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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여 항복하라
로라 도일 지음, 서현정 옮김 / 그린북 / 2001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할 수 있는 것만 하라'는 것이다. 남편과 대화를 시도하라거나(남편이 싫다고 하면 그만이니까) 남편을 이끌고 상담을 받아보라거나 하는, 그런 불가능한 요구가 없이, 오직 아내 혼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말하고 있다.
'금성남자 화성여자'는 실제로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는데, 부부싸움이 크게 줄어들고 또 싸울 때의 말하는 법을 배웠다(싸움이 더 발전하거나 장기화되지 않도록). 이 책은 남자를 이해하는 것을 넘어, 아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써 놓았다. 가장 중요한 메시지를 3가지로 정리하자면 1.내가 할 수 없는 일은 하지 말아라(남편에게 잔소리를 해봐야 직접 그 사람을 움직이게 할 수는 없다) 2.내가 행복할 수 있는 일을 하라(남편이 해 주길 바라지 말고, 남편과 같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나 혼자 할 수 있는 일) 3.사회적 관계를 가져라- 정도가 되겠다.
뭐라고 말을 할 것이지도 알려주는데, 이미 유명한 '나 화법'을 쓰라는 것이지만 더 구체적이다. 나에게 잘해주는 모든 경우엔(선물, 서비스 등) '고마워요', 나에게 막말을 할 땐 '너무해'. 중요한 건, 딱 그렇게만 말하고 구구절절 설명하거나 이유를 붙이지 말라는 것.
경제권이나 집안문제의 모든 결정을 '완전히' 남편에게 넘기라는 것 등은 누구나 쉽게 따라 하기는 힘들 것이다. 저자는 그렇게 하면 오히려 여유로워지고 행복해진다고 100%확신하고 있지만, 미국은 어떤지 몰라도 우리나라에선 과연 그럴까 하는 의문이 든다. 우리나라에도 '항복한 아내들의 모임' 같은 게 있으면 실상을 알 수 있으련만 인터넷 상으론 찾을 수 없었다.
자기계발서 등에서 흔히 하는 말이지만, 중요한 건 자신감과 독립심인 것 같다. 남편으로 말미암아 행복한 게 아니고, 나 혼자만을 생각해도 충분히 행복할 때, 그 때서야 비로소 남편과의 관계도 좋아진다는 말. 문제 해결의 주체는 나 자신이지 남편이 아니라는 것. 쇼펜하우어의 '사랑은 없다'나 러셀부부의 '사랑, 그 지독한 혼란'의 메시지도 비슷하다. 뒤의 두 권이 훨씬 쿨하고 더 독립심을 강조하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