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시대에 오신 것을 애도합니다 - 더 늦기 전에 시작하는 위기의 지구를 위한 인류세 수업 서가명강 시리즈 39
박정재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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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시대에 오신 것을 애도합니다 - 박정재

조선 후기의 영·정조의 호황기는 기후와 상관있을까? 13세기부터 시작해 19세기까지 이어진 소빙기에서 18세기는 추위에서 잠시 비켜나 있었다. 세계적으로 화산 활동이 저조했고 태양 활동이 대체로 활발해 평균 기온이 높았다고 한다. 하지만 정조 재위기에 일본의 덴메이 기근으로 100만 명 이상이 사망하고, 청나라의 경우에도 정세가 어려운 와중 기후변화에 따른 흉년으로 결국 나라가 쇠락의 길로 들어섰다. 프랑스 대혁명도 이 시기에 일어나 유럽과 아시아 전역은 곤경이었다. 와중에 정조가 다스리던 조선만은 태평성대를 누렸다고 한다.

정조 이후 순조가 조선을 다스리기 시작하고부터는 다시 또 인도네시아 숨바 섬의 화산 폭발과 저조한 태양활동으로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명나라의 경우 대기근이 발생하고 화산활동이 더 활발해진다. 일본과 필리핀에서도 화산이 분출해 지구의 기온을 떨어뜨렸다. 민란이 일어나 명나라가 폐망하고 청나라가 들어설 때도 ‘기후‘가 한 몫한 셈이 된다.

300년 전 기후와 지금의 기후를 이어서 생각해 본 적이 있나? ‘인류세‘라 해서 1980년 미국의 고생태 학자가 논문에서 처음 사용한 이후 2000년 국제 지구권 생물권 프로그램 회의에서 크뤼천이 더 이상 홀로세가 아닌 인류세라는 새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 주장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기 시작한 단어이다. 이제는 인류세의 시작이 언제부터인 가로 의견이 분분하다지만 어찌 되었든 현시점이 이전과는 분명히 다르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300년 전 잦은 화산활동과 저조한 태양활동으로 인한 기후환경 변화로 전 세계 많은 사람이 사망했다. 낮은 기온이 문제였다면 이제는 이상 기온과 날씨 변화이다. 단순히 기온의 변화뿐 아니라 그 ‘속도‘가 유의미하다는 것이다. 우리도 그 언젠가의 그들처럼 기근과 자연재해로 살아남기 힘든 시대가 도래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처럼 책은 기나긴 역사 속, 그 시대의 흐름 속 크고 작은 기후 변화들을 이야기하며 결국 인류가 이 지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인류세‘를 현명하게 책임지고 해결해 나가야 한다 이야기한다. 2015년 파리협정으로 더더욱 익숙해진 숫자 ‘1.5℃‘,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폭을 1.5℃ 이하로 제한하자는 데에 전 세계 195개국이 만장일치로 협의한 국제 조약 사항이다. 늦지 않았음을 시사하며 지금이라도 각국의 지향성과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을 기대한 이후 1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과연 우리는 얼마큼 노력했나.

기후변화가 가장 심각한 지점은 따로 있다. 세계적으로 연간 쓰레기양과 플라스틱 배출량이 가장 높은 국가인 미국에서 파리협정을 탈퇴한 이유와 비슷하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했을 때 홀로 식탁에 앉아 막걸리 한 통을 다 비우며 주절주절, 욕도 좀 했던 것 같다. 듣도 있던 아이가 전에 없이 험한 말을 내뱉는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안 돼?˝ 기다렸다는 듯 내가 말했다. ˝힘없고 돈 없는 사람들이 더 많이 죽을 테니까.˝ 아이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겠지만 결국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약자‘와 ‘소수‘에게 가해질 위해를 절대로 무시하면 안 된다는 의미였다. 예상하지 못했던 비가 억수같이 퍼붓던 날 반지하 방에 거주하던 발달장애 일가족 3명이 자신의 집에서 목숨을 잃었다. 비가 문제일까, 집이 문제일까, 장애가 문제일까. 퍼붓는 비를 예상하지 못한 기상청이 문제일까, 그렇게 거주하지 말라고 말하는데도 기어코 햇빛도 안 드는 그 방에 움을 튼 장애인 가족이 문제일까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거대한 재앙 같아 읽으면서도 무섭고, 알면서도 해결하지 못한다는 나약함과 무력함에 더욱더 불안하지만 그럼에도 끝내져버리지 않는 이유는 253페이지에 열거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 덕분이다. 24년 한 해는 텀블러 쓰기, 백색 고기 패티 햄버거만 먹기, 1번 달걀 소비로 탄소중립에 일조했다(고 생각 한다). 25년에는 어떤 목표들을 세워볼지 고민해 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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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불행한 아이 문지 푸른 문학
유니게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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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불행한 아이 - 유니게


