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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글자 낚시 ㅣ 상상 동시집 16
김성진 지음, 민지은 그림 / 상상 / 2023년 2월
평점 :
#고양이글자낚시 - #김성진
담쟁이 넝굴
올라가 보기만 한 거예요/ 얼마나 오를 수 있는지/ 궁금한 거예요/ 네?/ 제가 담을 왜 넘겠어요/
여기서 보는 하늘이 참 예뻐요/ 여기서 보면 땅이 참 작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떨어지지 않을 거예요/ 자,/ 봐 봐요/ 나도 잘하는 게 있다고요/
결국은 넘어가버릴거면서 궁금해 오르다 만 것처럼 이야기하는 담쟁이의 말들 속에서 아이들의 마음이 보인다. 올라간 그 곳에서 올려다 본 것들과 내려단 본 것들이 땅에서 보았을 때랑 어떻게 다른지, 또 걱정하지 말라는 저 당부의 말이 그렇게나 마음을 넘실거리게 만든다.
‘나도 잘하는 게 있다고요’라는 말이 마치 모든게 서툰것처럼 느껴지지만 결국 우리 아이들이 갖고 있는 마음은 어른들보다 더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고 있는건 아닌가 싶다.
시소
싸우는 소리가/ 무서워 몰래/ 집을 나왔네/ 시소에 쭈그리고/ 앉은 아이/ 언제쯤/ 집에 갈까?/ 먼저 와 앉은/ 귀신, 소리도/ 못내고/ 가만히 공중에 앉아/ 둥글게 말린 어깨를 바라보네/ 삐걱삐걱 말린 어깨/ 알아서 펴질 때까지/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시인은. 무서운 이야기가 끝난 후에 깃드는 짜릿함과 안도감이 좋았다고. 그런 감정들에 끌려 이야기 귀신이 나타나 자신에게 이야기 했을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자, 따라해봐. 나도 저런 이야길 하고 싶어.”
작가의 동시 중 귀신이야기가 많은 이유를 알고 그 시를 읽다보니 시 하나하나가 의미다 다르게 다가온다. 귀신의 존재들이 하나같이 쓸쓸하고 온정적이라는 것이다. 어릴 적 우리가 늘 마주하던 것들에서 사실 귀신들의 존재는 늘 함께 였을 텐데(아닌가? ^^) 그 귀신의 존재까지도 그 추억속에 자리를 정성스레 마련해 넣어놓은 시인들의 동시들이 나의 마음을 울렸다.
동시를 오랜만에 접해서 인지, 아니면 이 동시집이 너무나도 고품격스러운건지 잘은 모르겠지만 이 동시집을 읽으며 요즘 아이들은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깊이 있는 글들이 아이들이 대상이라는 사실이 질투가 날 정도로 좋은 글들이었다.
먼지 아이
다른 아이들 뛰놀면/ 뒤늦게 일어나/ 있는 듯 없는 듯/ 붕- 떠 있는 아이/ 먼지 아이
대체로 차분히/ 드문드문 홀로 멀리/ 갔다 오는 아이/ 먼지 아이
있다가 없다가/ 맴돌다 멈칫 멈칫/ 들여다 보면/ 어느새 착,/ 가라 앉아 있는 아이/ 먼지 아이
마음 쏠리는/ 빗금 친 구석 가에서/ 뜨문 뜨문/ 반짝,/ 빛이 나는 아이/ 먼지 아이
‘뒤 늦게 일어나 있는 듯 없는 듯’에서 가슴 속 누군가가 떠오르게도 한다. 그 먼지 아이에게서 빛나던 그 빛들도 어렴풋하게 기억난다. 그런 시간으로 돌아가 볼 수 있었다. 이 시를 만나서...
이 시들은 아이가 고학년이 되었을 때 함께 이야기 나누면 좋을 것 같아. 그만큼 아름답고 깊이 있게 다가온 시들이라는 의미다. 한 권을 한번에 다 읽기가 아까운 느낌이 들만큼 진한 여운들을 계속해서 던져 주는 동시들 속에서 먹구름 뒤덮은 늦은 오후를 따뜻하도고 풋풋한 마음으로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지금 이 시들이 나에겐 너무 힐링이다. 마음속 쉼을 선물한 작가님과 출판사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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