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하면 멋진 해변이 있는 휴양지가 생각난다. 그러나 이런 모습은 20세기에 들어서 나타난 새로운 모습이다. 그 이전의 지중해는 문명의 교류지이자 무역의 중심지, 패권 경쟁의 무대였다.서기전 7000년 경 구석기 시대에도 지중해 항해 능력이 있었다고 한다. 고대에는 항해기술의 문제로 보급 물자를 실을 수 있는 항구가 아주 중요했다. 이 항구를 잇는 것이 항로가 되었다. 그중 키프로스는 중요한 거점이 되는 곳이다. 그리스 신화의 신 아프로디테는 키프로스에서 조가비로부터 태어났다. 그래서인지 다산의 여신이면서 선원과 어부의 보호신이다. 또 금속 가공의 신인 헤파이토스와 결혼했는데, 키프로스는 청동기 시기 말기에 철기 생산의 주요 중심지였다. 신화 속 이야기에게 역사적 사실을 발견할 수 있어서 아주 흥미로웠다.
드라마는 현대의 감각에 맞게 주인공인 선자를 진취적으로 표현했지만 책 속의 선자는 더 보통의 조선 여자다. 다른 점이 있다면 가족에게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고, 때문에 자신을 사랑하는 방식을 안다는 점이다.선자는 세속의 안락보다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우선시한다. 그 후 흘러가는 이야기는 선자에게 다행스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하다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시대의 한복판을 살아나가고 있는 사람에게는 오늘이 있을 뿐이다. 어느 시대는 평화롭고 어느 시대는 더 가혹하다 해도 알지 못한다. 그저 나아갈 뿐이다. [파친코]의 첫 문장은 지금 이 순간에 눈뜨게 한다. 우선은 현재를 살아 나간다. 과거와 미래는 그다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