이 책은 버림받은 아이들의 이야기가 아닌 뜻밖의 행운으로 다가온 어른들의 이야기이다.


만들어 놓긴 했는데 정작 갓난 아이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자 모두가 눈사람처럼 얼어붙는다. 섣불리 나설 수 없었을 때, 이제 갓 교회의 교인이 된 젊은 여자가 베이비 박스 안 아이를 데리고 가겠다고 했다. 그녀는 그 순간, 무엇을 가늠하고 또 무엇을 준비하고 생각할 수 있었을까? 우리의 무언가가 외부로 뻗어 나가는 데에는 사실 많은 것이 필요치 않은 것 같다. 그저, 덤덤한 용기와 호들갑스럽지 않은 호의 정도면 족하다.


찬아, 너는 엄마가 널 ‘필요’로 해서 데리고 왔다고 생각하는 거야? 네가 잘해서 엄마 아빠가 널 사랑해 주는 거라고 생각한 거야? 아줌마가 생각하는 부모는 절대 그렇지 않아. 아무도 손을 들지 않을 때 네 엄마가 손을 들어 널 안아든 건 네가 어떻게 해서가 아니라, 그냥 너이기 때문에. 다른 이유는 필요 없이 그저 너이기에 너를 받아들인 거야. 그걸 모르는 네가 이 아줌마는 무척 아팠는데, 앞으론 절대로 잊지 마. 네가 어떤 사람이건 간에 어느 누구도 널 괴롭힐 수 있는 이유가 결코 없다는 것과, 부모는 자식이 잘해서, 그게 뭐든 잘하고 잘나서 자식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는 거. 꼭 기억하고 살아! 너를 안온한 그 공간에 부풀리거나 줄이지 말고 그대로 온전히 들어차 있길 바라.


누워 있는 것도 하루 이틀, 우울증으로 빵 부스러기처럼 바스러진 엄마가 그래도 ‘살아’ 있길 바라는 아이는, 이제 갓 태어난 조그만 이복동생을 살뜰히 챙긴다. 하지만 신발을 새하얗게 빨아 신고 다니면서도 자신에게 덕지 덕지 붙었을 오물 같은 외로움과 불안감을 끝내 감추지 못하는 중학생 아이는 그저 ‘아이’일뿐이다. 그런 아이들 곁에 옆집 아줌마는 도대체 무슨 마음으로 그 아이들을 돌보고, 껴안고, 입 맞추고 사랑해 주는 것일까? 자신이 떠나며 복지센터에 신고해 아이들의 신변안전을 걱정해 준 옆집 아줌마는 달이의 말처럼 과연 ‘자기가 편하자고’ 그렇게 한 것일까?


달아, 이 아줌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어른들은 말이야. 자신이 직접 해주지 못하더라도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을 수 있는 사람들이란다. 옆집 아줌마가 그저 동정심이 많아서? 연민이 많아서 너희들을 돌봐줬다고 생각하지? 아니야. 이 아줌마도 그런 줄 알고 여태 살았는데 마흔이 넘어가고 보니 알겠더라. 사람이 사람을 구원하는 건, 들여다봐 주는 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알맞은 온도의 애정을 지속적으로 부어주는 건 단순히 긍휼히 여기는 마음만은 아니라는 것. 가르쳐 주는 거야. 사람이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지 못하고 자랄까 봐, 가르쳐 주는 거. 그래서 달이가 아주 잘 배운 것 같아. 그런 너를 이 아줌마도 꼭 한번 만나보고 싶네.


