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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의 역사와 문화 ㅣ 유라시아 북방총서 1
권영필.김호동 엮음 / 솔출판사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중앙박물관에서 '우즈베키스탄전'을 보고 중앙아시아 예술에 대해 알고 싶어 책을 샀다. 분명 차례를 살펴보고 샀는데, 다 읽고 보니 차례에 나와 있는 내용의 반밖에 없는 게 아닌가? 알고 보니 차례에 나와 있는 절반은 다른 책(유라시아 북방 총서 2)이었던 것이다. 보통 이런 경우는 다른 책의 차례는 작은 글씨 또는 더 흐린 글씨로 써서 구분이 되게 하는데, 이건 좀 사람을 헷갈리게 하는 방식인 거 같다.
나에겐 미학과 미술사를 다룬 2권이 더 재미있을 것 같긴 하지만, 이렇게 착각할 기회 아니면 또 언제 고고미술에 대한 책을 읽어보랴? 중앙아시아 문화사를 전공한 교수의 정년퇴임기념으로 여러 학자들이 한 편씩 쓴 글을 모은 책이다. 너무 전문적이거나 사실만 나열해 놓은 글은 중간중간 건너 뛰었다. 글보다는 더 많은 사진으로 보여주는 것이 더 좋았을 뻔한 글들도 있었고, 내용이 내용이니만큼 흑백이 아니라 칼라사진이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러면 책 값도 더 비싸졌겠지-.
제일 재밌게 읽은 것은 '몽골의 오보와 오보신앙'이란 글이었다. 오보란 돌무더기를 쌓고 가운데 버드나무 가지를 꽂은 후 거기에 천이나 불경이 적힌 종이를 매달아 놓은 것인데, 보통은 그 기원을 샤머니즘에 두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저자가 보기에 이런 견해는 근거가 없으며, 역사문헌을 조사한 결과 오보의 기원은 신앙이 아니라 이정표 역할이었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티벳불교가 들어오며 이미 티벳에 있던 '마니퇴'(오보와 형태가 비슷하고 불교+민간신앙의 역할을 함)의 영향으로 오보가 점차 신앙의 역할을 맡게 된 게 아닐까 제안한다.
신장 동굴의 벽화는 생식기 및 다산 숭배를 보여주는데, 경주박물관에도 성행위하는 토우가 붙어있는 그릇이 있다. 과장된 생식기 및 성행위를 나타내는 작품들은 세계적으로 많은 것 같은데, 그걸 드러내는 게 언제부터 금기시되었을까? 황남대총출토 봉수형병의 기원은 그리스의 오이노코에병까지 올라간다든지, 스키타이계 장식이나 서양의 신화가 장식된 중국의 은기, 중국의 유리 그릇등은 서양과 동양의 문화교류를 보여준다는 이야기들은, 알고는 있었지만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보여주니 더욱 흥미로웠다. 부처의 두 발을 받치고 있는 '지신'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중앙아시아는 그 넓은 영토에도 불구하고 문화나 역사에 대해 잘 모르고 교과서에도 잘 나오지 않는데, 이런 책은 적어도 모든 학교 도서관에서는 구비해놓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