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한 펭귄처럼 걸어가다 장대비 맞았어 문학동네 시인선 165
박세랑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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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가 분명한 시였다.
많아봤자 17살짜리 ‘여자애‘
집구석은 엉망이고 가슴 속도 엉망일 것 같은
가출은 3번 정도 했을 것 같고
불안해서 엄지손톱이 반만 남아있을
짧은 교복을 걸친 여자애일테지

몸을 둘 곳도, 맘을 둘 곳도 없고
곳곳에 자신의 미래가 될 여자들이 웃고있는

이 시집을 읽으면서 나를 스쳐간
누군가의 이름이 지나가고
누군가의 얼굴이 떠오르고
그녀들을 모아다가
머리끄덩이를 잡고 흔들면서
확성기로 제발 정신 좀 차려하고
소리지르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발랄하고 컬러풀하고 정신없고 아픈 시

제발 제발 제발
너한테 막대하는 사람한테서 도망치라고 빌고싶은 시
그깟 손 좀 잡아주는 남자가 뭐라고 목매냐고 소리지르고 싶은 시

자신의 괴로움을 말한 시 중 이렇게까지 구체적이고 깜깜한 시는 또 처음이었다.

쓰고 더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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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어 서점 마음산책 짧은 소설
김초엽 지음, 최인호 그림 / 마음산책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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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어서점
#김초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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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서점에서 보다가 “초엽쓰? 사야지” 하고 집었다. 왜 인터넷에서 구매할 때는 가격도 보고 이것저것 따지게 되는데 오프라인 서점에서는 “4권 들었는데 오만원을 썼네?” 하고 말하게 되는지 잘 모르겠다.

만듦새

양장에 겉표지를 씌워놓았다. 나는 겉표지, 띠지를 모두 거추장스러워하는 사람이라 읽을 때는 겉표지를 벗겨서 읽었다. 가름끈도 있다. 가름끈은 없어도 그만 있으면 잘 쓰는 정도인데 가끔 궁금하긴하다. 가름끈이 추가되면 제작비가 얼마나 더 들까?
*
중간중간 들어가 있는 삽화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삽화가 표지에 당당히 올라가 있다. 역시 사람 눈은 다 비슷비슷한 것 같다. 김초엽 작가님이 쓰는 따뜻한 sf 소설과 어쩐지 이지적인 표지가 어울리는 듯 안어울리는 듯 눈길을 잡아끌었다.

내용

마음산책 짧은 소설 시리즈는 처음 접해보는데 내가 그간 봐온 짧은 단편 모음집 중 가장 괜찮았다. 분량이 적당히 짧았다고 해야할까? 나는 극단적인 2, 3장짜리 소설의 적응하지 못한 사람으로 이 정도가 적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총 14개의 단편이 실려있다. 그 중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늪지의 소년’이었다. 행성어 서점에서도 김초엽 작가의 다른 책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주제는 연결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다만 그것이 사람이 아니거나 또는 미생물이거나 느슨하거나 멀거나 아주 오래걸리더라도.

이 문장을 길게 쓰면 늪지의 소년이 아닐까.

소설은 크게 두 파트로 나눠져있다.

1. 서로에게 닿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2. 다른 방식의 삶이 있음을

이 두 문장. 이 소설만을 위해 고안된 최첨단 포장지처럼 딱 들어맞는다. 14편의 주인공들의 자세와 결이 같다.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나이가 많은 외국인이기도 하고 젊은 한국인이기도 하고 나이와 국적이 그닥 중요하지 않은 외계인이기도 하다. 모두 낯선 것들에 직면한지 얼마되지 않아 어리둥절하지만 일단 산다. 각자의 방식대로 살아간다.

얼굴에 무언가가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아도 목숨이 끝나지 않는 것처럼, 외계물질에 오염되어 생존자가 얼마 안 남아도 버텨내는 돌연변이가 생기는 것처럼

“날 어쩔 셈이지?”라는 말에 아무도 선뜻 대답할 수 없는, 선례가 없는 사건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서로에게 닿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다른 방식의 삶을 배우고 어쩌저찌 그리고 싶지 않았지만 살아간다.

인간이 자연과 사회의 눈치보면서 약간 움추린 채로 천천히 돌아가는 이야기들이 재밌었다.

뒤쪽으로 갈수록 각 이야기들이 동시대에 일어난 사건들이라는 단서가 나온다. 이런 복선도 재밌었다. 앙큼한 애교 같달까?

#마음산책 #마음산책짧은소설 #김초엽 #최인호 #행성어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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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피 : 영웅이 되고 싶은 늑대
데보라 아벨라 지음, 코나 브레콘 그림, 홍명지 옮김 / 작가와비평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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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피: 영웅이 되고싶은 늑대

못된 농담같지만 생각해보면 못되지 않은 이야기

판형&만듦새

245×245 사이즈
그림책은 역시 책장에 이리 꽂다가 안되고 저리 꽂다가 안되서 의도인척 표지를 보이게 세워놓게 하는 매력이 있다.

일러스트가 꽤 특이한 느낌. 늑대인데요...새같기도 하고...비리비리해보이는 것이 동양 그림체도 아닌것이 미국 만화 캐릭터 같지도 않은 것이 내용만큼이나 자유분방.


내용

울피가 영웅이 되어 공주를 구했다면 뻔했을텐데

이 책은 영화 ‘분노의 질주‘처럼 드리프트를 해댄다.

공주는 스스로 도망치고
(공주도 울피처럼 그간에 동화책에 대해 불만이 많았을 것이다. 이건 뭐 죽음에 가까운 잠이 들거나, 갇히거나, 독에 당하거나, 학대 당하거나
말만 공주지 혼자 할 수 있는 것도 없다.)

마지막에 울피가 용의 애완동물이 되는 것까지 산뜻했다.

울피는 공주를 구해서 주인공이 되고 싶었지만
애완동물이 되어서도 주인공이다.

어차피 이 그림책의 주인공이 울피니까
이런 흐름과 메세지가 좋았다.

영웅이고 애완동물이고가 아니라 원래 주인공이라서 주인공이라는 메세지

특이점

원래 그림책은 다 그런가 모르겠는데 제품안전마크가 있다.
책장에 손이 베이거나 책 모서리에 다치지 않게 주의하세요라는 너무 친절한 사용법이 너무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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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문학동네시인선 달력 + 다이어리 문학동네 시인선
문학동네 편집부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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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하....진짜...강매 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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