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릴라 로마역에 서다 - 이두식 교수의 그림 이야기
이두식 지음 / 정음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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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물론 외국에서도 알아주는 화가의 소박한 에세이.   

그림은 잘 그리고 못 그리고가 없다, 내가 즐겁게 그릴 수 있는게 최고다, 하지만 잘그린다는 소릴 들으려면? 일단은 많이 그려라. 그리고 그리고 또 그려서, '내 스타일'을 찾아라. 따라 하는 그림은 소용없다. 내가 즐겁게 그릴 수 있는 나만의 스타일을 찾아라. 그림을 감상하는 데는 약간의 공부가 필요하다. 하지만 아주 약간이면 된다. 지은이가 하고픈 말을 간단히 정리하면 이 정도다. 그리고 자기가 살아온 이야기가 있다.  

바로 옆에 앉아서 조곤조곤 편히 이야기하는 삼촌 같다. 한 페이지 걸러 하나씩 나오는 그림(저자의 그림도 있고 역사상 유명한 화가들의 그림도 있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이들을 위한 그림교육을 어떻게 시켜야 하는지도 알 수 있다. 과연 '대가'가 되면 여유와 감동이 자연스레 묻어나오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당장 빈 노트에 4B연필을 집어들고 못생긴 얼굴이라도 그려보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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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거 블루스 - 설탕,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독, 개정판 마이너스 건강 3
윌리엄 더프티 지음, 이지연.최광민 옮김 / 북라인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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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당이 몸에 안 좋다는 거야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의 메시지는 너무도 간결해서 강력하다. 설탕과 흰밀가루, 그리고 흰 쌀을 끊어라. 그러면 당뇨병은 물론, 생리통, 불면증, 신경증, 심지어는 전염병에도 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간단한 걸 왜 사람들이 모르느냐고? 그건 설탕장사들의 집요한 로비, 그리고 그들로부터 세금을 거두는 정부의 방관 때문이다. 정제된 설탕은 칼로리 외에 아무 영양소도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소화되는 과정에서 오히려 몸 속의 비타민과 미네랄을 뺏어간다. 고로 굶는 것보다 설탕을 먹는게 더 나쁘다. 정제당을 먹지 않았던 원시부족들은 소위 현대병에 걸리지 않았다. 담배, 마약, 동물성 지방만큼, 아니 어쩌면 그것들보다 더 나쁜 것이 바로 설탕이다. 왜? 설탕은 나쁜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고, 게다가 싸기 때문에. 

과학적 메카니즘과 엄격한 통제실험에 근거한 자료냐고 따지고 들면 확실히 대답못할 부분들도 물론 있다. 하지만 설탕을 끊은 저자를 비롯 많은 사람의 체험담은 그런 빈 구석을 채우기에 충분해보인다. 사실 통제된 실험이라는 것도, 한꺼풀 벗기고보면 얼마나 변수가 많던가. 그리고 가장 좋은 실험결과는 바로 역사 속에서 보여진 사실들이 아니던가. 

책을 읽고 나니 새삼 우리나라 밥상이 얼마나 좋은 것인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물론 요즘 식당이나 백화점 반찬코너에서 파는 반찬들은 설탕을 많이 쳤다는 것을 알만큼 많이 달아지고 기름지긴 하지만, 보통 집에서 먹는 오래된 반찬들은 거의가 건강식이 아니던가. 아침을 베이글과 커피로 먹는 것도 찔금해진다. 베이글은 설탕은 많지 않을 지 몰라도 역시 정제된 밀가루, 미네랄과 비타민이 깎여나간 밀가루다. 크림 치즈 안에도 분명 설탕이 들었을 것이다. 고기를 끊는 것보다는 설탕을 끊는 것이 더 쉬워보인다. 단 맛이 필요할 땐 과일을 먹으면 되니까-. 설탕을 끊는다는 말은 사실 사먹게 되는 거의 모든 음식을 끊는다는 말이 된다. 그러니 설탕을 줄이려면 외식 및 군것질도 줄여야 할 것이다. 돈도 아끼고 살도 빼고 병에도 안 걸리는 방법이 단지 설탕을 끊는 것이라면- 한 번 해볼만 한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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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중독자들 - 한 저널리스트가 파헤친 패션브랜딩 전략과 그 뒷이야기
마크 턴게이트 지음, 노지양 옮김 / 애플트리태일즈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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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패션과 관련된 다양한 직업의 세계(디자이너, 패션잡지 만드는 사람들, 스타일리스트, 사진작가, 모델, 옷 입어 주는 연예인, 유명브랜드의 고위층들)를 살짝살짝 엿보고 있다. 그리고 소위 브랜드를 이끌고 나가는 유명인들의 현황 및 가십을 알려준다. 패션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는 재밌게 읽힐지 모르나, 나에게는 연예인들 우루루 나와 자기네들끼리 수다 떠는 소위 버라이어티 쇼를 보는 느낌이다.   

