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아파트 - 바보, 문제는 아파트야! 우리 시대의 위험한 문화코드 읽기
허의도 지음 / 플래닛미디어 / 200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는 윤수일의 노래 '아파트'를 읊으며 책을 시작한다. 윤수일의 아파트는 낭만이 있는 아파트지만, 지금 우리나라의 아파트는 낭만과는 전혀 거리가 먼, 욕망과 투기의 대상으로 뒤틀릴대로 뒤틀린, 아파트 본연의 역할(좁은 땅에 많은 사람이 살 수 있는 집)을 진즉에 떠나 우리나라 경제 전체를 휘청거리게 하고 나아가 사람들의 사는 목적 자체를 왜곡하는, 너무나 커져서 어찌 손대볼 도리조차 막막한 괴물이 되어버렸다는 게 책의 전체적인 내용이다.  

외국사람들이 너무도 신기해하는 반미학적인 모습은 토건대통령 박정희시대로부터의 유산, 집이 아니라 고급과 부자의 상징이 된 건 구별짓기의 심리가 거품을 단 채로 고착화된 현상, 그러니 언젠가는(아마 곧) 터지고 말 거품경제의 핵심, 이웃과 단절시키고 생활의 냄새를 지워버림으로써 그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감옥으로 점점 변해가는 아파트-. 노무현이 부동산을 잡겠다고 칼을 빼들었지만 정작 주변관료들이 다 강남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실패할 수 밖에 없었던 운명-. 

사람이 주인인 아파트가 아니라 사람을 노예로 삼는 아파트가 진정 낭만아파트가 되려면 아파트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변하는 길 밖에는 없다는 에필로그는 책 전체의 한숨과 답답함을 위로하기에는 전혀 힘을 가지지 못한다. 누구나 술 자리에서 한 번씩 소리쳐보는 아파트에 대한 답답함을 책 한 권에 다 담았지만, 중복된 부분이 많아 정말 술자리의 한탄 정도로 읽히기도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후변화의 정치학
앤서니 기든스 지음, 홍욱희 옮김 / 에코리브르 / 200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 3의 길을 주장한 기든스답게, 좌와 우를 떠나서 가장 '현실적'이라 할 수 있는 기후변화 대응전략을 제시한다. 개개인의 양심과 일상의 작은 실천에만 맡긴다는 것은 솔직히 비현실적이므로 국가가 강력히 개입해야 하는데, 그렇다고 자본주의를 무시하자는 건 아니다. 탄소세 같은 벌점도 필요하지만, 대체에너지 개발이나 에너지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이 결국은 더 '돈'이 된다는 것, 대체에너지개발은 '안보' 문제와 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인식시키는 것, 그리고 기업들이 그 길로 갈 수 있도록 정부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라 보고 있다. 또 하나, 저개발국에 대한 선진국의 원조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기든스는 주장한다.  

어찌 보면 뻔한 얘기고 이상적인 얘기 같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이 책이 설득력을 가지는 것은 이런 제안의 바탕에 깔린 그의 인간관, 자연관을 초반부터 분명히 짚고 나가기 때문이다. 그는 자연 자체에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인간의 복지, 그를 위한 자연이 중요하다고 분명하게 선언한다. 또 내 눈에 확실히 보이지 않는 추상적 대의를 위해 현재의 편익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우리네 속성이 보편적인 것이며 교육이나 캠페인 등에 의해 쉽사리 변할 수는 없는 것임을 인정한다. 자본주의를 이끌어 가고 있는 기업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 또 그런 기업이 아무리 대의가 좋아도 이윤을 포기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도 인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이나 기업에게만 맡겨둘 수는 없고 국가(정치인들)가 나서야 한다는 것인데-. 지금 우리나라처럼 국가=기업 이익의 대변자인 곳에서는 어찌하란 말인가? 

