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한 펭귄처럼 걸어가다 장대비 맞았어 문학동네 시인선 165
박세랑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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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가 분명한 시였다.
많아봤자 17살짜리 ‘여자애‘
집구석은 엉망이고 가슴 속도 엉망일 것 같은
가출은 3번 정도 했을 것 같고
불안해서 엄지손톱이 반만 남아있을
짧은 교복을 걸친 여자애일테지

몸을 둘 곳도, 맘을 둘 곳도 없고
곳곳에 자신의 미래가 될 여자들이 웃고있는

이 시집을 읽으면서 나를 스쳐간
누군가의 이름이 지나가고
누군가의 얼굴이 떠오르고
그녀들을 모아다가
머리끄덩이를 잡고 흔들면서
확성기로 제발 정신 좀 차려하고
소리지르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발랄하고 컬러풀하고 정신없고 아픈 시

제발 제발 제발
너한테 막대하는 사람한테서 도망치라고 빌고싶은 시
그깟 손 좀 잡아주는 남자가 뭐라고 목매냐고 소리지르고 싶은 시

자신의 괴로움을 말한 시 중 이렇게까지 구체적이고 깜깜한 시는 또 처음이었다.

쓰고 더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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