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대를 위한 기후 수업,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호프 자런 지음, 애슝 그림, 김은령 옮김 / 김영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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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 호프 자런

이 책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는 호프 자런 교수가 십 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좀 더 이해하기 쉽게, 또 명료하고 임팩트 있게 기후에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대들의 잘못이 아니다, 그대들이 책임져야 하는 문제도 아니다, 다만 이제는 멈춰서 지난 시간들의 과오를 관심 있게 들여다봐야 한다! 그러면서 저자가 말하길 일상부터 찬찬히 들여다보라는 것. 그 문장 속에서 뭔가 작은북소리가 둥둥 울렸다. 아무렇지도 않았던 일상이 뭔가 문제투성이로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문제라 해서 부정적인 불안이나 두려움이 아닌 충분히, 나의 작은 에너지 만으로도 바뀔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 기운이 온몸을 감싼다.

작년 이슬아 작가의 <날씨와 얼굴>이라는 칼럼집을 보고 완전한 비건 한 명보다 비건을 지향하는 아홉 명이 훨씬 더 지구에 이로울 것이라는 의견에 깊이 공감했다. 지향하자,는 생각이 들자 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거창할 것도 내세울 것도 없지만 내가 지향하는 지구의 이로움,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프랜차이즈 햄버거를 좋아한다. 하지만 닭고기 패티가 들어간 버거만 먹기로 한다. 붉은 고기보다 백색 고기가 더 적은 곡물로 더 많은 고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정보를 얻고는 곧바로 실천했다. 텀블러를 챙긴다. 테이크 아웃은 무조건 텀블러를 쓰기로 한다. 어쩌다 일회용 컵을 쓸 때도 있지만 그것 또한 너그럽게 이해하고, 다음번에 더 잘 챙기자 다짐한다. 1번 달걀을 소비한다. 가격도 비싸고 아무 데서나 팔지도 않지만 최대한 구할 수 있는 선에서 1번 달걀을 구매한다. 쿠팡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지만 달걀 한판에 따라오는 포장이 실로 어마어마하다. 현재 내가 1번 달걀을 살 수 있는 점포를 확인한다.

겨우 그거?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것에 들어가는 에너지와 비용에 나의 가치를 묻는다(bury). 현재는 이 세 가지를 꾸준히 실천하려 노력한다. 이렇게 남은 나의 삶에서 매년 한 가지씩만 추가한다면 언제고 책에서 보았던 이슬아 작가의 말들에 조금씩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저자는 친절하게도 마지막 부록에서 ’우리가 해야 할 행동‘이라 해서 5가지 솔루션을 제안한다. 거창한 움직임 이전에 현재의 일상과 나의 주변, 그것을 받아들이고 생각하는 나의 가치관을 한번 점검해 봄으로써 우리에게는 이미 변화가 시작될 거라 이야기한다. 이제 그대들도 선 안으로 들어와야 할 때다. 모두가 같은 곳을 바라보고 더 커다란 선을 그어간다면 80억 명의 지구인들이 변하지 않을 도리가 없을 것이다. 그렇게 갖는 희망을 부디 하찮게 보지 말기를.

1단계 나의 가치관을 살펴본다
책 속 주제 중에 가장 중요하게 느껴진 주제(기아, 생태계 파괴, 온난화 등등)를 정해 그것에 기꺼이 희생하고 감내할 수 있는 문제를 정해 보라 한다.

2단계 정보를 모은다
나의 일상과 나의 가치관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자신의 습관과 물건들을 둘러보라고 한다.

3단계 가치관에 맞게 활동할 수 있을까?
실행할 수 있는 변화를 ’하나‘만 골라보라고 한다. 조금 덜 사고, 조금 더 포기하라고 힘주어 이야기한다.

4단계 자신의 가치관에 맞게 개인적인 투자를 할 수 있을까?
카페에서 카푸치노를 한 잔 마시는 것도 투자가 될 수 있다. 카페의 위치나 직원을 대하는 태도, 원두나 우유에 필요한 사육환경, 운송 시스템까지. 많은 것들을 고려해 환경과 기후를 위해 실천하고 있는 카페를 후원하거나 그중 두세 가지만이라도 지켜 나가는 카페를 찾아 이용하는 건 어떠냐 제안한다.

