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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들의 엄격함 - 보르헤스, 하이젠베르크, 칸트 그리고 실재의 궁극적 본질
윌리엄 에긴턴 지음, 김한영 옮김 / 까치 / 2025년 1월
평점 :
천사들의 엄격함 - 윌리엄 에긴턴
올해 인문교양서는 ‘까치’ 출판사로 픽했어요. 작년 하반기 바쁘게 지내면서 장기 서포터즈 활동을 쉬었어요. 올해는 좀 타이트하게 읽고 쓰자는 욕심에 연초에 여기저기 출판사 서포터즈를 기웃기웃했었지요. 인문교양은 까치 출판사로 신청하면서, 안될 것 같지만 되면 정말 좋겠다 싶었거든요. 책을 꾸준히는 읽지만 뭐랄까, 지적 수준이 확 높아졌다거나 해박해지는 것에는 아직은 부족한 독자입니다. 이번에 고전문학들 읽으면서 저의 수준을 제대로 직시할 수 있었고 이 책 <천사들의 엄격함>을 읽으며 다시 한번 ‘아 정말, 조금만 더 똑똑하면 좋겠다’하는 아쉬움이 컸답니다.
보르헤스, 하이젠베르크, 칸트. 너무 유명한 분들이잖아요. 세 명의 공통점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름은 누구나(는 아닐 수 있지만 책을 좀 오랫동안 읽으신 분은) 알 수 있어요. 처음에 책을 받고 제목과 부제의 ‘실재의 궁극적 본질’이라는 문구들이 너무나 난해했어요. 작년 방통대 문화교양학과를 편입하고 얼마 안 가 취소를 결정했는데 그냥 다녀볼 걸 그랬어요. 저는 철학에 정말 관심이 많고, 이런 매력 있는 이야기를 참 좋아하거든요. (좋아한다고 말하면서 왜 부끄러운 거지요)
그래서 저 같은 분들도 있지 않을까? 철학을 모르는데 철학이 좋고, 책이 너무 어려운데 자꾸만 읽고 싶고, 난해하고 낯선 단어들이 빈틈없이 부어져 있어도 그 한 문장 한 문장을 천천히 휘저어가며 어떻게로든 나만의 언어로 바꿔 삼키는 과정을 싫어하지 않는, 그런 분이 또 계시지 않을까? 모르겠네요. 출판사 입장에서는 도서를 지원해 줬는데 설명 이따위로 할 거야! 싶을 것도 같은데 철학을 몰라도, 보르헤스가 누군지 몰라도, ‘실재의 궁극적 본질’같은 어려운 말을 몰라도 ‘이 책 뭐지? 무슨 책이지? 일단 한번 볼까?’하는 마음으로도 책을 펼칠 수 있어야 하잖아요. 270페이지까지 읽었는데요(총 375페이지, 어제오늘 정말 정말 정말 바빴어요). 정말 너무 어려워요. 근데 너무 재미있어요.
실재하는 것, 그러니까 눈에 보이는 것(혹은 보이지 않는 것도)의 ‘관계’나 ‘위치’에 따른 인식 차이에 대해 생각해 보신 적 있나요? 이 말은 얼마 전 서평에서도 언급했는데 각자에게 보이는 것이 다 같지 않다는 건 정말 엄청난 거잖아요. 지금 내 눈앞에 테라 라이트 맥주가 부어져 있는 노란색 머그컵이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은 모습으로 보이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정말 신비롭잖아요. 이 책은 읽는 내내 저는 ‘시공간’과 ‘관계’, ‘위치’를 조금 더 상위 선상에 올려놓고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더군다나 이 책이 재미있게 느껴졌던 이유는 전연 관계가 없어 보이는 세 명의 인물들을 안정적이게 한 테이블에 모았다는 것입니다. 세 명의 사상가는 감히 제가 그들의 삶과 업적을 운운하기에 더없이 부족하지만 적어도 이 책 속에서 그들의 삶은 명확한 과학만으로 깊이 있는 철학만으로 심미적인 문학만으로 흘러가지만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이런 책은 한 번에 후루룩 읽고 이런 내용이야! 하기에는 너무나도 아쉬운 책이에요. 필요한 사람만 볼 것 같은 묵직한 무게와 온도의 책이지만 저같이 지적 공간을 채우기 위해 보시기에 좋은 책이에요. 뒷부분도 마저 읽을게요. 어떤 세계나 대상을 마주할 때 내가 마주하고 해석하는 것과 세계나 대상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 속성은 같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 철학이 어려운 건 정답이 없다는 건데 그럼에도 그것을 계속해서 떠올려 본다는 건 그 자체로 ‘철학적인’ 사람이 될 수 있는 건 아닌가 조심스럽게 내뱉어봅니다. 가독성 정말 좋습니다. 칸트에 대한 정보나 궁금증이 있으신 분은 이 책으로 꼭 한번 만나보시기를 바라요. 마지막으로, 이런 책 정말 신선했어요. 각각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일정한 트라이앵글 안에 모이는 에너지는 ‘이성’이라는 철학의 본질을 끊임없이 떠올리게 해주었습니다. 이런 책 스무스하게, 즐기면서 읽을 날이 저에게도 오기를 바라며 책은 추천합니다!
@kachi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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