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스탠딩 - 도덕적 허세는 어떻게 올바름을 오용하는가
저스틴 토시.브랜던 웜키 지음, 김미덕 옮김 / 오월의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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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스탠딩이라는 개념이 낯설었고 낯선 개념에 대해 폭넓게 다루는 책인 점이 매력적이었다. 오랜만에 잘 만났구나 싶어 간절한 마음으로 서평단을 신청했다.

받은 책이지만 정정당당하게 성실한 리뷰와 운으로 당첨되었다.
여담이지만 나는 이제 그만 정정당당하고 싶다.
도서 인플루언서라는 큰 꿈을 가지고 산다.

이 책의 카피글은 꽤나 강렬하다.

‘도덕적 허세는 어떻게 올바름을 오용하는가‘
‘도덕적 ‘관종’은 어떻게 세상을 망치는가?‘

도덕 관종이라는 말만큼 이 책을 궁금하게 하는 단어가 있을까

만듦새

표지가 굉장히 특이하고 이뻐서 포스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여름에 열리는 힙한 축제일 것 같았다. 전체 유광코팅이 표지색감과 어쩌나 잘 어울리는지.
디자이너는 아니지만 이런 책을 내고 싶다고 생각했다.

가장 좋았던 점은 332쪽으로 그닥 얇은 책도 아닌데 무척 가벼웠다.
무슨 종이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약간 가정통신문같은 종이재질이었다.
가벼운 책은 지하철에서 읽기 좋아서 특별히 아낀다.

내용

예시를 들 필요가 없는 책

1장까지는 도덕적 그랜드스탠딩이라는 단어가 낯설고 애매하다고 생각했지만
뒤로 갈수록 점점 이 이야기의 사례가 머릿 속을 떠다닌다. 실제로 책에서도 그렇게 말한다.
‘당신이 인터넷 유저라면 틀림없이 보았을 것‘

특히나 3장에서 설명하는 그랜드스탠딩의 실제 모습은 너무 봐서 신물이 나는 것들이었다.
보태기┃치닫기┃날조하기┃강렬한 감정들┃무시 다섯 가지 키워드였는데

어떤 사람은 자신이 사기당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위로차 만난 친구와 밥을 먹으러 갔지만 자신의 얼굴에 물을 쏟은 점원에게 소리를 질렀다.
이 장면은 운이 나쁘게 인스타그램에 올라왔고 진상 손님의 대명사가 된다.

사람들은 그냥 좀 화나고 말 일이지 왜 소리를 질러? -> 소리를 지르다니 진짜 교양없다 -> 저 점원은 얼마나 속상할까? 수치스러웠을거야 -> 저 점원이 저 남자를 고소해야만 해 -> 저 가게는 큰 체인점인데 왜 저 남자를 고소하지 않지? 저런 놈은 힘들어 봐야 해 -> 저런 놈때문에 이 사회가 힘들어져 -> 죽일 놈 -> 그 사람은 개인 sns 테러 및 살해 협박, 온갖 조롱에 시달리게 된다.

그 사람이 소리지르고 5분 뒤 점원에게 사과를 하던 말던 사람들은
왜 소리를 질러? 성질머리 희안하네? 에서 끝낼 수 있던 이야기를 살해 협박까지 끌고가고 만다. 이는 너무 흔하고 또 왜인지 궁금했지만 궁금한지도 몰랐던 이야기라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책 전체에서 종종 나오는 그랜드스탠딩의 무시와 날조는 특히나 재밌었는데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나아는 이렇게 도덕적 감수성이 뛰어난데 너네는 이걸 보고도 웃니? 끔찍해라˝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예시였는데 오바마 대통령이 커피를 들고 걸어가다가 군인이 경례를 하지 그 상태로 경례를 했고 이는 미군에 대한 모욕을 번졌다.

군인이라면 커피를 든 채로 경레를 하면 안된다는 것을 안다 -> 저 군인은 분명 오바마가 자신을 무시해서 상처 받았을 거야 저 군인의 상처를 보지 못하다니 너네가 사람이니?

이런식의 흐름은 정말 어딘가에서 봤으면서도 재밌다.
이런걸 설명할 수 있다니 이런걸 설명할 수 있는 이론과 개념이 있었다니 흥미진진했다.
이런 그랜드스탠딩의 특징들이 사회적 손실을 가져온다는 것도 이해가 가는 바였다.

