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답게 너는 너답게 - 디지털 폭력 위협에 맞서다 동화 매듭 1
이승민 지음, 주성희 그림 / 다른매듭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나답게 너는 너답게 - 이승민

일전 작은 소동이 있었다. 아이가 혼자 잘 있는 편이라 저녁 요가를 다녀왔다. 아이는 엄마 감시 없이 실컷 티브이며 게임하며 놀 생각에 어서어서 가라며 나의 등을 떠밀기까지 했다. 저녁에 혼자 두는 건 처음이라 걱정도 됐지만 끽 해봐야 1시간 반인데 그 사이 별일 있겠어? 하는 마음으로 유유자적 요가를 갔다. 마지막 사바아사나를 하는데 핸드폰 불빛이 번쩍였다. 최대한 소릴 죽여 “여보세요?” 하는데 아이가 대뜸 “엄마!” 외마디 비명처럼 부르짖는다. 직감적으로 알았다. ‘이거 무슨 일이 있구나!’ 순간적으로 몸을 발딱 일으켜 소릴 높여 되물었다. “응, 엄마야 엄마. 지아야, 무슨일있어?”

횡설수설하는 아이의 말을 들으면서 재빠르게 해석해 나갔다. 유튜브, 사촌언니, 영상, 편집, 삭제… 종합해보니 지난 명절때 사촌들끼리 모여 영상을 촬영했고, 그것을 재미삼아 유튜브에 올렸는데 곧바로 삭제한 줄 알고 신경을 껐는데 다시 보니 그 영상이 버젓이 남아 있다는 내용이다. 영상촬영은 최근 재미있게 하는 놀이라 방에서 즤들끼리 각본, 조명 대사까지 갖춘 드라마를 찍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업로드 부분은 전혀 몰랐는데 아이는 영상 속 사촌언니의 얼굴과 학교, 이름이 자막으로 드러난 것에 대해 소스라치게 놀란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는 최근 학교에서 ‘딥페이크’ 교육을 꽤 진지하게 받았다. 수업 후에도 계속해서 질문 세례를 퍼부었을만큼 심각성과 중요성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던 터였다. 와중에 자신이 저지른 엄청난(?)일을 아무런 설명없이 혼자 있는 상황에서 한방 먹으니 모르긴 몰라도 온 몸을 벌벌 떨었을 것이다.

나름대로 아이와 그 나이대에 일어날 수 있는 디지털 관련 유해한 상황들을 지속적으로 이야기 나눴다. 하지만 그건 말뿐인 설명이자, 부모됨의 흔한 주의사항쯤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최근 핸드폰을 갖게 되면서 더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았지만 실제적으로 그 위중성을 완전히 이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 소동 이후 아이와 많은 대화를 하고 있다. 아이가 핸드폰을 소지하게 된 이후로 놀라운 일을 수차례 겪었다. 자신의 계정으로 할 수 있는 것, 콘텐츠의 유무해성과 진위여부 나아가 개인 정보나 알고리즘 등 “초등학교 갔으니까 핸드폰 사줘야지!”의 문구처럼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아이들은 랜선세계에 대한 이해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그냥 유튜브나 좀 보고, 가벼운 아케이드 게임 한두판 하고, 뭐 친구랑 소통해야 되니까 카카오톡 단톡방 한 두개 드나들면 그게 핸드폰 하는거지, 라고 생각하면 정말이지 오산이다.

그걸 알려주는 교육과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느낄 정도로 지도해야 할 부분이 많았다. (밤비야, 보고 있제?) 이 책을 애정하는 인친님 피드에서 보고 거두절미 손을 들었던 이유는 이렇게 설전하는 나조차도 제대로 알고 있는 부분이 적다는 사실을 진지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직업적으로나 그것과 관계된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면 이런 부분을 자세히 알기 어려운데 친절한 책을 통해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도 디지털의 세계에 대한 이해가 장려되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디지털소외 파트가 인상적이었다. 단순히 폰이 있니? 없니? 로만 나누면 안될뿐더러 핸드폰이 없어서 아이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지점만 보면 까지껏 뭐라고, 그냥 사줘! 생각이 들겠지만 후반부 아이들이 기관을 직접 찾아가 조사하고, 경험하며 과제를 수행하는 모습을 통해 지금의 많은 부모들에게 의미있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핸드폰의 유무는 이제 큰 의미가 없다. 개인 소유의 핸드폰이 있든 없든 아이들은 무방비 상태로 내몰려져 있다. 조너선 하이트가 언급한 ‘화성’으로 아이들은 이미 보내지고 있다. 그 곳이 어떤 곳인지 어른인 우리들도 잘 모르니까 지금은 염려스럽지 않겠지만 얼마 안가 화성으로 간 아이들이 더이상 우리가 생각하는 이전의 아이들은 아닐것이라는 것에 한표를 던진다.

좋은 책을 건네 받았다. 앞으로 수업이나 강의 때 십분 활용할 예정이며 초등 학생들이 직접 읽어보길 권한다. 책 속에서 마주하는 상황과 사람들이 결코 옆 반 아이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이들도 꼭 배울 수 있길 바란다.

@hyeryonkim
@differentknot_books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