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카페의 엔딩 - 카페 창업의 기쁨과 슬픔
박상현 지음 / 마음연결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의 엔딩

#도서협찬

달리기를 만나기 전과 후로 나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 그깟 달리기가 뭐라고. 인생이 바뀌고, 삶이 달라지냐 믿지 못하겠지만 이제 와 이것에 대한 소회를 나열할 수 있는 책을 만나 핑계 삼아 이야기해보려 한다. 몇 해 전부터 징크스처럼 매년 여름이면 한 풀이 꺾인다. 누가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꺾일 풀이 드셌던 것도 아닌데 희안하게도 그맘때가 되면 땅 밑으로 온몸이 스며든다. 형태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으깨지고 나서야 비로소 정신이 드는. 그 가을의 끝자락에서 달리기를 만났다.

기억하는 가장 어린 나이부터 달리기를 하기 직전까지 나는 무척이나 피로한 삶을 살았다. 어떻게로든 진심을 보여야만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사람들의 인정을 애정으로 착각해 그것을 받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다. 감정의 너울을 피할 도리 없이 온몸으로 맞섰지만 매번 나자빠지기를 밥 먹듯, 아무도 곁에 없어 내가 그리도 흔들린다고 생각했고, 세상천지 기댈 곳 없는 삶이 초라하고 서러웠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정작 치인 건 마음이었는데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운동을 시작했다. 안 해 본 거, 남들은 다 하는데 나는 못 해본 거, 그래 그거 하자. 달리기를 시작하고부터는 달리기만 한 게 아니었다. 역동하는 몸은 비단 운동만을 위한 움직임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 몸을 벗어나지 못하는 완벽하리만치 적확한 나를 비로소 마주하게 해주었다. 그 어떤 책 속에서도 만나지 못한 통찰이었다. 그간 내가 맞서고 있었던 건 세상과 타인이 아니라 나와 내 마음이었다는 생각에 자꾸만 눈물이 솟았다. 외롭고 초라한 작은 아이와 적을 치고 그렇게 대립하며 이겨먹으려 했으니 그 아이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책벗뜰을 비롯, 내가 하는 일이 나를 보여주는 일이라 생각했다. 되도록 진심으로 사람과 삶을 대하려 했지만 정작 내가 보여주고 싶었던 나는 그런 모습이 아니었다. 진심 속에 숨긴 후지고 지질한 내가 자꾸만 나를 불러 세웠다. 후지고 지질한 모습으로도 타당한 애정을 받고 싶었다. 정작 그런 내 모습을 마주하고도 이전과 같은 마음으로 나를 바라보는 이는 없었고, 결국은 내가 무언가를 내주어야지만 눈과 손과 몸을 돌려세우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상처받고 또 아파했다.

이 책 문구의 ‘엔딩’에 한참 눈과 마음이 멈췄다. 나의 달리기가 무수한 시작점을 만날 수 있었던 건 그것이 결국은 끝이 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의 책벗뜰은 또 하나의 나라 쉽사리 그것을 부숴버릴 수는 없었지만 사실은 알고 있다. 그 또한 결국 끝이 날 것이라는 것을.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내 몸을 온전히 이해하게 된 것처럼, 책벗뜰을 하면서 나라는 인간의 본성과 정체성을 온몸으로 만날 수 있었다.

어디서든 달릴 수 있다면 나는 행복할 자신이 있고, 어디든 내가 앉아 있는 공간은 또 하나의 책벗뜰이 될 수 있다는 걸 이제야 뒤늦게 알게 되었다. 그것은 온전히 나를 만날 수 있었던 달리기가 없었다면, 또 하나의 나로 대변되는 책벗뜰을 열지 않았더라면 결코 알 수 없었을, 어쩌면 내 생애 가장 의미 있는 해답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전히 많은 사람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부단히도 애를 쓴다. 나 역시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 사람과, 그 사람이 만들고 꾸려나가는 공간, 또 그 공간과 관련된 또 다른 사람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마주하며 우린 어쩌면 이미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떤 실패는 무언가의 사라짐이 아니라 또 하나의 태어남이라고. 그래서 뭔가를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든다면 잃어버린 그것의 본질을 이미 가져본 것이라 스스로를 경애하길 바란다. 그리고 다시 한번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그때에도 지금처럼 응당 실패할 것을 마땅히 받아들이고 시작해 보길 바란다. 그 끝은 다시 실패가 아닌 또 하나의 경험으로 남을 것이니.