반복되는 욕설에 염증을 느끼는 것과 함께 이렇게 극단적으로 치닫는 것들이 양극화를 만든다는 것이다.
그랜드스탠딩은 정치권에서 가장 자주 사용하는 무기이며 이는 양극화를 만들고 양극화된 서로를 보며 저런 멍청이들보다는 내가 낫지, 우리가 낫지라며 스스로 편견에 빠져든다는 것.

*

오랜만에 피곤함을 이기고 읽고 싶은 책을 만난 것 같아 너무 기분좋았다.
추리소설만 흥미진진한 책은 아니다. 이런 사회를 분석하는 책도 정말 흥미진진하다.
sns를 사용하는 누군가라면 꼭 읽어보았으면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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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돼지 안톤
카트린 드라일링 지음, 홍명지 옮김 / 작가와비평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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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정갈하게 가르마 타는거랑 자전거 타면 휘날리는 귀가 너무 사랑스러워요ㅠ

완벽주의에서 탈피하는 안톤이 대견하고 그렇게 만들어준 롤라도 너무 어른스럽고ㅠ 이모는 웁니다...왜 제 조카들 같죠...?

특히 시계보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 모두 꼭 봐주세요! 그 장면이 킬링 포인트입니다!

유난히 글씨체가 귀여운데 이 삐뚤빼뚤 글씨체들이 신의 한 수였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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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얘기는 좀 어지러운가 문학동네 시인선 119
유계영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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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당연히 읽은 줄 알았는데 안 읽었다, 정말 당황스러웠다. 어쩌다가 그런 착각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이 시집도 펼쳐보고 “...안 읽었잖아...?” 하고 놀란 책 중 하나였다.

만듦새

문학동네 시인선은 색감과 뒤표지 보는 맛이 일품. 다 읽은 뒤 뒤표지를 지긋이 보며 내용과의 상관관계를 생각해본다.

이제 수류산방은 <나무 신화>라는 책으로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을 낸 출판사가 되었다. 서울국제도서전에 갔을 때 <나무 신화>를 보고 진짜 아름답다. 신령스러우면서도 촌스럽지 않고 귀여워...키치해...하고 생각했는데 역시 전문가의 섬세한 눈과 손길은 다르다. 시와 잘 어울린다.

내용

이 시집은 대체적으로 혼란스럽고, 끝없이 빠져들고, 공상하는 분위기와 내용이다. 미로와 귀, 죽음 등 혼란을 형성화한 오브제들이 나오지만, 그것들을 드러내는 태도는 이미 정리가 끝난지 한참되어 차갑다.

그래서 매력적이다. 산발한 머리로 차분히 앉은 느낌이다.

피나 고통이 뚝뚝 떨어지는 시는 강렬하지만 계속 읽기에는 괴로운데 이 시들은 고요히 돌아버려 계속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다.

아픔도, 외로움도 담겨 있지만, 거리를 완벽하게 유지하고 있다. 어휘와 표현이 아주 넓고 자유롭다.
이런 점이 시를 처음 읽는 사람들에는 별로 어필하지 못하는 것 같지만 나는 참 좋아한다. 오랜만에 마음에 쏙 드는 시집을 만난 것 같아 기쁘다.

내가 특히나 좋았던 시

불과 아세로라
심야산책
잠은 뛰쳐나온 한 마리 양을 대신해
해는 중천인데 씻지도 않고
대관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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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 곰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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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루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곰출판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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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보고있길래 그렇게 재밌나? 싶은 마음 반, 과학서 같은 이름 옆에 상실, 사랑, 질서 라는 부제를 보고 도대체 무슨 이야기가 들어있는 건가 싶었던 마음 반으로 펼쳤다.

● 만듦새

오래된 동화책 같은 표지와 섬뜩한 삽화들이 각 단락을 뒤로 숨기고 독자들을 마주한다. 점점 서늘해지는 내용과 잘 어울린다.

표지에 영어가 한글보다 더 크게 자리했다. 원제를 살리고 싶었던 맘을 알겠다. 영어 제목이 좀 더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라는 말을 들었을 때 느끼는 파괴력을 잘 담고 있다.

● 내용

속에서 정리가 되는 책은 아니다. 그냥 모든 문장이 뭉텅이로 나를 고양시키고 마지막에 터트리는 책이었다.

이 책의 분야는 의미없다. 알라딘에는 과학-기초과학, 과학-과학자의 생애 과학-생명과학 또는 에세이-외국에세이 에세이-자연에세이로 분류되어 있는데 사실 어느 곳에 넣어도 말이 된다.