마지막 5단계 여러분이 속한 기관이나 단체를 여러분의 가치관에 맞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나 하나가 아닌 속해있는 조직이나 단체에도 그것들의 소중함과 중요함을 동요시키고 함께 노력할 수 있다면 변화가 가능하다 이야기한다.

@gimmyoungj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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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요, 벤 돌드럼스! 봄날의 그림책 7
헤더 스미스 지음, 바이런 에겐쉴러 그림, 이계순 옮김 / 봄날의곰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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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요, 벤 돌드럼스! - 해더 스미스/ 바이런 에겐쉴러


힘들어하는 그를 향해 당신이 내민 것은?

이른 새벽녘, 아래층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사위가 어둑해 완연히 아침이라고 보기 어려운 시각, 모두가 고요히 잠든 시각에 아이의 울음소리가 방안을 그득 메운 아래층에서 아이의 엄마는 어떤 마음일까?

아이들이 훌쩍 크니 이전만큼 손이 가지 않는다고 한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유난히 여유로워 보였다. 한참 이런저런 이야기는 나누는데 친구가 말한다. ˝요즘, 좀 그래. 그냥 좀, 뭔가 우울해.˝ 그런 친구는 자신만의 방편으로 끊었던 담배를 피운다고 한다. 모든 식구들이 다 빠져나간 텅 빈 집에 남아 친구가 빼어 문 담배는 과연 어떤 맛일까?

우연찮게 시작한 사업은 생각보다 매웠다. 열불나게 뛰어도 해결되는 건 미비하고 온갖 곳에서 모두 자신만 찾는다고 한다. 회사라는 곳은 여러 사람이 각자의 맡은 소임을 책임감 있게 해 냈을 때 원활하게 돌아가는 곳. 모든 게 서툰 남편은 하루하루 날이 갈수록 수척해지고 비대해져갔다. 빛나던 눈빛은 말라갔고, 건강했던 몸은 불필요한 모습으로 비대해져 갔다. 그런 남편에게 무슨 말을 건넬 수 있을까?

살아가다 보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마주치게 되는 크고 작은 우울함들, 슬픔들, 고뇌들, 아픔들. 나의 슬픔을 포함해 주변인의 슬픔은 일정량 나에게도 전가해오기 마련이다. 이 책 <일어나요, 벤 돌드럼스>에서는 20대 대학생인 벤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고, 그것을 알게 된 이웃 주민들이 그를 다시 침대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 자신만의 방법으로 마음을 전달하는 이야기다.

우연히 엘리베이터에서 아래층 아기 엄마를 만나면 자동으로 환히 웃으며 잠시 담소를 나눈다. 아기 엄마의 웃음 안에 묶여져 있는 우울함이 보인다. 내가 그것을, 그 시간을 통과해 와서 그것이 보이는 것이 아닌 그 아기 엄마만의 우울함일 것이다. 그 우울함을 덜어내 줄 수는 없지만 ˝너무 잘하고 있으세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닌데, 정말이지 대단하세요.˝라며 작고 작은 추앙을 보내드린다.

담배를 피운다는 친구에게 어떤 것을 하더라도 죄책감을 갖지 말라는 조언을 놓치지 않았고 이전보다는 자주 얼굴을 마주 보며 밥을 먹자고 했다. 매년 생일 즈음, 친구에게 선물해 주던 책을 다시 보내주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바뀌어버린 남편을 원망하고 안쓰러워하는 대신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발견할 수 있게 아내의 자리에서 해 줄 수 있는 조언을 건넨다. 가장이라는 명판으로 자신의 빈자리를 빼곡히 매우지 말라고, 모든 걸 가족에 희생하지 말고 스스로를 건사하라고. 스스로를 돌보고, 돌아보라고.

그들에게 보낸 미소와 추앙, 따뜻한 말과 책, 존경의 눈빛과 구원의 조언이 책 속 프리다가 건넨 낡은 빗자루가 되었을까?

