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버튼:일본은 ‘여자력’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는 말을 듣고 나도 모르게 인상을 썼던 기억이 있다. 체지방이 적고, 이쁜 핫케이크를 먹기 위해 2시간을 기다리고, 반짇고리를 가지고 다니고 따위의 나열을 보면서 “지금 2022년인데?”라는 말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19세기 일본의 여성작가들이 쓴 여성주의 문학이라니! 그것도 한 작가가 아니라 여러 작가의 단편 모음집! 당연히 관심이 갔다.만듦새일단 작고, 가볍고, 무선인 게 너무 마음에 들었다. 튼튼하고 격식 있어 보이는 양장도 좋지만 나는 커버도 없고, 가름끈도 없는 가벼운 책을 선호한다. *하늘색 표지가 참 이쁘다. 작가와비평의 일본문학 컬렉션 시리즈 작품이라 간결하면서도 색감으로 승부하는 느낌. 그리고 표지 왼쪽에 작은 날개가 포인트다. 처음에는 포인트 구름인가 싶어서 보니까 날개였다. 이 몸뚱이 없는 날개가 19세기 여자들의 노력처럼 느껴져서 좀 슬프면서도 좋았다.내용총 9개의 단편이 실려있으며 모두 19세기의 일본 여성 작가가 쓴 작품이다. 작품-작품소개-작가소개 3파트가 한 세트처럼 이어져 있는 책이기 때문에 읽기에 친절하다고 느꼈다. 일본에 페미니즘이 시작할 당시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나는 특히나 다무라 도시코의 ‘그녀의 생활’이라는 작품을 읽으면서 복잡한 감정을 느꼈던 것 같다. 주인공 여자는 무려 처음에 “결혼은 남자한테 영혼을 빼앗기는 거나 다름없어. 나는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면서 혼자서 살 거야. 사랑을 핑계로 결혼이라는 함정에 빠질 순 없어!” 라고 생각한다. 요즘 해도 부모님한테 등짝을 맞을 말인데 과감하게 내뱉는다. 하지만 보통 남자와는 다른, 그래도 가장 여자를 이해해 주는 축에 속하는 남자를 만나 결국 결혼한다. 처음에는 모든 게 아름답게 돌아가는 듯하나 점점 집안일은 주인공의 몫이 되고, 빛나던 예술적 재능은 서서히 고립된다. 그것이 그녀가 특히 바보라서 생긴 일도 아니고 그녀의 남편이 특별하게 나쁜 사람이어서 생긴 일도 아니다. 그냥 어쩌다가 보니 일어난 납득 가능한 일들이 모든 것을 그렇게 몰아간다. 주인공은 결혼을 후회하는 도중 가장 큰 변화를 겪게 된다. ‘임신’ 나는 그 구절을 읽으면서 탄식했는데 주인공 역시 한없이 괴로워한다. 그리고 그 후 이야기는 가장 놀라운 결말로 치닫는다. 아이를 낳으니 너무 이뻐서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긍정적으로 살 수 있었다는 해피엔딩. 작품소개에서는 이 해피엔딩이 그 당시 시대에서 오는 한계라고 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렇게 해피엔딩으로 끝나기 때문에 진정한 공포로 끝맺음을 확실하게 하는 것이다. 다시 아이가 커서 조금 불행해지면 또 아이를 낳고... 또 아이를 낳고... 그럴테지 나는 이 여자가 아이를 낳고 행복해진 것이 어떤 굴복으로 느껴진다. 자기 일하는 사람의 모습을 완전히 벗어던진 ‘아내’가 된 것이다. 일본 공포영화 같았다.