어쨌든 책을 다 읽고 느낀 것은, 패션은 환상이라는 것이다. 특별히 더 질기지도, 특별히 더 따뜻하지도, 특별히 더 편하거나 몸에 더 좋은 것도 아닌 옷이, 단지 '스타일리쉬하다'는 것 하나 때문에 값이 엄청나게 차이나게 하려면, 그 '스타일리쉬'란 것이 정말로 중요한 어떤 것이라고 믿게 만들어야 하는데, 그것은 물질적인 게 아니라 순전히 심리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위에 적은 패션관련 직업종사자들 모두가 '오, 스타일리쉬한데~?'하고 입을 맞춰  말해도, 소비자가 그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듣는다면 패션산업은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패션이 쉬 무너지지 않고 아직까지 버티고 있는 이유는? 그건 아마도 사회학자들이 말해주어야 하리라. 하지만 이 책에서도 고백하듯이, 그런 환상이 이젠 점점 '상품'이 되어 가고 있는 건 사실이다. 환상이란 실제 세계와 다른 것, 이 사회에서 가지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것이 환상인데, 그것이 상품이 되면 더 이상 환상이 아니고, 그러면 패션의 중심부가 무너지는 것이고-, 그런데 또 상품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브랜드나 디자이너는 점점 입지가 좁아지고- 이게 바로 지금 패션산업의 딜레마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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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이 만든 세상 - 젊은 세대를 위한 단 한권의 디자인 이야기 공학과의 새로운 만남 20
헨리 페트로스키 지음, 문은실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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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디자인은 없다, 그리고 완벽한 디자인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잘 적응한다- 이 책의 주장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렇다. 디자인은 당시의 기술 수준, 생활방식, 사람들의 기대치, 그리고 경제적 비용 등의 타협의 결과라는 것. (제목 번역이 이상한데, 원제는'왜 완벽한 디자인은 없을까'다) 

마트의 동선은 최대한 많이 팔기 위한 (소비자가 물건들을 많이 보고 충동구매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판매자와 최대한 빨리 사기 위한 소비자의 타협의 결과, 칫솔 손잡이의 모양은 인체공학적 편의성과 이미 있던 칫솔보관대 모양과의 타협의 결과, 식사 시 메뉴선택은 최선을 선택하고픈 마음과 조급한 시간의 타협의 결과, 전화기 자판은 미학적인 면과 기술적인 면의 타협의 결과, 종이봉투를 밀어낸 비닐쇼핑백은 편의성, 견고성, 비용 등의 타협의 결과 등등 

저자는 '디자인'이라는 말을, 보통의 어법보다 훨씬 넓게, 다시 말해 '모든 선택의 순간에 고려하는 모든 것들' 정도로 보고 있어서,(예를 들어, 식사할 때; 어느 식당에서, 어느 쪽 의자에 앉아, 무얼 먹을까? 고기는 어느 정도로 익히고? ) 저자의 어법을 따르면 아무 데서나 아무 것에나 다 '디자인'이란 말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면 '어떤 행동 또는 결정은 다 타협의 산물'이라는 결론이 나오는데, 이 말은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하고도 광범위한 말이어서, 책의 매력이 명확히 다가오질 않는다. 가령, '완벽한 의자는 있을 수 없다, 키가 다 다르고 엉덩이의 살집도 다 다르기 때문- 등의 말은 너무 방어적이다, 차라리 그런 '상황'과 관계된 것들은 빼버리고, 나름 완벽한(완벽에 가가운) 디자인이라 칭해지는 몇몇 물건들(손전등, 종이컵, 오랄B 칫솔, 만능테이프, 야채껍질 벗기는 칼, 허먼 밀러의 사무용 의자 등)에 이야기의 초점을 맞추는 게 더 나을 듯 했다. 그런 일상용품들의 탄생과 몰랐던 과거의 모습, 또 사람들이 똑같은 물건을 얼마나 다양한 용도로 쓰는가 등을 보는 것은 꽤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최고의 디자인이란 건 없다, 다만 최선의 디자인 일 뿐이다-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지만, 내가 보기엔 비판적 시각이 좀 더 필요하지 않나 싶다. 저자가 말한 최선의 디자인이란 주로 소비자의 인기에 의해 결정되는 듯 한데, 이는 소비자들이 '최선'의 디자인을 선택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결코 최선이 아닌데도 소비자들에게 꾸준히 인기있는 것들이 과연 없을까? 몸에는 안 좋으면서도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는 수많은 안 좋은 과자들(건강을 버리고 순간의 쾌락을 선택한 것이 최선?), 사용가치에 비해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 보이는 소위 명품들(한 달 월급을 가방 하나와 맞바꾸는 것이 최선?), 이런 것들에 대해 저자는 뭐라고 할까? 미디어의 세뇌작용에 너무나 쉽게 넘어가버리는 소비자들 텩시 타협의 디자인을 선택한 사람들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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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넬레스키의 돔 - 피렌체의 산타마리아 대성당 이야기
로스 킹 지음, 이희재 옮김 / 세미콜론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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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라고? 꼭 가서 브루넬레스키의 돔(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을 봐야지. 그 속의 계단들도  올라가서 창 밖 풍경을 봐야지-. 이 책을 덮으며 생긴 결심 하나. 나에게 확실한 여행지를 정해준 세 번 째 책이다. (첫 번째는 '숲 속 수의사의 자연일기'인데, 책을 읽고 홋카이도를 다녀오고야 말았다. 두 번째는 '런던자연사박물관'으로, 내년 겨울이 목표다) 

