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없는 평론가>

서정민갑 지음
오월의 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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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없는 독자를 찾는다길래
저요..? 라고 답변해서 서평단에 당첨되었다.

평소에도 딱히 출판사의 눈치를 보진 않지만
대놓고 멍석을 깔아주는 기회는 더더욱 잡고싶은 법이다

오월의봄은 사회적인 목소리를 많이 찾아볼 수 있는 출판사라 항상 지켜보고 있다


만듦새

서정민갑 평론가의 박력에 비해 책은 다소 얌전해보인다.
가벼운 형식으로 진중한 생각을 툭툭 건네는 책이다보니
표지만으로는 책을 드러내기 어려웠을 것 같다.


리뷰/감상

대중음악평론가 서정민갑의 솔직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음악평론으로 돈을 버는 입장에서 얘기하는 음악이야기,
솔직히 인기 있고 싶은데 요즘 감성과는 거리가 영 멀다는 인정들
(근데 아직도 하고싶은 게 너무 많아서 더 멀어지지 않으려고 아등바등하는 모습)
모두 너무 매력적이다.

매력적인 꼰대다.

감히 꼰대라고 불러본다.
나는 이런 꼰대를 이미 한 분 알고있다

대학 때 우리과 교수님 이야기다.
교수님은 자주 데모를 하다가 9시 뉴스에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나오고 그날 새벽에 아버지에게 멱살을 잡혀 고향 집으로 끌려갔다고 한다.

이달의 신간을 소개하는 일을 맡았다면 이달에 나온 책을 다 읽을 수는 없어도 살펴는봐야 하지 않냐며 무리에 무리를 거듭하시는 분이다.

아픈 이후에 영 체력이 딸려서 강의가 어렵다고 말하고 4시간 연강을 하신다.

친구들은 은퇴를 하고도 한참이다 말하고도 총장님에게 가장 먼저 문제를 제기하는 분이다.

학생과 함께 대자보를 쓰시는 분이다.

자신의 유난히 바른 성미가 자신을 괴롭히면 ˝힘들어 죽겠다˝
말하면서 성미를 죽이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 사람.

나는 건달같이 학교를 다니면서도
교수님의 그런 성미가 참 좋았다.

내가 생각하는 꼰대는
인사 안하냐고 소리지르는 사람과는 다르다.

신념이라고 부를 것이 있고 그 신념 앞에서는 굽힐 상상도 안해본 사람.
설령 굽히더라도 손을 탁탁 털며 ˝그래도 지구는 돈다˝ 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들은 정말 매력적이다.
말과 행동이 일관되고 논리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기보다 냅따 수행해서 보여준다.

그 모습은 그 자체로 설득력이 된다.

내가 흐린 사람이라서 그런지
그런 박력있는 존재에게는 항상 빛이난다.

이 책도 그렇게 빛난다.
대중음악이라는 문화의 최전선에서
거대한 담론, 환경, 평화 같은 주제는 낡은게 아니라 잠시 잊힌거라고 끝없이 말한다.

그 모습은 작가의 걱정과는 달리 너무 선명하고 신선해서 더 읽고싶은 이유가 된다.

꽤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작가가 될 것 같다.


#서정민갑 #오월의봄 #서평단 #눈치없는평론가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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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하나는 거짓말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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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하나는 거짓말>
문학동네 펴냄
김애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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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이라는 이름이면 충분했다.

13년 만의 장편 소설

기다린지도 몰랐던 것이 눈앞에 나타난다면 이런 기분일까



만듦새

책을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작다’

문고판도 아닌데 ‘작다’가 첫 인상이었던 이유는
표지가 주는 느낌이 연약해서가 아닐까?

사람 나오는 책표지는 항상 강렬했던 것 같은데
이 책은 어쩜 이렇게 물러 보이는지

색마저도 부드럽다.

김애란 소설가의 책은 항상 무선으로만 접해본 것 같다.
작가님이 의도한 바일까?


리뷰

어떤 말을 적어야 할까?

이 책을 읽고 느낀 감정이 정리되지 않아서 리뷰를 작성하기도 참 어렵다.

김애란 소설가의 작품은 이상한 미인이다.

그 아름다운 사람이 가시밭길로 사뿐사뿐 걸어 들어간다.

나는 그걸 지켜보다가 엉엉 우는 사람이 된다.

(실제로 스타벅스에서 <이중 하나는 거짓말>을 읽다가 눈물보다 콧물을 더 흘리는 여자가 되었다.)

엄마가 세상을 떠난 뒤 반려 도마뱀 용식과 살고 있는 지우.

지우가 노동 현장으로 떠난 사이 지우의 도마뱀을 맡아주기로 한 소리.

비극적인 사건으로 가족이 해체된 후 강아지 뭉치와 함께 있다 소리를 만난 적이 있는 채운.

세 아이들은 거짓말 같은 일들 사이에서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고 연결된다.

이 책에서 ‘거짓말’ 은 너무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

믿어지지 않는 일들과 거짓말이었으면 싶은 일들 사이에서 아이들은 자신만의 유순한 방식으로 견뎌낸다.

그리고 쓰러질 때 쯤 다시 한번 거짓말을 마주한다.

그것들이 거짓말이었을까? 아닐까? 잠깐 궁금했지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 거짓말들은 상처난 무릎 밑에 가까스로 깔린 매트였다.

어떤 거짓말은 누군가를 위해 최선을 다한 노력이라는 것

이 책을 다 읽고 김애란 작가의 친필 싸인을 읽다가 다시 울게 되었다.