아, 할머니 얘기를 안 할 수 없지. ‘세렌디피타스’ 무슨 뜻인지 궁금했는데 라틴어로 ‘뜻밖의 행운’이라는 뜻이더라고. 할머니 빌라 이름이 왜 세렌디피타스였는지, 그제야 눈이 번쩍 떠지더라. 달아. 이제 알겠지? 할머니도 네가 본 적 없는 너의 아버지도 그렇게 네 삶 속에서 별똥별처럼 떨어져 안기는 행운들이라는 걸 말이야. 그러니 아무리 지치고 힘든 시간들이 닥쳐와도 잊지 말아. 다 태워먹은 할머니의 요리도, 다시 쓰기 시작한 할머니의 소설도 너의 자리에서 달고 또 감사하게 받아 주길 바라. 세렌디피타스! 너의 모든 날들에 기도를 보낼게. 잘 지내!


@moonji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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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답이 있다 - 과학적 혁신에 영감을 준 자연의 13가지 아이디어
크리스티 해밀턴 지음, 최가영 옮김 / 김영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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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답이 있다 - 크리스 해밀턴

친한 친구가 아로마 오일을 이용해 비누와 미스트, 립밤에서 핸드크림까지, 다양한 미용용품을 만들어 준다. 처음엔 긴가민가 했는데 막상 써보니 정말로, 정말 정말로 좋다! 화학성분 없이 식물에서 추출한 원액을 이용해 만든 용품은 실제 몸에 닿았을 때 기존에 쓰던 공산품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친구가 말하길 자연에서 얻은 성분들은 인간과 자연, 지구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고, 예로부터 좋은 건 다 자연에서 왔다는 말이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다.

이 책 <자연에 답이 있다>는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인간에게 이로운 다채로운 아이디어가 넘쳐나는 책이었다. 시간이 촉박해 끝까지 완독하지는 못했지만 책의 구성이나 시도 자체가 매력 어필에 충분했다. 바닷가재의 시력에 원리를 둔 돔형 망원경 이야기랄지, 안개에서 물을 얻을 수 있는, 특히나 물이 부족한 국가에 안개를 이용해 물을 얻어낼 수 있는 시스템이랄지, 산호를 이용한 콘크리트까지, 생성과 생산에 인위적인 환경을 조성하기에 앞서 기존에 우리가 가진 자연과 환경에서 이로운 지향성을 가지고 계발해가고 투자하는 것에 의미를 부여해 준다.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건 우리가 현재 먹고 있는 약의 대부분의 성분이 자연에서 나왔다는 사실이다. 뭐 동의보감이나 민간요법을 예로 들기도 전에 생약성분이라는 말만으로도 양약에서 활용하는 무수한 치료 성분이 이미 자연에서 제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새삼스레 인간 또한, 나 또한 자연의 일부분이라는 사실이 좀 더 커다랗게 다가온다. 공생관계에서 주고받는 시너지와 에너지를 생각한다.

최근 읽은 책 <지구 끝의 온실>과 <채식주의자>를 통해 ‘식물’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다시 한번 떠올려 볼 기회가 있었다. 어쩌면, 인류 그리고 동물이 존재하기 이전부터 존재했었을지 모를 식물들. 동물과 다른 식물이 우리에게 주는 것이 생각보다 많고 다양하다는 사실을 의미 있게 새길 수 있었다. 크고 작은 동물의 삶에서 배울 수 있는, 또 도움받을 수 있는 다양한 관점을 들여다보며 기후 위기에 앞서 우리가 답습해도 될, 어쩌면 꼭 그래야만 할 다양한 관점과 아이디어를 미리 짐작해 볼 수 있어 흥미로운 책이었다.