이탈리아가 여러 공화국으로 나뉘어 있던 1296년 피렌체 산타마리아 대성당의 주춧돌이 놓여졌다. 하지만 당시 그것을 설계한 사람은 공학적 가능성은 별로 염두에 두지 않았나보다. 그저 후일 기술이 더 발달할 때를 기다리며 엄청나게 거대한 돔을 그려만 놓았다. 1418년에 돔을 어떻게 올릴지 설계안이 공모에 부쳐지고, 필리포 브로넬레스키라는 금세공사가 당선된다. 돔을 쌓아올리는 것은 참으로 지난한 과정이었다. 큰 무게를 옆으로 분산시키기 위한 부벽을 꼴사납다하여 거부하고, 당시엔 당연했던 나무 비계도 사용하지 않고, 무거운 돌을 올리기 위한 기중기를 스스로 만들어내고, 위험한 작업장을 위한 엄한 규율을 만들어 거의 사고 없이 일을 마치고, 경쟁자들의 모략도 물리쳐야했다. 중간중간 전쟁이 일어나 자재와 노동력이 끊어지기도 하고, 재료를 먼 곳에서 운반하던 배(이 역시 자신이 직접 설계한)가 가라앉아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나무사슬과 돌사슬(돔이 옆으로 퍼져 주저앉는 것을 막아주는), 제각각 다른 모양의 벽돌, 내벽과 외벽 사이 아홉 개의 수평 테두리, 반원형이 아닌 첨두형의 꼭대기 부분 등을 사용한 브루넬레스키의 돔은 결국 성공했고 1436년 드디어 헌당식을 가졌다.   

이 이야기는 모두 사실에 바탕을 두고 씌어진 것이라는데, 저자의 글솜씨가 워낙 탁월하다. 브루넬레스키라는 개성강한 주인공은 물론, 그의 경쟁자인 로렌초 기베르티, 돔 공사를 주관하고 있는 사업단 사람들, 일꾼들, 공사가 진행중인 것을 바라보는 주변사람들이 숨결이 바로 옆에서 느껴지고, 한층한층 올라가고 있는 돔의 모습도 눈 앞에 보이는 듯 하다. 당시 교회가 '위용'을 얼마나 중시했는지, 멋진 건물을 짓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준비하고 투자하는지, 어떻게 하여 '걸작'이 태어나는지를 생생히 알 수 있었다. 요즘과 같은 빨리빨리 시대, 빨리 짓고 빨리 허물어 버리는 천박한 1회용품의 시대, 예술이 상품이 되어 버린 시대, 이미 똑같이 만들어진 조잡한 부품들을 조립만 하여 뚝딱뚝딱 짓는 시대에서 보자면 하염없이 늘어지는 기약없는 작업이었건만 결과는 영원한 인류의 보물로 남을 브루넬레스키의 돔-. 이탈리아가 패션의 본고장인 것도 이런 역사가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저번에 '치즈와 구더기'라는 미시사 책도 참 재밌게 읽었는데, 저자들의 글솜씨도 글솜씨려니와 이탈리아라는 나라에 대한 환상이 점점 생겨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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