프리다가 건넨 낡은 빗자루는 나에게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켰다. 공감이나 위로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보다 실제 고통의 한 가운데 있는 사람들에게는 소소하지만 결코 소소하지 않은 직접적인 무언가(비단 물질적인 것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를 건 네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 그것에 더 많은 고민을 할 수 있고, 그 고민은 앞으로도 무조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각자의 방법대로 벤을 위로하지만 결국 벤을 침대 밖으로 끌어낸 건 그 낡은 빗자루라는 것.
이것이 지금 나에게, 또 우리에게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더불어 그들에게 내밀 수 있는 각자의 빗자루를 떠올려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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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운동을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 - 10년 차 망원동 트레이너의 운동과 함께 사는 법
박정은 지음 / 샘터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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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운동을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 - 박정은

평생 몸을 잘 썼다. 잘 썼다…니 뭔가 조금 더 부연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유년기에서 청소년기 몸이 날렵해 어떤 운동을 해도 금세 익히고 즐겼으며 이십대에도 웬만한 담은 타넘을 수 있었고, 이소라의 다이어트 비디오를 필두로 매일 밤 기본 스트레칭이며 홈트를 꾸준히 했다. 몸이 마른 편이었는데도 더 예쁘게 말라보이길 바랐고(고백하자면 나에게 예쁜 몸은 김민희 공효진이었다는) 30대가 들어서면서는 회야천 둔치를 밥먹듯이 걸어다녔다. 출퇴근 3~40분 거리는 무조건 걸었고, 30대 초반 급작스레 체중이 9kg 쪘을 때는 두 달동안 매일 초등학교 운동장을 1시간씩 돌고 25층 아파트 계단을 미친듯이 오르내렸다.

따지고 보면 몸을 그냥 내버려 둔적이 거의 없는 내가 그럼에도 운동을 해본적 없다 말한 이유는 비용이 드는 운동, 그러니까 명확한 이름이 있는 운동을 해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헬쓰장이니 요가니 배드민턴이니 수영이니. 그런 종목이 명확한 운동은 해본적이 없다. 이유는 낯을 가리는 소심한 성격과 경직된 분위기, 스스로가 핸디캡으로 혹은 컴플렉스로 느끼는 지점에서 극복이 안되었기 때문이다. 그랬던 내가 올 해 5월부터 ‘요가’를 시작했다.

동기는 단순했다. 최근 급격하게 또 빈번하게 느껴지는 고관절 통증과 연초 5천보 걷기를 3달만에 포기한 것에 대한 실망과 어떻게로든 움직임을 이어가고 싶은 갈망이자 욕구였다. 나이 들면 관절 문제로 고생한다던데 벌써부터 고관절이나 무릎이 원활하지 않으니 심적으로 불안하고 무서웠다. 기존 요가를 꾸준히 한 친구가 있어 다행이었다. 어렵지 않게 부담스럽지 않게 시작할 수 있었다. 첫 달 뭣모르고 무작정 달려가 원장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여 몸을 움직이는 시간이 무척이나 달았다.

실제 몸이 변하고 있다 느낀 건 한참 후였는데 이를테면 십수년 전 오십견이라고, 이름도 슬픈 동결건 진단을 받고 용번 처리도 힘든 상태가 되어 한의원을 찾은 것이 30대 중반이었다. 도서관 근무 4년차에 얻은 엘보와 오십견은 이후 몸을 쓰는 데에 어떻게로든 방해가 되었고 35살에 아이를 출산하고는 몸을 움직이는 것에 최소한의 에너지와 근육만 쓰며 부스러기같은 체력을 아끼고 아꼈다. 그런 비루한 몸뚱아리가 요가 한 달만에 숨겨졌던 복근이 어렴풋 드러나고 안넘어가던 팔이 등뒤로 넘어가며 온 몸이 팽팽해지는 걸 실감할 수 있으니 재미있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요가로 몸을 움직이고 어려운 동작을 따라하는 수련의 과정은 나에게 꼭 맞는 옷을 입은 듯 즐겁고 기뻤다. 온 몸이 적당히 조이는데 40대가 넘어가며 덕지 덕지 붙은 지방들, 그러니까 흔들리는 살들에 묻혀 제대로 보이지 않으니 답답했고, 가볍게 아침 걷기를 시작으로 유산소운동을 병행했다. 지금까지 러닝앱으로 3km가량 걸으면서 뛰는 챌린지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살이 빠지는 건 당연지사, 따로 식단조절을 하지 않는데도 지방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나는 운동하는 사람이야’ 라는 당위가 그렇게나 뿌듯하고 행복할수가 없다. 그저께 오랜만에 오래전 직장동료들과 식사자리가 있었다. 자주 보는 측근들이야 내가 운동을 한다는 것, 체중이 감량되었다는 것등 근황을 잘 알아 따로 달라진 점을 발견할 수 없었겠지만 직장동료들은 날 보자마자 한마디씩을 건넸다. “어? 뭐야, 왜케 예뻐졌어?” “살이 빠진거야? 넘 건강해 보인다.” 등 놀라움을 동반한 칭찬이 끊이질 않았다. 십수년동안 만나온 그 분들에게도 지금의 나는 뭔가 달라보였던 것이다. 운동을 한다는 나의 말에 눈이 휘둥그레지며 어떤 운동이냐 되묻는다. 러닝이랑 요가를 열심히 하고 있어요!

