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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문화의 수수께끼 ㅣ 오늘의 사상신서 157
마빈 해리스 지음 / 한길사 / 199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왜 소고기, 돼지고기, 말고기, 개고기, 벌레 등을 좋아하거나 싫어하는가? 흔히 문화적 차이라고 말해지는 것의 더 깊은 이유는 무엇일까? 를 저자는 파고 들어간다. 그리고 결론 내리기를, 고기를 얻기 위한 비용-효과 분석(의식적이라기보단 경험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터득했을)의 결과가 특정음식에 대한 선호(취향)로 발전하지 않았을까 한다.
저자의 전제는 우선, 누구든 고기를 좋아하고 고기를 얻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옮긴이는 이 전제가 과연 맞는 것인가 의문을 제기한다) 주변에 잡아먹을 동물들이 많은가, 적은가, 또 그것을 쉽게 잡을 수 있는가, 없는가, 가축으로 길들여서 얻는 이득(농사, 전쟁, 이동, 우유 등)과 잡아먹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효율적일까, 가축으로 기르는데 비용은 얼마나 드는가 등을 따졌을 때 더 수지타산이 맞는 쪽으로 취향이 고정되고 학습되었을 것이란 거다.(다른 말로 하자면 영양이나 노동력 등의 요구를 가지고 주어진 환경에 최대한 적응한 결과)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같은 나라나 종족이라고 해서 그런 수지타산이 똑같지는 않으며 그 때는 지배계급에게 유리한 쪽으로 취향이 학습 내지 선전되었을 거라는 거다. 그리고 현대의 자본주의에 들어오면서는 수요보다는 공급, 즉 원하는 고기보다는 팔기 좋은 고기가 '좋은'(또는 합법적인) 고기로 선전되었을 거라는 거다.
다양한 사례를 들어 자기 주장을 옹호하고 반대 주장이 놓친 부분을 꼼꼼히 파고 드는 저자의 글은 나에겐 매우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특히나 식인풍습에 대해서도 외면하지 않고 자기의 주장을 일관되게 밀고 나간 점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 책을 읽으니 식용동물들이 공장식으로 사육되고 있는 지금의 모습이 인류 역사 전체에선 지극히 이례적인 사건이라는 것,무엇이든 그 깊은 원인을 알기 위해선 지금의 모습이 아니라 긴 과거의 모습을 반드시 참조해야 함을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다. 모든 것이 풍요로운 지금이 아니라 겨우겨우 먹고 살아갔던 시대가(인류사의 대부분을 이룬) 지금의 음식문화를 만든 것이다. 이런 진화론적인 관점에 서 있는 저자기에, 진화생물학을 재밌어 하는 나에게는 당연히 설득력있게 다가올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