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캐나다의 한국인 응급구조사 - 나를 살리러 떠난 곳에서 환자를 살리며 깨달은 것들
김준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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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출판 서포터즈 하니포터 2월 도서 중 하나. 다른 책들 중 유난히 정직한 제목에 이끌렸다

만듦새

크기는 평범하지만 252쪽의 가벼움!

표지부터 주인공의 직업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이 책의 전부이자 느낌을 잘 전달하는 표지

감상

모든 에세이는 경험담이지만 이렇게 솔직하고 진심을 담은 에세이는 흔치 않다. 읽는 내내 깔끔하게 정리된 진심이라는 느낌이 들어 몇번이나 눈물이 났다. 카페에서 우는 이상한 사람이 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작가는 제목 그대로 캐나다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응급구조사다. 119 구급대원과 비슷해보인다. 직업상 당연히 위급한 사람들을 구하려고 애쓴다.

작가는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가족을 먹여살릴 수 있다는 안정감을 느끼지만 반대로 그 일에 본인이 얼마나 큰 긴장감을 느끼고 공포를 느끼고 짜증을 느끼고 패닉에 빠지기도 하는지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그 순간의 감정과 그 감정의 이유를 참 잘 풀어놓았는데 이는 함께 올린 인용문으로 설명이 된다면 좋겠다.

°

또 이런 솔직함을 본인 자체에서도 드러낸다. 작 중 이런 내용이 있다.

어떤 뻔뻔한 알콜중독자가 자신을 살려달라고 신고해놓고 병원으로 데려다주면 집에 가고 또 신고하고 병원가면 집에 가고 또 신고한다.

병원 아무도 자기 자신을 신경써주지 않는다는 이유였는데 3번째 병원에 갔을 때 결국 울음을 터트린다. 귀찮고 짜증이 돋을 상황에 그는 미안하다는 감정을 느낀다. 자신도 저렇게 무너질 것 같아서 무서웠기 때문에 그 감각이 너무 선명해서, 그는 그 환자를 이해해버린다.

한국에서 잘 다니던 대기업을 때려치고 캐나다로 왔더니 제대로된 일을 구하지도 못했고 닥치는대로 돈되는 것을 처분하다가 차를 처분하면 어디서 울어야 하는지 몰라 다시 차에서 우는 자신의 모습을 고백한다.

작가는 비협조적인 자살시도 환자, 알콜중독환자를 이해해버린다. 무너지기 직전까지 가본 사람이 무너진 사람을 구하는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감동적일 것이다.

이 책은 단순히 접하기 쉽지 않은 직업에 대한 책이 아니다. 트라우마를 안겨준 일을 사랑하는 이야기와 누군가를 이해해버리는 강직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눈물이 좀 필요한 날이라면 추천할 책

이 일을 시작하고 나서 본 첫 사망자부터 다섯 번째 사망자까지는 그들의 이름은 물론 사망 당시 얼굴의 색깔, 자세, 심지어 냄새까지선명하게 기억했다.

그것은 내 머리가 기억한 것이라기보다는 마음속으로 예리한 조각칼하나가 맘대로 들어와 스윽스윽 하나씩 파내며 새긴 것들이었다.

문제는 그렇게 새겨진 모습들의 사망한 환자와 전혀 관계없는 때와 장소에서 아무렇게나 재생된다는 점이었다.

모든 심정지 환자를 살리고 싶은 마음은 한결같지만
아이가 최초 발견자인 경우 아이를 위해서라도
모든 방법을 다해 그것이 우연이 되었건 기적이 되었건,
환자를 반드시 살려내겠다는 마음은 더 간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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