운동이라는 것이 비단 몸무게를 줄이는 것이 아님을 운동을 열심히 하는 지금에야 비로소 느낄 수 있다. 운동은 오롯이 나를 위한, 나를 향한 움직임이고 선물이라는 걸. 그 시간속에 푹 젖어 있는 지금 만난 책이다. 제목에 단박 마음이 끌렸다. 나또한 운동이라는 것이 거창하고 또 부담스럽고 무서웠던 시기가 있었다. 그것을 시작한다는 것의 부담과 두려움, 귀찮음과 게으름까지. 모든 감정을 골고루 느꼈던 1인으로서 이 책이 전하려는 메시지가 온전히 와닿았다. 최근 인바디 체중계로 신체의 이모저모를 체크하고 있는데 그 수치가 정확하다고는 생각지 않지만 최소한의 몸상태를 어느 정도 보여주고 있다 생각해 수시로 체크했다. 하지만 이 책을 다 본 지금은 그것의 수치보다 실제 보여지는 내 모습과 모든 움직임 속에서 내가 느끼고 바라보는 실제의 나를 더 믿어보기로 한다. 보이는 근육이나 나타나는 숫자는 부수적인 것이다. 체지방율이 낮다고 해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어떻게로든 움직임을 이어나가는 스스로를 기특해 할 일이다.

운동을 시작하기에 뭔가 걸림돌이 있으신 분이나 시작은 했지만 뭔가 혼자 해내기 부담스럽고 두려우신 분, 운동이 결국 건강보다는 스스로에게 전해주는 강렬한 사랑이라는 걸 느끼고 싶으신 분이나 단 한번도 운동이라는 걸, 그러니까 운동이라 이름 붙일 만한 움직임을 해 본 적이 없으신 분들에게는 무조건 강력 추천드리는 책이다. 저자의 인스타그램까지 찾아가 직접 피드를 살펴 보았고, 이런 마인드의 트레이너가 운영하는 공간은 단순한 건강을 너머 잃어버린 자존감과 스스로에게 향하는 환대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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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든 분식 - 제1회 문학동네초승달문학상 대상 수상작 초승달문고 52
동지아 지음, 윤정주 그림 / 문학동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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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든 분식 - 동지아

저학년 어린이를 타깃으로 문학동네에서 처음 제정된 공모전 ’초승달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문학동네어린이 문학상은 익히 알고 있는, 이를테면 ’긴긴밤‘, ’5번 레인‘같이 굵직한 작품들이 배출된 큰 공모전이다. 그런 문동이 25년 만에 새로운 문학 공모를 제정했다. ’저학년 동화‘라는 타이틀로 말 그대로 초등 1~3학년 아이들이 무리 없이 혹은 재미있게 또는 공감되는 동화를 선보일 예정이다. (개인적으로 무척 반가운 소식이다)

서평단으로 책을 받자마자 별다른 정보 없이 책장을 펼쳤는데 아이가 단박 탄성을 지른다! ”엄마, 얘가 나랑 같은 반이야!“ 아닌 게 아니라 공감 가는 포인트가 많아 엄청난 몰입감으로 책을 읽어나갔다. 아이 학교 앞 ’짱곰‘이라는 분식집이 있는데, 작품 속 해든 분식집의 풍경이 짱곰분식집과 꽤 비슷한 모습이어서 아이가 굉장히 흥미로워했다. 아이들에게는 그렇게 단순하지만 나와 비슷한 무언가에서 단박 흥미를 느끼기 때문에 2학년, 분식집, 닭강정! 이 세 가지 조합만으로도 이미 끝났다 싶었다. 아닌 게 아니라 아이는 직접 읽어주겠다며 낭독을 하는데 2학년 여자아이, 즉 강인이로 빙의되어 진심으로 즐거워하면 책을 읽어나갔다.