@nousandmind

#어떤카페의엔딩 #박상현 #마음연결 #창업 #공간 #카페 #에세이 #에피토미 #책벗뜰 #책사이애0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석에 반하여 수전 손택 더 텍스트
수전 손택 지음, 홍한별 옮김 / 윌북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입장을 갖는다는 것

언제고 우연한 서평 강의에서 들었던 말이다. 소화하기에 부담스럽거나, 실제 따라가기가 버거운 책은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최대한 수집한 후 읽어보라는 조언이었다. 당시만 해도 고전 문학이나 역사적 배경이 유의미한 작품에는 엄두를 못 내던 빈약한 독자였기에(지금도 딱히) 조언에 힘입어 적어도 ‘시도’는 할 수 있게 되었다.

큰마음 먹고 ‘벽돌 책 깨기’라는 단체 방을 만들어 2년간 4대 벽돌책(사코총이)을 읽었고, 책을 읽는 내내 유튜브나 브런치, 블로그 등에서 책에 관한 해석과 비평, 감상과 서평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혼자서는 내용을 소화 또는 해석할 방안이 묘연했기 때문이다. 이제 와 그때의 정보들이 나이 독서에 큰 도움이 되었냐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렇게 받은 도움은 단순한 ‘정보’를 얻는 것에서 제 할 일을 끝냈고, 책을 읽은 후 나에게 남은 건 정보가 아닌 ‘순수한’ 질문이었기에 결과적으로 도움은 되었겠으니 유의미한 도움은 아니었다고 판단해 본다.

최근 오래 참여한 글쓰기 모임을 탈퇴했다. 이유는 ‘피드백’이었다. 매주 한편의 글을 쓰고, 그 글에 관한 피드백을 온라인 화상을 통해 이야기 나누는 방식이었다. 좋은 시스템이라 처음엔 서로에게 전달하는 피드백이 무척 의미 있었고, 또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나의 글을 크로스체크해 볼 수 있어 고마운 마음이었다. 하지만 3년이라는 시간이 쌓이다 보니 참여원들의 글에서 읽을 수 있는 나만의 해석이 점점 힘을 잃어갔다. 어느 순간 형식적이거나 예의상 건네는 멘트로 점철되는 피드백 수준에 스스로가 아연실색. 누군가의 글을 피로하게 읽어낼 에너지도, 누군가 나의 글을 읽으며 나눠주는 귀한 말을 온전히 담아 들을 정성도 고갈되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돌이켜 보면 상대 글에 대한 피로감보다는, 나의 글이 온전히 완성되어 있지 않다는 데서 오는 회의감과 무력감이었으리라.

누군가의 글과 작품에 나는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오는 불가피한 피로함 들을 조금은 내려놓고 싶었다.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서면 하고 싶은 말이 손톱의 거스러미처럼 불쑥 솟는다. ‘책쓰기 프로젝트’의 지원을 받아 발간된 에세이집을 읽다 말고도 언급하고 싶은 말들이 책 가름끈처럼 성가시게 매달린다. 하지만 그것들을 나는 얼마나 자유롭고도 솔직하게, 또 진정성 있게 표현할 수 있나. 이내 머릿속을 말끔히 빗질하고는 조금 전 나의 단어들이 몸속 어딘가에 속속들이 박혀 있기만을 바라게 된다.

이 책 『해석에 반하여』는 예술(문학, 영화 등)에 가하는 비대한 집단 지성에 ‘반’하는 수전 손택의 빨간 맛 에세이집이다. 수전 손택의 글을 처음 접한 나로서는 왜 이제야 읽게 되었을까? 싶을 만큼 강렬한 필력이다. 2004년 타계하셨고, 마지막까지도 반전운동에 쓸모를 다하신 분이다. 누군가, 그것도 여성이 남성들이 주류인 예술, 문학계에서 당시에 이런 말들을 쏟아낼 수 있었다는 사실이 무척 인상적이다. 3부부터 언급되는 대부분의 영화나 문학작품이 생소해 온전히 내용을 이해하기는 어려웠지만 창작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 속에 보편적 사유와 개인적 입장과 고찰을 엑기스로 짜넣어 ‘비평과 해석’이라는 요리에 십분 정성을 들여야 한다는 것만은 분명하게 배울 수 있었다. 내가 보고, 느끼고, 깨달은 것들을 어떠한 규제 또는 형식 없이 온전히 ‘작품’만으로 이야기할 수 있게 되길 바라본다.

#해석에반하여 #수전손택 #윌북 #책사이애08 #에세이 #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글쓰기를 철학하다 - 삶은 어떻게 글이 되고, 글은 어떻게 철학이 되는가
이남훈 지음 / 지음미디어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루 온종일 글에 대한 생각이다. 그저 앉아서 2천 자건 3천 자건 써내면 그만이지 하는 마음으로 마구 휘갈겼던 글쓰기에서 한 호흡 멈췄다. 이렇게 쓰는 글 말고, 진지하게 써보고 싶은 마음이다. 온종일 써야 할 글을 떠올리는 시간이 마냥 버겁지만은 않은 이유는, 그것 자체로 내 삶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의미도 함께 길어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초고는 쓰레기라 퇴고만 거치면 마치 새롭게 태어날 것이라 이야기들 하지만 저자의 생각은 조금 다른 듯하다. 퇴고를 염두에 두고 써야 흔히들 생각하는 퇴고의 본질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 지점이 지금 나의 글쓰기에 꽤 많은 감흥을 던져준다. 초고에서부터 내가 가진 역량을 최대한 꺼내 놓는 일부터가 내가 가져야 할 작가 정신이며, ‘저자’로서 가져야 할 소임과 책임감이 아닐는지.