“어떤 거짓말은 용서해주고 어떤 진실은 조용히 승인해주는 작은 기척처럼”

이 긴 이야기는 결국 여러 문장으로 돌고 돌아
어떤 위로가 거짓말일지라도 또는 어떤 구겨진 진실일지라도 감싸주는 마음으로 다가온다.

오랜만에 나에게 추천할 수 있는 책을 만났다.

+

한 가지 특이했던 점이라면 황정은 작가가 생각났다는 것.

비슷하다고 상상해본 적도 없는 작가의 이름이 불쑥 떠올라서 신기했다.

#문학동네
#이중하나는거짓말 #김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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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젤과 소다수

고선경 시인 지음
문학동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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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으렇게 재밌다고 해서 헐레벌떡 읽었습니다.

만듦새

표지 색은 제목과 어울리는 파란색
제목 색은 내용과 어울리는 분홍색

리뷰/감상

대학을 괜히 나왔나...싶을 때가 몇 있는데 이렇게 재밌는 책을 보면 특히 더 괜히 나왔나 싶다.

이렇게 재밌는데 무언가 정확한 문장으로 말하기가 어려워서
.....짱....!
이따위로 말하게 되니까...

이 시집에는 여러가지 마음이 가득 차 있다.

시를 사랑하는 마음 + 시가 더 사랑받길 바라는 마음 + 시와 공상으로 가득찬 일상

이런 마음들을 아기자기하게 엮여서 빛난다. 분명 아기자기한데 짓궃고 웃기다.

나는 알고있다. 시를 잘 쓰는 시인은 너무도 많지만 시를 웃기게 잘 쓰는 시인은 디지몬에 나오는 선택받은 아이같은 거다. 유전의 가까운 영역인데 고선경 시인은 선택받은 시인인가보다.

시집이 재밌고 가끔은 지독한 것이 박상수 시인이 어른거렸는데 시집의 해설이 박상수 시인이다. 해설이 어려우면 잘 읽지 않는 편인데 해설마저 이렇게 찰떡 같다.

책의 매력과 시의 매력은 약간
다르다고 생각한다. 책은 한 주제에 대한 한 사람의 세상을 훔쳐보는 기분이라면 시는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한 사람의 세상을 통과하는 기분이랄까. 스쳐지나온 고선경 작가의 세상이 무척 즐거웠다.

좋았던 시

우리는 목이 마르고 자주 등이 젖지
여름 오후의 슬러시
샤워젤과 소다수
연장전
스트릿 문학 파이터
건강에 좋은 시
여름 감기
외계인이 초능력을 쓸 거라는 생각은 누가 처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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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 이데올로기>

한겨레출판 펴냄
조돈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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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놓고 사회의 불평등을 다루는 책 좋다.
지적허영심에 불을 붙임

만듦새

실질적으로 346페이지의 책.
특별히 두꺼운 편은 아니지만 판형부터 큼직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오히려 좋아
공부하는듯한 책은 커야 속이 시원하게 읽힌다.

표지는 꽤 도발적이다 숟가락이 피라미드에 꺾여 뚝뚝 흘러내린다.

다소 어려울까 싶은 주제여서 멈칫하다가도 표지가 구미를 싹 사로잡는다

리뷰

호로록 넘어가는 입문 대중서를 생각했다면 좀 어렵다고 느낄 수 있다.

긴장하면서 읽기 시작했는데 목차마다 간단히 포스트잇으로 내용 정리를 했더니 생각보다 복잡하지는 않았다.

나 이제 사회생활 좀 했고 뉴스 본지 1년 정도 됐다. 싶은 사람은 무난히 읽을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경제/사회적인 질문을 많이 얻을 수 있던 점이다.

여러가지 주제에 대해 중립적으로 설명하고 각각의 의견을 친절히 제시한다.

- 스웨덴 자본주의 vs 미국 자본주의 중 내가 지향하는 자본주의는?

- 나는 불평등과 불공정 중 어떤 것을 더 참지 못하는가

- 실력주의를 옹호하는가? 단계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위와 같은 사회/경제 분야 토픽에서 나의 의견이 생긴다.

나 이제 회사 좀 다닌다.
나 이제 책 읽는 티 좀 내고 싶다면
추천한다. 이 책이 최고의 가성비를 내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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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한 세상에서 스스로를 지키려는 그녀들의 고요한 선택

<식물, 상점>
강민영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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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출판의 장르문학 시리즈. 굿


만듦새

‘턴‘ 시리즈는 작고 얇아서 좋다.
생기없이 초록튀튀한 표지에 빨간색 박이 정말 잘 어울린다.
빨간색 면지, 빨간색 박 모두 신의 한 수처럼 느껴진다.


리뷰

스무살이 되기 직전에 있었던 일이다.
나는 어두운 골목을 지나고 있었고 남자 둘은 나를 마주보며 걸어오고 있었다.

무서웠고 하지만 별 일 없을 거야 없을 거야 되뇌이며 가까워졌다. 남자들이 날 보는 게 착각일 거라고 눈을 내리깔고 있다가
그들을 지나치고 30센티도 안되는 거리에서 한 남자가 말했다.

˝아 안 예쁘잖아 병*아˝

그 황당하고 수치스러운 순간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이 얘기를 굳이 적는 이유는 이 소설이 그때 나의 마음을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수치스러운 마음을 세심하게 들여다봐주고 고요하게 죽이는 소설.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서 가장 장르소설답고 속이 시원하다.

고요한 복수가 간절할 때 추천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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