특히나 좋았던 건 작품 속 주인공인 강정인, 2학년 여자아이의 시점으로 따라가는 상황들이 너무나도 익숙하고 또 자연스러웠던 점이다. 주인공 소녀에 우리 딸아이의 이름을 집어넣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그러니까 너무나도 2학년스럽게, 또 총명하지만 수줍고 익살맞은 아이들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표현하고 있었다. 판타지 요소가 가미되어 뒷부분, 우스꽝스러운 상황들이 연출되기도 했지만 끝내 아이의 눈에 비치는 가족, 엄마와 언니, 친구들의 모습에서 이 작은 아이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가 결코 장마나 소나기처럼 궂은 비같이 눅눅하지 않다는 걸 마지막 땡땡이 우산이 펼쳐질 때 비로소 느낄 수 있었다.

작가 이름이 아이의 이름과 같았다. 돌이켜 보니 이 책은 아이의 흥미를 잡을 수 있는 요소가 넘쳐났던 책이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는 한 호흡에 책을 읽어나갔고,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며 더 많은, 더 좋은, 더 재미있는 작품들을 많이 소개해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문학동네 초승달 문학상은 앞으로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며 응원하겠다. 추천한다!

@kidsmunh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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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
문경민 지음 / 김영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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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 - 문경민

문경민 이름 석 자에 고민 없이 서평단에 지원했다. 작년 책벗뜰 독서모임 ‘청년 준수’(청소년문학 독모)에서 함께 읽었던 <훌훌>을 비롯 <열세 살 우리는>까지 작가님의 책들을 통해 청소년을 타깃으로 한 문학작품 속에서 크고 작은 메시지와 사유들을 건져낼 수 있었다. 독모 중 작가님이 중년의 남성이라는 사실에 참여자분들이 놀라서 눈이 동그래지셨다는. 당연히 감수성 짙은 여성작가일 거라 생각했다는 말에 문경민 저자가 가진 특유의 섬세함과 부드러움을 더더욱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sf 소설의 전형으로 2080년대를 배경으로 대전쟁 이후의 인간 군상을 그려내고 있다.

<지구 끝의 온실>과 크게 오버랩 되어 오히려 읽기가 편했고, 처음 등장인물관계에 초점을 두고 메모도 열심히 해가며 읽었다. 눈길이 머무는 문장이 ‘이번에는 내가 널 구했어’였는데 중요한 맥락이 아니었음에도 그 문구에 눈길이 박힌 걸 보면 이 책은 아마도 인간이 인간을 구원하고, 인간이 세상을 구원하고 서로가 서로를 구원하는 과정에서 잃어버리고 지워지고 사라져간, 결코 사소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구나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결론이 어땠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나는 이런 장르의 소설이 주는 묘미는 결론이 아니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사랑하는 것들이 사라지고, 지켜내야 할 것들을 잃어버리고, 살아남아야 하는 것들이 죽어가고 남겨져야 하는 것들이 지워지는 그 무수한 과정 속에서 진정 우리가 지켜내고 사랑해야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덩그나미 남겨놓는다는 걸 나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살아지지 않는 삶을 살아내야 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 더 이상 남는 게 없는 곳에서 남아야 하는 이유를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도 그것과 대체될 수 있고, 어떤 선택 하나가 생과 사를 갈라 놓을 수 있는, 그런 이야기들을 읽어내며 소설이 단지 소설일 뿐일 순 없는, 그래서 우리는 소설을 읽고, 문학을 붙잡고 살아야 한다는 아름다운 사실을 한 번 더 확인했다.

하나, 조금 아쉬운 부분은 스토리 전개에 힘을 많이 쓰셨던지 이전 작품에서 느꼈던 살아 있는 문장이나 섬세하고 부드러웠던 정서가 느껴지지 않아 조금 아쉬운 작품이다. 하지만 책을 펼치면 웬만해서는 쉽게 접을 수 없는, 가독성에 있어서는 정말이지 갑인 소설이었고, 김초엽의 <지구 끝의 온실>과 함께 읽기를 추천한다. 디스토피아에서의 인류가 어떤 것들을 향해 나아가는지를 소설을 통해 흥미롭게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gimm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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