다. 추리와 하드보일드를 적절하게 섞여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한국 장편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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