이 책이 정치학에 대한 것이긴 하지만, 기후 변화의 현 상황, 원인, 기술적 해결책 등 이해관계를 떠난 과학적 내용들도 쉽고 간략하게 잘 정리되어 있다. 기후변화 전반에 걸쳐 책 한 권을 봐야한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음식문화의 수수께끼 오늘의 사상신서 157
마빈 해리스 지음 / 한길사 / 199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왜 소고기, 돼지고기, 말고기, 개고기, 벌레 등을 좋아하거나 싫어하는가? 흔히 문화적 차이라고 말해지는 것의 더 깊은 이유는 무엇일까? 를 저자는 파고 들어간다. 그리고 결론 내리기를, 고기를 얻기 위한 비용-효과 분석(의식적이라기보단 경험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터득했을)의 결과가 특정음식에 대한 선호(취향)로 발전하지 않았을까 한다.  

저자의 전제는 우선, 누구든 고기를 좋아하고 고기를 얻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옮긴이는 이 전제가 과연 맞는 것인가 의문을 제기한다)  주변에 잡아먹을 동물들이 많은가, 적은가, 또 그것을 쉽게 잡을 수 있는가, 없는가, 가축으로 길들여서 얻는 이득(농사, 전쟁, 이동, 우유 등)과 잡아먹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효율적일까, 가축으로 기르는데 비용은 얼마나 드는가 등을 따졌을 때 더 수지타산이 맞는 쪽으로 취향이 고정되고 학습되었을 것이란 거다.(다른 말로 하자면 영양이나 노동력 등의 요구를 가지고 주어진 환경에 최대한 적응한 결과)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같은 나라나 종족이라고 해서 그런 수지타산이 똑같지는 않으며 그 때는 지배계급에게 유리한 쪽으로 취향이 학습 내지 선전되었을 거라는 거다. 그리고 현대의 자본주의에 들어오면서는 수요보다는 공급, 즉 원하는 고기보다는 팔기 좋은 고기가 '좋은'(또는 합법적인) 고기로 선전되었을 거라는 거다.  

다양한 사례를 들어 자기 주장을 옹호하고 반대 주장이 놓친 부분을 꼼꼼히 파고 드는 저자의 글은 나에겐 매우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특히나 식인풍습에 대해서도 외면하지 않고 자기의 주장을 일관되게 밀고 나간 점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 책을 읽으니 식용동물들이 공장식으로 사육되고 있는 지금의 모습이 인류 역사 전체에선 지극히 이례적인 사건이라는 것,무엇이든 그 깊은 원인을 알기 위해선 지금의 모습이 아니라 긴 과거의 모습을 반드시 참조해야 함을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다. 모든 것이 풍요로운 지금이 아니라 겨우겨우 먹고 살아갔던 시대가(인류사의 대부분을 이룬) 지금의 음식문화를 만든 것이다. 이런 진화론적인 관점에 서 있는 저자기에, 진화생물학을 재밌어 하는 나에게는 당연히 설득력있게 다가올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내여 항복하라
로라 도일 지음, 서현정 옮김 / 그린북 / 2001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할 수 있는 것만 하라'는 것이다. 남편과 대화를 시도하라거나(남편이 싫다고 하면 그만이니까) 남편을 이끌고 상담을 받아보라거나 하는, 그런 불가능한 요구가 없이, 오직 아내 혼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말하고 있다.  

'금성남자 화성여자'는 실제로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는데, 부부싸움이 크게 줄어들고 또 싸울 때의 말하는 법을 배웠다(싸움이 더 발전하거나 장기화되지 않도록). 이 책은 남자를 이해하는 것을 넘어, 아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써 놓았다. 가장 중요한 메시지를 3가지로 정리하자면 1.내가 할 수 없는 일은 하지 말아라(남편에게 잔소리를 해봐야 직접 그 사람을 움직이게 할 수는 없다) 2.내가 행복할 수 있는 일을 하라(남편이 해 주길 바라지 말고, 남편과 같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나 혼자 할 수 있는 일) 3.사회적 관계를 가져라- 정도가 되겠다. 

뭐라고 말을 할 것이지도 알려주는데, 이미 유명한 '나 화법'을 쓰라는 것이지만 더 구체적이다. 나에게 잘해주는 모든 경우엔(선물, 서비스 등) '고마워요', 나에게 막말을 할 땐 '너무해'. 중요한 건, 딱 그렇게만 말하고 구구절절 설명하거나 이유를 붙이지 말라는 것.  