인문교양책 만드는 법: 세계와 삶을 공부하는 유연한 협력자로 일하기 위하여 구매버튼: ‘땅콩문고‘ 시리즈는 내가 사용하는 독서어플에서 마니아 뱃지를 받았을 만큼 좋아하는 시리즈다. 심지어 편집자 공부책 시리즈 중 하나였다. 당연히 볼 수밖에 없었다. 출판사를 다니게 되면서 어찌나 책을 둘러싼 직업이 궁금한지 누가 보면 7살인 줄 알겠다. +내가 다니는 출판사는 교재와 인문/교양을 주로 삼는 곳이다. 우리 회사에 대입한다면 가장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고른 것이기도 했다.+‘어린이라는 세계‘를 편집한 이진 편집자의 책이었다. 2021년 올해의 책을 만들어 낸 편집자의 강의도 들을 판인데 책으로 공짜로 알려준다니 당장 뽑아먹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만듦새:땅콩문고 ‘편집자 공부책 시리즈‘(과학책 만드는 법, 사회과학책 만드는 법, 에세이 만드는 법, 문학책 만드는 법, 인문교양책 만드는 법, 실용책 만드는 법, 역사책 만드는 법, 경제경영책 만드는 법)는 16칸으로 나뉜 사각형 위에 약간의 변주나 원모양이 올라간 표지를 가지고 있다. 내가 보지 못한 것일 수도 있지만 이 표지들에 대한 해석도 알고싶다. 직선과 몇 개의 칸으로 만든 표지들이 심플한 게 땅콩문고와 참 잘 어울린다. 특히 ‘인문교양책 만드는 법‘의 표지는 다른 표지 중에서도 눈에 띄게 직선적이고 ‘경제경영책 만드는 법‘ 다음으로 가장 깔끔하게 정리된 느낌이다. 나름의 해석을 달고 싶지만 모르겠다.내용:‘문학책 만드는 법‘이 원고에 집중된 경험 위주의 책이었다면 ‘인문교양책 만드는 법‘은 기획도 꽤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소설책이나 시집을 기획하는 경우는 드무니까 당연한 일이지만 이런 차이가 재밌었다.작가는 책 기획을 기획으로 먼저 접근하기보단 함께 책을 만들고 싶은 동료부터 시작한다는 내용이었다. 일한지 오래된 사람한테는 뻔한 조언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신선했다. 책 기획이라고 하면 나는 잘 팔리는 책을 만들기 위해 뭔가 노력하는 ‘뭔가‘ 정도로 생각했으니까. 이 책에서 꽤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부분은 협력이었다. 부제가 왜 <세계와 삶을 공부하는 유연한 협력자로 일하기 위하여>인지 알 수 있었다. 내가 이걸 지금 넘겨야 마케터가 한자라도 빨리 홍보물을 올릴 수 있고 내가 내 원고를 확실히 잡고 있어야 조판과 디자인을 담당하는 디자이너가 고생하지 않는다는 이야기. 당연하지만 구체적인 이야기와 부끄럽다는 고백을 함께 읽으니 또 다르게 느껴졌다. 이 책의 시작이 그닥..대단한 직업이 아니고 신비로운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야기와도 절실하게 맞아떨어졌다.+이 시리즈의 또 다른 좋은 점은 남의 출판사들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유추해볼 수 있어서다. 작가의 직장은 조판과 전체적인 디자인을 디자이너가 하는 것 같았는데 큰 출판사는 이렇게 역할이 분담될 수도 있구나 싶어 신기했다. 표지 또는 교정 교열을 외주 맡기거나 사내에 표지 디자이너, 교정 교열 알바가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신기하다. +나의 관심사가 내가 기획할 책과 닿을 거라는 작가의 조언이 너무 좋았다. 다큐멘터리 영화 ‘성덕‘을 제작한 오세연 감독처럼 흑역사마저도 기록할만한 이야기로 직조된다고 하니 편집자라는 직업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화자가 분명한 시였다.많아봤자 17살짜리 ‘여자애‘집구석은 엉망이고 가슴 속도 엉망일 것 같은 가출은 3번 정도 했을 것 같고 불안해서 엄지손톱이 반만 남아있을짧은 교복을 걸친 여자애일테지몸을 둘 곳도, 맘을 둘 곳도 없고곳곳에 자신의 미래가 될 여자들이 웃고있는 이 시집을 읽으면서 나를 스쳐간 누군가의 이름이 지나가고 누군가의 얼굴이 떠오르고그녀들을 모아다가머리끄덩이를 잡고 흔들면서 확성기로 제발 정신 좀 차려하고소리지르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발랄하고 컬러풀하고 정신없고 아픈 시제발 제발 제발너한테 막대하는 사람한테서 도망치라고 빌고싶은 시그깟 손 좀 잡아주는 남자가 뭐라고 목매냐고 소리지르고 싶은 시자신의 괴로움을 말한 시 중 이렇게까지 구체적이고 깜깜한 시는 또 처음이었다.쓰고 더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