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리 4부작 세트 - 전4권 나폴리 4부작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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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 4부작> 엘리나 페란테 / 김지우


나폴리 시리즈는 오랜 친구인 릴라가 집을 나갔다는 연락으로 받고 추억을 회상하는 60대의 레누의 시점에서 시작한다.

기억은 1950년으로 거슬러 간다. 둘의 만남은 초등학교 1학년 때였다. 릴라는 영리한데다 영악한 구석이 있고 감정을 태도로 드러내는 데 거침이 없는 성격이라 매력적이지만 감당하기 어려운 아이다. 둘은 친구가 되었고 레누는 릴라의 천재성에 감탄하면서, 서로 협력해 나가는 데 만족하면서, 경쟁하면서, 열등감을 느끼면서 우정을 쌓아나간다.

그들이 사는 곳은 나폴리에서도 환경이 안 좋기로 유명한 빈민가다. 남편이 아내를 때리고, 패거리 지어 보복 싸움을 하고, 온갖 험악한 말이 오가는 그런 곳이다. 철모르는 시절부터 막연히 위협적인 환경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지만 그런 행운은 아무에게나 찾아오는 것이 아니었다.

레누와 릴라는 둘 다 똑똑한 아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학교 선생님은 둘에게 중학교 진학을 권유한다. 부모들은 딸을 가난한 형편에 돈을 벌지 않고 공부를 하려는 이기주의자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결국 레누의 부모는 진학을 허락한다. 이렇게 둘의 인생은 갈리게 된다.

고향에 남은 릴라는 마을의 폭력적인 환경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17살에 결혼을 하고 남편에게 구타를 당하며 원치 않는 임신을 했다 유산한다. 레누는 레누 대로 자신보다 높은 계층의 아이들과 오로지 머리로 경쟁하며 그들에게 뒤처지지 않고 융화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 소설의 놀라운 점은 한 사람의 인생을 통해 사회 전체를 비춘다는 것이다. 레누와 릴라가 자란 빈민가는 마피아와 개인이 휘두르는 폭력이 크게 다르지 않은 곳이고, 파시스트를 욕하면서도 돈을 벌려면 동참해야만 하는 역설적인 곳이다. 이탈리아의 불안한 정치의 이념 대립은 끊임없는 분쟁을 양산한다. 가속화되는 산업화 속에서 노동자는 그저 착취의 대상이다.

여기에 애정관계, 성취욕, 야망, 꿈, 절망, 애증, 연민 등이 버무려지면서, 인간은 결코 개인적인 방법으로만 말해질 수 없고, 그 과정은 단순하지 않으며 사회가 곧 개인이자 개인이 곧 사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네 권의 분량이지만 레누의 시점을 따라 관조자가 되었다가 깊이 동화되었다가 결코 이해할 수 없어 고개를 저었다. 빠르고 편리함을 추구하는 시대에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 시간을 들이는 것은 소설이기에 가능한지도 모른다. 나와 견해가 다르다고 등을 돌리지 않는 것도 소설이기 때문일 것이다. 싸우고 대립하고 납득이 가지 않더라도 누군가를 이해하려는 자세를 잃고 싶지 않아졌다. 아무리 애를 쓰고 시간이 지나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그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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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 파괴 - 지구상 가장 스마트한 기업 아마존의 유일한 성공 원칙
콜린 브라이어.빌 카 지음, 유정식 옮김 / 다산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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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규칙 없음> 읽고 나서 아마존의 <순서 파괴>가 궁금해졌다. 두 기업은 아주 다른 기업 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그 중심에는 효율성이라는 공통 키워드가 있었다. 제프 베이조스라는 천재적 리더가 있지만 기업이 커감에 따라 비전을 공유하기가 힘들어진다. 고객 우선주의와 장기적 이익이라는 신념 하에 비효율적인 것을 모두 바꾼다. 회의 때 파워포인트 쓰지 마, 소통이 잘 안되면 소통이 필요 없어도 되게 만들어 등등 처음 들으면 당황하게 되는 방식을 효과적으로 정착 시킨다. 모두가 온라인에 힘쓸 때 오히려 오프라인을 확대하는 것도 먼 미래를 내다본 결과다. 익숙한 방식에 빠져 방법을 잃어버릴 때 필요한 것은 절차가 아니라 효율이라는 콜럼버스의 달걀과 같은 깨우침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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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풍경
마틴 게이퍼드 지음, 김유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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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미술 전시회 가기를 망설인다. 반가운 이름을 듣고 알아보다가 진품이 아닌, 심지어 그림이 없는 전시회에 여러번 실망했기 때문이다.

