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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책이 많았으나 굳이 이 책을 읽어야 했던 이유는 sf에 빠지다보니 판타지도 슬슬 궁금해서. 모두 알겠지만 판타지는 기본 10권인데 이 책은 단권이니까! 바로 도전했다.


만듦새

책 중 마력, 역장과 같은 내용과 보랏빛 묘사가 나오는데 정말 잘 재연한 표지가 아닐까?

언뜻보면 묶인 사람 같기도 하고 자세히 보면 유리병 같기도 하다.

색감이 참 이쁘다.


감상

요즘 자주 마주치는 말이 있다.

“모든 건 타고 나는 것”

나는 이 말에 공감하면서도 미묘한 승부욕을 느낀다. 그런데 이 변명이라면 변명이랄지, 또는 위로인지 싶은 문장과 아주 가까운 소설을 읽은 것 같다.

주인공은 아주 강한 마력을 가지고 태어났다. 바닷가 시골 마을에서 넉넉치 못하게 자랐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학교에 입학한다. 하지만 결국 마력이 아닌 돈 때문에 휘청거린다.

태어날 때부터 높은 마력, 원래 부유한 집안, 압도적인 능력은 어째 주인공들을 가두고 흔들고 죽이려고 한다.

이 소설은 내가 느끼는 미묘한 승부욕을 잘 설명해주는 것 같았다.

강한 마력과 부유함을 서로 부러워하는 이들과 압도적인 능력을 주체 못하는 사람, 그리고 타고나지 못해서 이를 악 물고 사는 사람들, 모두가 조금씩 빗나가 있다. 이런 설정들이 타고났다는 것의 의미를 희석시킨다.

무엇을 타고 나야 좋은 건지, 좋은 것을 타고 난다면 정말로 좋은 건지, 혹시 내가 가진 건 정말 의미 없는 건지 여러 가지 고민을 해볼 수 있는 소설이었다.

판타지 소설이지만 읽는 내내 다른 세상에 와있다는 감각보다 가치가 하나 더 생긴 세상을 훔쳐보는 느낌이었다.

#갈아만든천국 #심너울 #래빗홀 #판타지소설 #추천소설 #책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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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이 붉어진다는 말을 이렇게 아름답게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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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율리체 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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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안전가옥 오리지널 32
이산화 지음 / 안전가옥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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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이산화 지음

안전가옥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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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가옥에서 펴낸 오리지널 시리즈를 읽어보고 싶었는데 결정적으로 나를 설레게 한 그 단어 ’사이버펑크’

못 먹어도 고

🔥만듦새

다른 말 필요 없고 표지가 이쁘다.

일러스트 ‘산호’님의 작품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또 좋은 아티스트를 알게 되어 기분 좋다.

이쁜만큼 궁금했던 건 이 그림 속 여자는 할로할로일까? 벨라일까? 아니면 의체를 가진 다른 캐릭터일까 궁금했다.

🔥리뷰

음~ 야미

아는 맛이 제일 무서운 맛이라고 내가 상상했던 ‘사이버 펑크’, ‘sf 장편소설’ 그 자체. 만족스럽다.

이 작품은 2018년도에 출간되었다가 약간의 수정을 거쳐 재출간된 작품이라고 한다. 재출간되어 내 눈에 띄어줘서 고맙다.

sf와 로맨스라는 두 기둥이 이 소설을 탄탄하게 받치고 있다.

초반부에는 주인공 도나우벨레와 할루할로의 알쏭달쏭한 사랑이 밑반찬 정도인 줄 알았으나 후반부로 갈수록 진수성찬이었다. 레이디 핑거와 사타 안다기의 사랑 싸움도 무척 귀여우면서도 절묘하게 작품에 기여한다.

이산화 작가님에게 나는 도나우벨레와 할루할로를 이렇게 보낼 수 없다는 의견을 전달하고 싶다. 그 둘은 내 눈앞에서 행복해야 한다.

*

이 작품은 사뭇 진지한 메세지도 담겨있는데 주인공이 살고 있는 블랙 포레스트의 모습에서 읽을 수 있다.

‘블랙 포레스트에서는 꿈이 있어야 살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꿈은 돈을 모아서 더 높은 지위를 가지는 것과 오래전 사라진 요리의 레시피를 되살리는 것, 자신의 왼쪽 다리를 의체로 바꾸는 것 등등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게 꿈이야..? 싶은 것도 꿈이라고 말하는 세상. 인간과 오토마톤이 사랑하고 인간이 오토마톤이 되기 위해 돈을 모으고 수많은 편견이 없는 도시다. 주인공들은 이 모든 과정 끝내고도 블랙포레스트에서 산다. 이 편견 없는 도시가 좋아서는 아닐지 예상해본다.