경제권이나 집안문제의 모든 결정을 '완전히' 남편에게 넘기라는 것 등은 누구나 쉽게 따라 하기는 힘들 것이다. 저자는 그렇게 하면 오히려 여유로워지고 행복해진다고 100%확신하고 있지만, 미국은 어떤지 몰라도 우리나라에선 과연 그럴까 하는 의문이 든다. 우리나라에도 '항복한 아내들의 모임' 같은 게 있으면 실상을 알 수 있으련만 인터넷 상으론 찾을 수 없었다. 

자기계발서 등에서 흔히 하는 말이지만, 중요한 건 자신감과 독립심인 것 같다. 남편으로 말미암아 행복한 게 아니고, 나 혼자만을 생각해도 충분히 행복할 때, 그 때서야 비로소 남편과의 관계도 좋아진다는 말. 문제 해결의 주체는 나 자신이지 남편이 아니라는 것. 쇼펜하우어의 '사랑은 없다'나 러셀부부의 '사랑, 그 지독한 혼란'의 메시지도 비슷하다. 뒤의 두 권이 훨씬 쿨하고 더 독립심을 강조하긴 하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중앙아시아의 역사와 문화 유라시아 북방총서 1
권영필.김호동 엮음 / 솔출판사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중앙박물관에서 '우즈베키스탄전'을 보고 중앙아시아 예술에 대해 알고 싶어 책을 샀다. 분명 차례를 살펴보고 샀는데, 다 읽고 보니 차례에 나와 있는 내용의 반밖에 없는 게 아닌가? 알고 보니 차례에 나와 있는 절반은 다른 책(유라시아 북방 총서 2)이었던 것이다. 보통 이런 경우는 다른 책의 차례는 작은 글씨 또는 더 흐린 글씨로 써서 구분이 되게 하는데, 이건 좀 사람을 헷갈리게 하는 방식인 거 같다. 

나에겐 미학과 미술사를 다룬 2권이 더 재미있을 것 같긴 하지만, 이렇게 착각할 기회 아니면 또 언제 고고미술에 대한 책을 읽어보랴? 중앙아시아 문화사를 전공한 교수의 정년퇴임기념으로 여러 학자들이 한 편씩 쓴 글을 모은 책이다. 너무 전문적이거나 사실만 나열해 놓은 글은 중간중간 건너 뛰었다. 글보다는 더 많은 사진으로 보여주는 것이 더 좋았을 뻔한 글들도 있었고, 내용이 내용이니만큼 흑백이 아니라 칼라사진이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러면 책 값도 더 비싸졌겠지-. 

제일 재밌게 읽은 것은 '몽골의 오보와 오보신앙'이란 글이었다. 오보란 돌무더기를 쌓고 가운데 버드나무 가지를 꽂은 후 거기에 천이나 불경이 적힌 종이를 매달아 놓은 것인데, 보통은 그 기원을 샤머니즘에  두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저자가 보기에 이런 견해는 근거가 없으며, 역사문헌을 조사한 결과 오보의 기원은 신앙이 아니라 이정표 역할이었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티벳불교가 들어오며 이미 티벳에 있던 '마니퇴'(오보와 형태가 비슷하고 불교+민간신앙의 역할을 함)의 영향으로 오보가 점차 신앙의 역할을 맡게 된 게 아닐까 제안한다. 

신장 동굴의 벽화는 생식기 및 다산 숭배를 보여주는데, 경주박물관에도 성행위하는 토우가 붙어있는 그릇이 있다. 과장된 생식기 및 성행위를 나타내는 작품들은 세계적으로 많은 것 같은데, 그걸 드러내는 게 언제부터 금기시되었을까? 황남대총출토 봉수형병의 기원은 그리스의 오이노코에병까지 올라간다든지, 스키타이계 장식이나 서양의 신화가 장식된 중국의 은기, 중국의 유리 그릇등은 서양과 동양의 문화교류를 보여준다는 이야기들은, 알고는 있었지만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보여주니 더욱 흥미로웠다. 부처의 두 발을 받치고 있는 '지신'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중앙아시아는 그 넓은 영토에도 불구하고  문화나 역사에 대해 잘 모르고 교과서에도 잘 나오지 않는데, 이런 책은 적어도 모든 학교 도서관에서는 구비해놓아야 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