미술은 이제 바라보는 대상이 아니다. 그 이면에는 미술관을 찾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림만으로는 충분한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을 유혹하기 위해 전시회는 포토존을 만들고 멋진 sns 업로드 이미지로 변모한다.

앤디 워홀이 그림을 공장에서 찍어냈을 때, 마르셀 뒤샹이 변기 앞에 <샘>이라고 제목을 붙였을 때 같은 저항감이 있었을까? 새로운 방식은 거부감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미술 전시만은 과거에 머물기를 바라는 마음은 낡은 사고일 수도 있다.

마틴 게이퍼드는 기행(紀行)을 통해 더욱 적극적인 회귀의 방식을 강조한다. 직접 그 장소로 가서 내 눈으로 작품을 하나하나 보는 것. 어느 것도 그 이상의 방법이 될 수 없다고 단언한다.

먼 훗날에는 이 또한 미술을 보는 희귀종이 될지도 모른다. 전시회가 화가의 진짜 작품들로 가득하기를, 렌즈를 통해 보는 것보다 눈을 통해 보기를 바라는 많은 희귀종들은 마틴의 여행을 통해 작은 희열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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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SF #2
정세랑 외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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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문단에서 SF 장르의 글이 눈에 띈다. 그러나 한국의 SF가 어제오늘 시작된 것은 아니다. 천리안, 나우누리, 하이텔 등 PC 통신 이전 시절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작품을 이어온 작가들이 있고(p. 27 듀나론-모르는 사람이 많은 유명인의 이야기, p. 255 김창규의 우주) 순정만화 계보 안에서 꾸준히 이어져 온 SF의 줄기가 있다(p. 275 한국 SF의 또 하나의 줄기, 순정만화). 
올해는 지상파에서 <SF8>이라는 원작 기반의 앤솔로지 드라마를 방영했다. 원 소스 멀티 유즈(OSMU)로 확장하려면 아직 길이 멀지만 그 여정의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겠다. (p. 43 두려움을 즐기는 연출가, 민규동).
7편의 단편은 낯설게 보기를 통해 현실의 문제를 짚어보는 작품도 있고, 확연히 다른 세상을 보여주는 작품도 있었다. 배명훈의 <임시 조종사> 판소리 문체의 아주 독특한 글로, 처음 보는 형식이라 신선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글은 이은희의 <sf와 여성의 몸, 모호함을 선명하게 그려 내다>이다. 여성에게 씐 이중 굴레를 sf 작품을 통해 시니컬하게 비판한다.

전체적으로 <오늘의 SF #2>는 한국적인, 한국이 가야 하는 SF는 모색하는 느낌이 드는 잡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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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지 않을 이야기 - 팬데믹 테마 소설집 아르테 S 7
조수경 외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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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이 곧 코로나19로 여겨지는 나에게 이 책은 당연히 코로나19의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4편의 소설 중 두 소설은 코로나19가 배경이 아니었다. 팬데믹의 뜻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크게 유행하는 전염병이 반드시 바이러스에 의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서련 작가의 <두逗>는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 집단정신을 감염병에 비유한다. 병든 인간이 다른 인간을 병들게 한다는 점에서 감염병을 새롭게 정의하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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