@gimmyoung

#도서지원 #김영사 #자연에답이있다 #크리스티해밀턴 #최가영 #혁신 #미래사회 #통찰 #과학서 #생태학 #책벗뜰 #책사애24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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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20만 부 에디션, 양장) - 경이로운 세계 속으로 숨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패트릭 브링리 지음, 김희정.조현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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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 패트릭 브링리(책벗뜰 오열 독모 후기)

고급 진 양장본, 그것도 붉은색이라 전시용으로 너무나도 안성맞춤인 책, 읽어보려고 마음먹었는데 20만 부 에디션으로 읽게 되어 반가웠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어요. 제가 독모에서도 말씀드렸는데, 측근 중 이 책을 올해의 최악의 책으로 꼽으신 분도 계셔서 은근히 걱정이 들었거든요. 뭐, 책이라는 건 완벽한 취향이기도 한데 그래도 제가 권유해서 읽고 비용을 내서 독모에 참여하는데 책이 ’최악‘이기까지 하면 주최하는 입장에서는 일면 죄송스럽기도 하거든요. 그러나 책벗뜰 독모에서 이 책은 읽기에 편안하지는 않았을지언정 어떻게로든 의미 있게 남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뤄 시작부터 신나게 독모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그중에서도 ’공간‘과 ’고요‘, ’몰입‘과 ’시간‘에 대해 꽤 깊이 있는 단상들을 꺼내주셨어요. 그림을 볼 줄 모른다는 것에 위축되는 마음, 그런 공간을 곧잘 찾지 않았던 이유가 예술, 특히 미술을 받아들이는 수동적 마음이 많았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앞으로는 좀 더 자유롭게 미술, 그리고 미술관과 영위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들으며 저 또한 깊이 공감한 부분이라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기도 했지요. 저 또한 ’공간‘으로서의 ’미술관‘을 전과 다른 마음으로 들여다보았는데요. 온전하게, 또는 완벽하게 시간 속에 멈춰 있을 수 있는 공간일 수 있다는 생각에 당장이라도 미술관을 찾아가고 싶을 정도였어요.

제가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저자의 말들‘이었어요. 이 책이 최악이라고 하셨던 분께 이유를 물으니 ’지루‘하다는 의견을 주시더라고요. 참고로 저는 이 책을 앉은 자리에서 3시간 만에 끊김 없이 완독했거든요. 제가 원래 그렇게 읽는 스타일은 절대 아니고요. 시간이 촉박해 그런 건 더더욱 아니었어요. 첫 페이지에서 얼마 가지 않아 곧바로 마음이 담뿍 적셔졌는데 바로 1장의 제목이었어요. (궁금하시죠? 이 책은 총 13장의 소제목 만으로도 충분히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모든 그림을 다 찾아보지 않았어요. 읽는 흐름이 끊기는 게 싫기도 했고, 그림 자체가 저에게 주는 의미는 저자의 문장들에 비해 굉장히 적은 의미로 다가왔어요. 그만큼 저자의 메시지에 저는 홀딱 반한 게 되겠네요.

가장 좋았던 점은 나 또한 저자와 같이 한 공간에서의 나, 그러니까 온전하고도 깊이 있는 나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와 설렘이었습니다. 이 의견은 독모에서도 많은 참여자분들이 나눠주신 말씀이에요. 이보다 더 좋은 책이 있을 수 있나요? 책이 삶이 되는 것, 그것이 궁극적인 독서 생활자의 모토 아닌가요? 단언컨대 이 책은 결코 최악일 수 없는 책입니다. 이동진이 이동진한 책이라 말씀드릴 수 있고요. 저자의 ’지루‘한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그 끝에서 만나게 되는 진한 삶의 의미들을 꼭 건져내보시길 바랍니다. 함께 읽어 더 의미 짙었던 책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저에게 이 책은 올해의 비문학 도서 베스트로 조심스레 꼽아봅니다.