*

이 책을 읽으면서 벨라와 할루할로의 성별이 궁금했다. 레이디 핑거와 사타 안다기, 의체 덕후 자허토르테 모두 성별에 대한 언급이 없다.

표지의 캐릭터가 궁금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이 여성 같아 보이는 캐릭터는 벨라일까 할루할로일까? 나의 예상은 작가의 말을 보고 아… 소리와 함께 무너졌다.

극중 모든 인물은 한 성별이다.

블랙포레스트 성별과 인간과 오토마톤의 구별이 없는 도시였던 것. 이런 작은 반전 또한 즐거웠다.

#오류가발생하였습니다 #안전가옥 #이산화 #사이버펑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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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캐나다의 한국인 응급구조사 - 나를 살리러 떠난 곳에서 환자를 살리며 깨달은 것들
김준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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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출판 서포터즈 하니포터 2월 도서 중 하나. 다른 책들 중 유난히 정직한 제목에 이끌렸다

만듦새

크기는 평범하지만 252쪽의 가벼움!

표지부터 주인공의 직업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이 책의 전부이자 느낌을 잘 전달하는 표지

감상

모든 에세이는 경험담이지만 이렇게 솔직하고 진심을 담은 에세이는 흔치 않다. 읽는 내내 깔끔하게 정리된 진심이라는 느낌이 들어 몇번이나 눈물이 났다. 카페에서 우는 이상한 사람이 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작가는 제목 그대로 캐나다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응급구조사다. 119 구급대원과 비슷해보인다. 직업상 당연히 위급한 사람들을 구하려고 애쓴다.

작가는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가족을 먹여살릴 수 있다는 안정감을 느끼지만 반대로 그 일에 본인이 얼마나 큰 긴장감을 느끼고 공포를 느끼고 짜증을 느끼고 패닉에 빠지기도 하는지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그 순간의 감정과 그 감정의 이유를 참 잘 풀어놓았는데 이는 함께 올린 인용문으로 설명이 된다면 좋겠다.

°

또 이런 솔직함을 본인 자체에서도 드러낸다. 작 중 이런 내용이 있다.

어떤 뻔뻔한 알콜중독자가 자신을 살려달라고 신고해놓고 병원으로 데려다주면 집에 가고 또 신고하고 병원가면 집에 가고 또 신고한다.

병원 아무도 자기 자신을 신경써주지 않는다는 이유였는데 3번째 병원에 갔을 때 결국 울음을 터트린다. 귀찮고 짜증이 돋을 상황에 그는 미안하다는 감정을 느낀다. 자신도 저렇게 무너질 것 같아서 무서웠기 때문에 그 감각이 너무 선명해서, 그는 그 환자를 이해해버린다.

한국에서 잘 다니던 대기업을 때려치고 캐나다로 왔더니 제대로된 일을 구하지도 못했고 닥치는대로 돈되는 것을 처분하다가 차를 처분하면 어디서 울어야 하는지 몰라 다시 차에서 우는 자신의 모습을 고백한다.

작가는 비협조적인 자살시도 환자, 알콜중독환자를 이해해버린다. 무너지기 직전까지 가본 사람이 무너진 사람을 구하는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감동적일 것이다.

이 책은 단순히 접하기 쉽지 않은 직업에 대한 책이 아니다. 트라우마를 안겨준 일을 사랑하는 이야기와 누군가를 이해해버리는 강직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눈물이 좀 필요한 날이라면 추천할 책

이 일을 시작하고 나서 본 첫 사망자부터 다섯 번째 사망자까지는 그들의 이름은 물론 사망 당시 얼굴의 색깔, 자세, 심지어 냄새까지선명하게 기억했다.

그것은 내 머리가 기억한 것이라기보다는 마음속으로 예리한 조각칼하나가 맘대로 들어와 스윽스윽 하나씩 파내며 새긴 것들이었다.

문제는 그렇게 새겨진 모습들의 사망한 환자와 전혀 관계없는 때와 장소에서 아무렇게나 재생된다는 점이었다.

모든 심정지 환자를 살리고 싶은 마음은 한결같지만
아이가 최초 발견자인 경우 아이를 위해서라도
모든 방법을 다해 그것이 우연이 되었건 기적이 되었건,
환자를 반드시 살려내겠다는 마음은 더 간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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