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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날씨를 바꾼다
서동욱 지음 / 김영사 / 2024년 1월
평점 :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 -서동욱
발제 : 하나의 시작은, 사람들이 이미 지나간, 잘 알려진 것을 그저 똑같은 방법으로 모방해서 단순하게 반복함으로써가 아니라, 출발이 ‘원칙적으로 고유하게’ 다시 시작됨으로써, 따라서 진정한 시작이 지니는 모든 난처함, 어둠, 불확실성과 함께 다시 한번 출발함으로써 되살아 날 수 있는 것이다. 41p
- 매일의 날씨와 그 날의 우리, 그 순간의 장면은 ‘원칙적으로 고유하게’ 다시 출발합니다. 그것을 알고 계셨나요? 그것을 알기 전과 후의 삶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새벽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건 아직 뜨지 않은 해가 ‘오늘도’ 뜰 것이라는 조급한 설렘이다. 정작 해가 뜨지 않았다고 해서 그것을 기다렸던 설렘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오늘은 뜨지 않았지만 ‘내일은’ 뜰 것이라는, 그 무위의 반복을 비로소 실감하는 시간이고 그 시간을 닿을 수 없는 그것들과 공유할 수 있다는 사실이 무상한 내 삶 속으로 증기처럼 끼얹어 오는 일이다.
지난 밤, 나비의 날개같은 이파리를 활짝 열어 밤이슬을 담뿍 머금은 무궁화 꽃이 제 몸을 돌돌 말아 땅으로 떨어져 내려 앉았다. 그 모습을 본 오늘의 아침이 어제와 다르다고 느끼는 건 비단 꽃의 외형이 변했기 때문이 아니다. 모두가 잠든 깊고 깊은 밤 자신의 존재를 알려 한껏 몸피를 펼쳐 보이는 달맞이 꽃처럼 무궁화도 그 모든 에너지를 활활 태워 내고서는 제 몸을 감싸 안아 다치지 않게 땅위로 떨어뜨리는 일. 그것이 밤과 아침 사이에 일어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면 어제와 오늘, 같은 건 이 지상위에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어제의 내가 오늘도 지겨운 밥을 먹고, 그 옷이 그 옷인 옷을 입고, 똑같은 길로 출근을 하고, 똑같은 사람들과 수다를 떨고, 특별할 게 하나도 없는 하루의 끝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잠이 드는 일이 반복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 밥과 옷, 길과 사람들은 어느 하나 같은 것이 없다. 반복되는 것 사이에 달콤한 철학과 환희가 숨어 있음을 발견하는 아침은 생의 모든 아침이 고유하고 또 특별하다는 걸 실감케 해준다.
새로움을 찾아 기웃대는 것에 의미를 두기보다 익숙한 것에서 새로움을 찾는 것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할애 해보는 하루가 되었으면 한다. 어제의 아이가 오늘 다르고, 어제의 하늘과 구름도 다르다. 뭐 신나는 일 없나? 뭐 재미있는 일 없나? 뭐 색다른 거 없나?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는 건 제 아무리 신나고, 재미있고, 색다른 일이라 해도 그것을 오롯이 느끼기 힘든 상태인 경우가 많다. 안온한 것에서, 익숙한 것에서, 가까운 것에서 한번 더 진한 마음과 정성과 눈길이 닿는다면 그 어떤 일보다 더욱 더 강렬한 일이 될 것이다. 나의 새로움은 어제의 익숙함 속에서 다시 찾는 일이 될 것이다. 출발.
@gimm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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