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한낮의 연애
김금희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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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콤한 사랑이야기를 기대했던 걸까, 책을 다 읽고 나서는 표지와 제목에 속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러나 그 또한 의도였으리. 어쩌면 참 잘 어울리지 않는가 라고 생각했으니. <너무 한낮의 연애>는 사랑이라고 읽고 사랑이라고 쓰고 그렇게 말하지만 참 그것이 내가 알고 있는 사랑과 같은 것인지 혼란스러운 사랑을 하는 연인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점점 설 곳을 잃어버리고 매일 맥도날드까지 도망칠 수 밖에 없는 남자는 우연처럼 운명처럼 그의 과거에서 하루 하루를 사랑했던 연인과 재회한다. 지금은 사랑하지만 내일은 어쩔 지 모르겠다며 오늘은 사랑한다 말했던 그녀. 그러나 다시 만난 그들 사이에는 어떤 만남도 대화도 없다. 그저 남자의 깨달음(혹은 위로?)뿐.

 

 표제작인 한낮 이외에도 다른 단편들도 인상적이었다. 읽기가 불편할 정도로 나의 무의식을 서글프게 했던 조중균씨의 이야기와, 자신의 구덩이를 파던 세실리아의 이야기, 밤마다 고모의 심부름을 하러 나가는 남편을 둔 여자 등. 모두 어딘가 비틀어지고 그래서 불편하고 그럼에도 마치 엿보고 싶은 마음처럼 눈을 뗄 수 없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작품 속 인물들은 모두 어딘가 무기력하고 어딘가 잘려있으며 그래서인지 참 쓸쓸하다. 아니, 씁쓸하다 해야 하는 걸까? 그리고 분명한 것은 그들의 이야기를 읽고 숨을 고르기엔 분명 밝은 한낮은 어울리지 않을 듯 하다.

 

작가의 의도를 잘 읽어낸 것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느끼는 쓸쓸함이 정확히 어디서 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단숨에 읽었다. 그리고 아직도 몇몇 장소와 장면들이 영화처럼 떠오른다. 지우고 지우고 나니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며 자조하는 필용이 어떤 것은 때로 아주 없음이 아니라 있지 않음의 상태가 되어 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에는 나도 모르게 밑줄을 그을 뻔 했다. ㅡ 아, 이런 감정들을 멋있게 설명하기란 참 어렵다. 리뷰쓰는 법부터 배워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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