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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대의 책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1월
평점 :
내가 만나고픈 책은
<나는 그대의 책이다 / 베르나르 베르베르>
#도서협찬
최근 심경이 복잡다단했다. 평생(내가 기억하는 모든 날 속에서) 책을 읽었다. 결과적으로만 봐도 지금 나의 삶은 책으로 이어지고, 책처럼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수십년, 책을 읽을 때는 잘 몰랐었다. 내가 읽는 책이 나의 삶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말이다.
그러다 독서모임이라는 걸 하게 되었고, 말마따나 ‘독서회 전문 강사’라는 수식어를 달고 무수한 독서회를 진행, 운영했다. 책만 읽던 내가 책을 넘어 사람들과 연결되니 이전과는 다른 책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고, 지금 생각해도 그 시간들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길 없는 엄청난 환희였다. 그런 독서모임의 영화로움에만 매몰되었던 걸까?
수년 간 좋은 책을 읽고, 삶에 조금 더 이로운 자세와 태도를 배우고 다짐했다. 서로가 귀하고 진한 시너지를 나눠가졌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우리가 나눈 시간은 ‘말’뿐인 시간이었다는 회윽가 밀려드는 것이다.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이 모임에서 나눈 이야기처럼 살고 있지 않았고, 여전히 책을 단순히 책으로만 만나고 있다는 의심을 지워내기가 어려웠다.
겉으로만 번지르르했다. (나 또한 다르지 않았다) 작중 인물들의 내면과 시대상, ‘인간’이기에 가질 법한 무수한 방향과 방식을 톺아내며 나의 삶에 적용하고 고민하고, 바꿔나가야 하는데 그렇게 책을 만나는 사람은 웬만해서는 찾기 어려웠다. 원인을 고민해보니 바로 사람과 책과의 ‘관계‘에 있었다.
나는 늘 내가 먼저 다가갔었다. 책이라는 건 너무나도 다양하고 양적으로도 많아 선택지가 말도 안되게 넓었고, 그때 그때 입맛에 따라 간편하게 골라내기 바빴다. 일방적일 수 밖에 없었다. 책이 나에게 먼저 다가왔다면 어땠을까?
자신이 가진 존귀한 사유를 자판기커피처럼 손쉽게 빼 주는것이 아니라 조금 더 의미 있게 다가와 주었다면 조금은 다르게 만날 수 있지 않았을까? 이 책 <나는 그대의 책이다>를 읽는 내내 나에게 먼저 말을 걸어주는 책을 만난 설렘에 페이지 속 문구들이 전에 없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책이라는 물성이 가진, 쉽사리 구체하되지 못하는 마력이 이보다 더 자유롭게 표현될 수 있을까? 자신을 ‘책’이라 소개하는 유일무이, 세상의 단 하나의 책이다. 내가 먼저 손 내민 책이 아니라 책이 먼저 나에게로 와 말을 거는 책. 그 세계에 내가 해줄 대답은 그저 고개를 끄덕여 주는 일 뿐. 잘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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