@woongjin_read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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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 에밀 싱클레어의 젊은 날 이야기
헤르만 헤세 지음, 두행숙 옮김 / 문예춘추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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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 헤르만 헤세





저는 <데미안> 책을 참 좋아합니다. 이번에 읽은 게 세 번 째인데요. 세 번 째인 지금이 가장 좋았습니다. 뭐가 그렇게 좋냐 물으시면 사실, 좀 망설여집니다. 좋아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일은 생각보다 꽤 어렵습니다. 그래서 좋아하는 일 자체가 어렵기도 하고, 종종 좋아하는 이유를 찾지 못해 싫어지기도 하거든요. 어떤 책이든 대부분 좋아하지만 <데미안>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하면 그에 타당한, 합당한 이유를 꼭 대야만 할 것 같습니다.



생각을 오랫동안 해 보았는데요. 저는 이렇게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이생망을 구원하는 이야기‘



왜 그렇잖아요. 누가 누굴 구원한다? 구원? 구원이라는 말 자체가 불편하고 불쾌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면 데미안이 싱클레어를 구원한 게 아니라 ’아브락사스‘가 이 세계를 넘어설 수 있는 하나의 단초를 투척해줍니. 애초에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를 통해 기존의 통념을 뒤바꾸죠. 집의 안과 밖을 대조하며 빛과 어둠을 넘나듭니다. 스스로를 무너뜨리다가도 하나의 형상을 좇아 끝내 스스로를 져버리지 않고, 대상이 명확하지 않은 형상을 통해 내면에 들어찬 것들을 찬찬히 뜯어보게 됩니다. 불명확하고, 불확실한 것들을 계속해서 넘나들지만 단 하나, 뿌리 깊이 박힌 데미안의 존재는 가운데, 그 한가운데 깊숙이 놓아둡니다. 그것은 비단, 데미안의 존재 그 자체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책에서도 이야기하거든요. ’모든 주의와 모든 의지를 집중‘시키라고. 그것에서 도달할 수 있는 지점이 바로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길‘이 될 수 있습니다. 어렵게 생각하면 어려울 수 있는데요. 데미안이 던져준 말과 태도를 통해 결국 스스로를 일으켜 세운 건 싱클레어고요. 데미안을 포함해 다른 인물들 모두는 그런 싱클레어를 끊임없이 흔들곤 합니다. 그럼에도 싱클레어가 끝내 자살을 결심한 친구를 구원한 건 싱클레어가 데미안이 되는 과정을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해요. 뭐, 제 생각입니다. 주저리주저리.



운명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너무 막연하고 막막하잖아요. 지금 삶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만족과 불만족을 떠나 삶 그 자체로 본인의 삶을 들여다보세요. 이번 생은 망했나요? 괜찮습니다. 이번 생은 망할 걸로 치고, 다른 생 다른 세계에서의 그대도 한번 떠올려보세요. 다른 세계 속 그대를 떠올린다는 건 환생이나 부활로 다시 태어나는 걸 의미하지 않아요. 알을 깨고 나오면 됩니다. 그 알을 깨고 나오면 그대의 아브락사스가 그대를 향해 훨훨 날아들 것입니다.



독모 마지막 질문이었는데 하나 남겨놓을게요.



싱클레어가 그린 그림이 나오는 장면인데요. 베아트리체도, 데미안도 아닌 바로 자신이라는 느낌이라 이야기합니다. 그렇지만 그림은 자신과 닮지 않았다고 하지요. 그럼에도 그것은 그의 삶을 이루는 그 무엇이며, 내면이며, 운명 또는 마성이라 이야기합니다. 뒤이은 문구에서 애인을 얻게 된다면 그 얼굴일 것 같고, 그의 삶도 죽음도 그 모습일 것이라 이야기하지요. 이 장면에서 저는 지금 그대들의 운명을 한번 떠올려보라 써놓았습니다. 어떤 모습인지, 그 모습과 지금 그대의 모습을 겹쳐 보라고. 어떤 모습이라도 상관없지 않나요? 어차피 그대는 어떻게로든 그대일 텐데, 어쩌면 자신을 가장 잘 못 알아보는 건 스스로일지 모른다는 생각, 한 번쯤 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moonch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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