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의 세계 - 뇌과학자가 전하는 가장 단순한 운동의 경이로움
셰인 오마라 지음, 구희성 옮김 / 미래의창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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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권의 책 '걷기의 세계', '움직임의 놔과학' 을 읽는 내내 칭찬받는 느낌이었다. 

내용은 뻔하다. 걸어라. 밖에 나가 걸어라. 걷는 게 약이다. 걷는 것은 몸 뿐만  아니라 정신을 위해서도 최고의 약이다!


지금 중3교과서에서도, 대뇌 = 고등한 정신 작용, 소뇌 = 움직임 담당 이라고 나온다. 책 대로라면 걷는 것은 소뇌가 담당하는 일이고, 정신 작용과는 무관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걷거나 춤출 때, 눈도 가리고 귀도 가리고 코도 가리고 오로지 팔다리만 움직이는가? 당연히 아니다. 우리는 걸으며 보고 듣고, 앞 사람과 부딪치지 않게 피해가고, 여기가 어디고 내가 어딜 향해 가고 있는지 무의식적으로 인지한다. 그 모든 것들은 대뇌의 작용이다. 즉, 몸을 움직이는 것은 소위 정신을 담당하는 대뇌와 무관할 수가 없다. 걷기와 움직임이 그렇게 중요한 이유는,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그 때는 고등한 정신 작용이 아니라) 공간을 신경쓰고 균형을 잡으며 걷고 움직이는 행동이 우리의 생사를 갈라놓았기 때문이다.(= 잘 움직인 사람만 살아남았다) 즉, 걷기는 인간의 수많은 행동 중 가장 하등한 영역, 가장 원시적인 생물'도' 가지고 있는 능력이 아니라, 그것(여러가지를 고려하며 걷고 움직이는 것)을 성공적으로 수행했기 때문에 우리의 눈이 땅이 아니라 앞을 향하게 됐고, 그로 인해 손쉽게 사회적 상호작용을 하게 됐고, 그것이 지금의 인류를 만드는 데 없어서는 안될 일이었다는 거다. 


두 책에는 걷기(움직임)가 우울증, 창의성, 기분 등 여러 정신적 문제에 얼마나 중요한지, 인과관계까지는 아니어도 의미있는 상관관계가 있다는 증거들을 많이 실어놓았다.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야 이미 몸으로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나에게 새로웠던 것은, 걷기는 보통 '앞으로' 나아가는데, 그런 방향성(전진), 또 춤이나 요가에서의 확장된 자세 (팔, 가슴 등을 쫙 펴는 자세) , 또 느린 호흡 (1분에 6회 호흡) 또한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익히 알고 있었지만 책을 읽으며 비로소 명확해진 것이 리듬의 효과였다. 음악을 듣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걷는 스텝 자체가 리듬이 있는데 이 규칙적인 심작 박동 같은 리듬 역시도 그 자체가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고 한다.


스마트폰 시대인 요즘은 걷기 앱을 사용하면 남의 도움 없이도 걷기를 꾸준히 할 수 있는데, 나 또한 도움을 톡톡히 받고 있다. 매일 몇 보를 걸었는지, 1주일 평균, 한 달 평균, 1년 평균이 한눈에 다 나오니, 마치 초등학교 때 받아쓰기 100점을 받기 위해 노력하던 그 마음으로 날마다 걸음수를 조금이라도 늘리려고 노력한다. (이 앱은 만보가 넘으면 폭죽이 터지는데, 매일매일 보면서도 기분이 좋다 ^^)  겨울이야 하루 아무때나 걸을 수 있어 문제가 안되지만, 여름엔 정말 걸음수를 채우기가 힘들다. 하지만 이번 방학 때는, 새벽에 일어나서 아침에 일단 한시간 반 정도를 걸을 것이다. 그리고 뭐, 어쨌든 마스크를 안 쓰지 않는가? (2년 동안은 마스크 쓰고도 걸었는걸, 뭐)  아자아자, 이번 방학 한 달은 평균 2만보에 도전이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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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심판
로스 킹 지음, 황주영 옮김, 강유원 감수 / 다빈치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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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면 도대체 무슨 책인지를 알 수 없는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저자 때문이다. 나를 피렌체로 이끈 책 '브루넬레스키의 돔'을 너무 재밌게 읽은 다음, 그 저자의 다른 책을 찾아보니 이게 나왔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미술책, 그것도 인상파 화가들을 다룬 책이라니-

책의 두 주인공은 마네와 메소니에다. 마네야 너무 유명해서 그의 작품들이 금새 머리에 떠오르지만, 메소니에는 매너리즘 화가로 세부묘사에 뛰어난, 전쟁화를 그린 화가, 비슷비슷한 작품들 두세점 봤던 기억벆엔 없었다.