책은 단지 생각한 것을 유려한 언어로 나열한 글이 아닌 자신만의 철학적 관점과 사유의 틀을 불필요한 기교 없이 진실되게 쓰는 것. 그것에 필요한 자질을 25년간의 노하우를 통해 이제 막 (제대로 된) 글을 쓰기 시작한 나의 여백에 맞춤 맞게 부려 주었다. 달게 읽었다.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빼그녕 marmmo fiction
류현재 지음 / 마름모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빼그녕 / 류현재>

직접 보고, 겪은 일은 온전히 진실이라 착각하기 쉽지만 글쎄다. 그 진실이 일곱 살 아이의 입에서 나온 것이라면 어떨까? 얼만큼 그것이 진실일 수 있을까? 스스로 특별하다 이야기하는 일곱 살 소녀의 눈에 비친 어른들의 모습은 하나 같이 요상하다.

제 아무리 이야기 해도 어른들은 모른다. 아니,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 소녀가 스스로 특별하다 이야기 하는 건 비단 그녀가 가진 비범한 능력 때문만은 아니다. 자신이 느끼고, 보고, 아는 것들을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 자체로 소녀는 특별한 존재이다.

소녀가 하는 말들을 이해하고 싶어하는 어른은 없다. 진실과 관계없이 그저, 어서 치우고, 지우고 싶어할 뿐이다. 그런 어른들의 모습이 더없이 한심하고, 우스꽝스럽고, 기괴하고 또 실망스럽다.

배꽃의 꽃말은 ‘희망’과 ‘순수함’이다. 일곱 살 소녀는 어리기에 희망적이고, 어리기에 순수하지만 소녀를 바라보는 어른들이 더 이상 희망적이지도 순수하지도 않다. 흐드러진 배꽃에 감상을 떨기 보단 배꽃으로 덮힌 땅 아래에 묻혀 썩고 있을 어둡고 차가운 것들을 먼저 떠올린다. 정작 묻힌 그것을 아무리 이야기 해도 말을 듣지 못한다. 왜? 겨우 일곱 살 소녀의 말이기 때문이다.

소녀가 기다리는 것과 어른들이 기다리는 것이 같지 않다. 같지 않아 안타깝기도, 반대로 다행스럽기도 한, 그 해 배꽃이 흐드러지던 마을에서는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일까?

#빼그녕 #류현재 #마름모 #장편소설 #책벗뜰 #책사애2604 #책추천 #가장질긴족쇄가장지긋지긋한족속가족 #러블리비블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높은 자존감의 사랑법 - 나를 지키는 사랑은 어떻게 가능한가
정아은 지음 / 마름모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제고 나도, 내가 배운 사랑과 가르쳐 주고 싶은 사랑을 이렇게 쓸 수 있을까? 정아은 작가가 말하는 사랑은 비단 개인적 경험을 들이댄 에세이에서 그치지 않는다. 작가 본인이 사랑에 천착해 그에 관한 해석을 작품 속 주인공과 연예인을 비롯한 공인, 이니셜을 붙인 주변인을 데려와 사랑이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설득력 있게 이야기한다. 에필로그에서 이니셜은 다름 아닌 각각의 순간에 자신이었다는 이야기를 꺼내주므로 독자로 하여금 지난 시간들 속의 나를 되돌아보게 만들어준다.

‘사랑법’이라 해서 어떤 방식이나 방법이 있다는 착각이 일기 쉽지만 사실 사랑은, 아니 사랑만큼은 그것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운 장르이지 않을까? 나의 사랑이, 내가 아는 사랑이, 내가 꿈꾼, 이룬, 놓친 그 모든 사랑에 어떤 법칙이 정해져 있다고 하면 조금 씁쓸하지 않을까? 저자는 말한다. 결국 사랑은 내 안에 있는 것이라고. 내가 바라보는 모든 것들을 기꺼이 사랑하기로 마음먹은 올해, 신년 슬로건을 ‘바라보기’로 정해본다. 그것이 무엇이건 마음을 들여 시선을 대어 보는 것. 내 안에 찰랑이는 사랑이 그 시선 끝에서 쪼르르 대상에게 부어지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