따라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소화시켜야 할 책이었다.

이 책은 데이비드 스타 조던, 저자, 혼란, 질서, 분류, 물고기, 파괴되는 않는 것, 우생학, 노예제도, 과학적 사고, 비과학적 사과 등 여러 가지 키워드로 직조되어있다.

혼란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인물과 저자가 혼란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차이점은 평생 잘 피한 줄 알았던 조던은 혼란에 찢겼고 저자는 혼란한 채로 어찌저찌 가끔 웃으면서 살아간다.

저자는 완전히 무너진 상태에서 무너진 적 없어 보이는 데이비스 스타 조던에 집착한다. 그의 모든 책을 뒤진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인물은 초반에는 마치 끝없는 열정을 지닌 자처럼 묘사된다.
그 열정은 순수한 모습이었다가 병적인 집착인가? 하는 의심을 살짝 거쳐 ‘파괴되지 않는 것’이라는 철학적 사고를 지나 교만을 지나쳐 찌그러진다.

자신이 평생을 집착해 온 질서=물고기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그는 괴상하게 비틀린 내면으로 죽는다.
생의 마지막에서 자신이 그렇게 자부한 자신의 일과 자신의 근본까지 틀렸다는 사실을 알았을까?

내가 읽은 그는 마치 머릿속에 속도를 멈출 수 없는 사람 같았다. 그래서 쉽게 정리하고 명명하는 것에 끌린 것은 아닐지 궁금했다.
(사실은 그가 충동성과 속도를 제어하는 것이 어려운 어떤 뇌질병 환자는 아니었을지 의심하고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파괴되지 않는 것이라는 개념이 흥미로웠다. 슬픔을 이겨내는 것과는 다른 포기할 수 없는 어떤 것. 좀 더 원초적이고 소명에 가깝고 열망하는 어떤 것. 이런 단어는 매력적이다.

“사람들이 이렇게 자신의 무력함을 느낄때는 강박적인 수집이 기분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

“완모식 표본에 관해서는 아주 중요한 규칙이 하나 있다. 만약 완모식 표본이 소실되어도 새로운 표본을 그 성스러운 유리단지 대체해서 넣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신모식 표본은 최초의 완모식 표본이 상실되었거나 파괴된 후에 그 종을 대표하는 표본 역할을 하도록 선택된 표본을 말한다. 신모직 표본은 완모식 표본보다 더 낮은 지위를 부여받는다. ”

이 책을 읽다보면 말이라는 게 또 뭘 그렇게 중요한가 싶지만, 과학자에게 시를 사랑하는 내가 할 말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참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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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마케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 차이를 만들어 내는 마케터들의 이야기
레드펭귄 지음 / 천그루숲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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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마케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 차이를 만들어 내는 마케터들의 이야기

레드펭귄 지음
천그루숲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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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은 좋아한 지 오래되었지만, 마케팅은 부족한 책팔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기 위해 읽은 책.

광고대행사에서 프리랜서로 일해본 적이 있다. 그 당시에는 영상을 만졌기 때문에 너무 바빠 시선을 돌릴 틈이 없었는데도 많이 배운 기억이 난다. 그때 생각이 나서 선뜻 먼저 펴본 책

● 만듦새

표지가 심플하면서도 충실하다.

제목이 아주 강조되어 있으면서도 빨간색, 검은색, 흰색으로 심심하지 않은 표지다.

“차이를 만들어 내는 마케터들의 이야기”라는 카피는 제목과의 연장선에서 또 위치상 좋았다.

● 내용

마케팅보다는 마케터에 집중한 책이라 더 좋았다. 그리고 오프라인이 아니라 온라인에서 진행하는 마케팅에 포커싱한 책이라 좋았다.

퍼포먼스 마케터, 콘텐츠 마케터, 인하우스 마케터, 에이전시 마케터 등 같은 일을 해도 소속에 따라 달라지는 환경과 점점 세분화되고 있는 업무를 개괄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

<당신은 햄버거 하나에 팔렸습니다>가 어떤 브랜드에서 진행한 캠페인을 예시로 들었다면
이 책은 마케터로 일하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이 일하는 브랜드를 예시로 들어 설명하는 방식이어서 또 재밌었다.

또 제품에 집중한 캠페인보다는 브랜딩에 대한 언급이 잦았는데 나의 생각과도 꽤나 궤도가 같아 다음 책은 브랜딩 관련 책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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