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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목욕탕 ㅣ 파란 이야기 24
정유소영 지음, 모루토리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1월
평점 :
‘실수’가 있었기에 ‘살 수’ 있었다
<그때 목욕탕 / 정유소영>
#도서지원 #나는엄마다7기
올해 초, 아이가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평소, 중요하게 생각하며 매순간 아이에게 올바른 가치를 심어주기 위해 애쓴 지난날들이, 하루아침에 재활용 박스처럼 납작하게 분해되었지요.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용서는 물론이고 이해와 납득조차 되지 않는 커다란 실수였지요. 어쭙잖게 부모가 되어 9년 가까이 고군분투하며 나름대로 좋은 부모이고자 갖은 노력을 했는데 지난 노력이 산산이 부서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나마 현명하게 대처했다고 생각되는 지점은 사실을 인지한 즉시, 아이와 깊이 있게 대화하고, 대책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담임 선생님께 장문의 편지를 올리고, 아이가 직접 머리 숙여 사과하는 것으로 일을 쉬이 무마시키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그 밤, 아이 앞에서 눈물 지으며 너의 잘못을 함께 짊어지고 싶으니 지금이라도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러 가자고 하니 아이는 닭똥 같은 눈물을 펑펑 흘려 냈습니다. 그런 아이의 눈물에 저도 원 없이 눈물을 쏟았고요.
용기가 없다는 아이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뭘까. 보호자의 입장에서 제가 사과를 드리는 건 당연하고요. 아이가 진심으로 사과할 수 있는 힘을 주고 싶었습니다. 밤새 잠을 설치고 다음 날 새벽, 책상에 앉아 선생님께 드릴 편지를 쓰며 한 번 더 눈물을 쏟아냈습니다. ‘아이에게 잘못을 뉘우칠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 그 편지를 쥐고 학교로 갔을 아이의 마음이 이제야 아프게 다가옵니다.
선생님은 편지를 확인하고 또 아이와 대화를 한 후 저에게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오셨습니다. ‘어른들도 완전무결하지 않듯이 아이들도 마찬가지이지요. 아이들의 도덕성은 부모의 양육태도나 주변 환경, 경험,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가랑비에 옷 젖듯이 조금씩 조금씩 발달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머니의 노력 덕분에 아이는 잘 자라고 있고, 앞으로도 잘 자랄 거라 믿습니다.’
선생님이 전해주신 문구에서 저는 또 한없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나 혼자 잘났다고 아이를 잘 키웠니 마니, 자족하고 오만했던 제가 그제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나 하나의 역할을 절대적 기준에 놓고, 내 새끼면 그건 용납 못 하지, 어디서 그런 걸 배웠어! 따위의 같지 않은 생각들로 아이를 탓하고 또 못난 스스로를 앞세웠던 엄마 전현옥의 한 단면이 이 일을 계기로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아이의 실수는 저의 실수였습니다. 그럴 수도 있는 것이라는 관용과 연민 이전에 엄마 자격으로의 제 입장을 내세워 아이를 몰아붙였습니다.
살아오는 동안 많은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유독 아이 양육에 있어서의 실수는 더욱더 뼈저리게 다가오는데요. 흐르는 세월 속에 망각된 지난 육아에서의 저를 쉽게 잊었었다는 걸 뒤늦게 알았습니다. 어쩌면 아이보다 더 많은 잘못을 저질러 왔음에도 아이 앞에서 잘잘못을 따져 물으며 상처를 주었으니, 저의 그때를 깨끗이 밀어줄 ‘그때 목욕탕’에서 때를 확, 밀어내야겠습니다.
어쩌다 보니 저의 반성문 글이 되었지만 이 책은 제가 올해 뽑은 동화책 중 베스트입니다. 앞으로 계속 언급할 예정입니다. 초등 고학년 이상 청소년 독서모임도 구상 중입니다. 좋은 책을 만나 좋은 생각을 떠올리고, 또 이렇게 한편의 글로 정리해 볼 수 있어 뜻깊었습니다. 추천드립니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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