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의 정치학
앤서니 기든스 지음, 홍욱희 옮김 / 에코리브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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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의 길을 주장한 기든스답게, 좌와 우를 떠나서 가장 '현실적'이라 할 수 있는 기후변화 대응전략을 제시한다. 개개인의 양심과 일상의 작은 실천에만 맡긴다는 것은 솔직히 비현실적이므로 국가가 강력히 개입해야 하는데, 그렇다고 자본주의를 무시하자는 건 아니다. 탄소세 같은 벌점도 필요하지만, 대체에너지 개발이나 에너지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이 결국은 더 '돈'이 된다는 것, 대체에너지개발은 '안보' 문제와 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인식시키는 것, 그리고 기업들이 그 길로 갈 수 있도록 정부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라 보고 있다. 또 하나, 저개발국에 대한 선진국의 원조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기든스는 주장한다.  

어찌 보면 뻔한 얘기고 이상적인 얘기 같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이 책이 설득력을 가지는 것은 이런 제안의 바탕에 깔린 그의 인간관, 자연관을 초반부터 분명히 짚고 나가기 때문이다. 그는 자연 자체에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인간의 복지, 그를 위한 자연이 중요하다고 분명하게 선언한다. 또 내 눈에 확실히 보이지 않는 추상적 대의를 위해 현재의 편익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우리네 속성이 보편적인 것이며 교육이나 캠페인 등에 의해 쉽사리 변할 수는 없는 것임을 인정한다. 자본주의를 이끌어 가고 있는 기업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 또 그런 기업이 아무리 대의가 좋아도 이윤을 포기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도 인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이나 기업에게만 맡겨둘 수는 없고 국가(정치인들)가 나서야 한다는 것인데-. 지금 우리나라처럼 국가=기업 이익의 대변자인 곳에서는 어찌하란 말인가? 

이 책이 정치학에 대한 것이긴 하지만, 기후 변화의 현 상황, 원인, 기술적 해결책 등 이해관계를 떠난 과학적 내용들도 쉽고 간략하게 잘 정리되어 있다. 기후변화 전반에 걸쳐 책 한 권을 봐야한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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