하지만 책은 위대한 메소니에와 초라한 마네로 시작한다. 당시 에콜 데 보쟈르의 영향력과 살롱전의 중요성은, 요즘으로 치면 유명대학 졸업장을 받고 직장을 잡기 위한 면허증(공무원 합격증, 변호사 자격증, 의사 자격증 등?)을 얻은 것에 비유할 수 있을듯 싶다. 그러니 나중엔 삐딱선을 타게 되는 미래의 인상파화가들도 당연히 살롱전에 목을 매달았다.

책에는 수많은 화가는 물론 나폴레옹, 비스마르크를 비롯한 정치가들도 시종일관 등장하는데, 바로 그 시대가 나폴레옹 1세, 2세, 3세, 보불전쟁과 파리 코뮌, 피의 일요일이 있던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한 산업혁명, 증기기관, 철도의 시대이기도 했다.
저자는 메소니애의 왕홀이 어떻게 해서 마네에게 넘어가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직접 말하고 있진 않지만, 정치경제문화의 격변기 속에서 일관된 철학이나 취향이랄 것을 가지고 있지 않은, 변덕이 심한 대중들의 지갑은 어디로든지 방향을 틀 가능성이 농후할 것이다.

마네가 후배 인상파 화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지만, 그것은 내가 알고 있던 소위 '시시각각 변하는 빛을 순간적으로 포착'하는 그림을 그렸기 때문은 아닌 것 같다. (그건 모네나 르노와르일 것이다) 마네는 현실을 이상화시킨 그림, 다시 말해 보기에 우아하거나 경건한 그림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추하고 지저분하기도 한) 모습, 정확성보다는 시의성 있는 그림, 그리고 참 고집스럽개도 심사위원이나 대중이 좋아하는 그림이 아니라 자기가 그리고 싶었던 그림을 그렸다. 아마도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다른 인상파화가들보다는 마네가 훨씬 부유해서 (금수저라서) 먹고 살 돈을 별로 걱정 안해도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예상치않게 재밌었던 부분은, 당시 살롱전에 출품한 그림들에 대한 신랄한 기사들이었다. 우리나라 전시회나 공연에 대한 리뷰에선 비판적인 기사를 본 기억이 없다. 띄워주기 일색이고 특히 현대미술은 도대체 본인은 알고나 하는 소리인지 모를 뜬구름 잡는 관념적인 단어의 나열 일색이라 때론 욕지기가 날 지경이다. 그런데 이 책에 실린 당시의 리뷰는 정말 노골적이고 대담하고 쉽고, 더 중요한 건 다양한 의견이 표출된다는 점이다. 기자나 평론가들은 자신의 의견에 자신이 있고, 독자들은 관용적이고, 사회 전체적으로 미술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가능한 일이었을까? 하여간 부러운 구석이었다.

이 책은 절반은 미술책이고 절반은 역사책이다. 이름으로만 알던 화가들, 작가들의 성격이나 일화도 알수 있었고, 보불전쟁과 파리 코뮌 때의 보통 사람들의 일상도 알수 있었고, 두 나폴래옹(1세, 3세)의 인기와 처세술, 그림이 진지해서 사람도 그럴줄 알았던 쿠르베의 실제 모습, 들라크루와와 에밀 졸라의 영향력 등도 알 수 있었다. 화상이었던 뒤랑 뤼엘과 신흥 강국 미국이 인상주의파를 비로소 무대에 올려놓았다는 건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과정을 더 소상하게 알 수 있었다. 두꺼운 책이고 너무나 많은 이름들이 나오고 중간에 나오는 그림들을 따로 찾아보느라 읽는데 오래 걸렸지만, 충분히 두 번 읽을만한 책이다. 역시 로스 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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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리커버 특별판, 양장)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 곰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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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흥미로웠다. .내용은 끝까지 흥미로웠다. 하지만
저자의 감정이 너무 드러나는게, "어찌 그럴수가~"라는 목소리가 너무 크고 적나라한게, 내게는 분노와 눈물을 짜내려는 뽕짝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내용 자체가 흥미롭기에 끝까지 읽어야겠는데, 문투가 너무 느끼해서 절반 이후로는 계속 거북한 느낌으로 읽었다. 다행히도 비가 와서 걷지 않고 빨리 출근한 오늘 아침, 아무도 없는 교무실에서 속독으로 읽으며 끝을 보고야 말았다.

미국의 어류학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인생을 다룬 책인데, 우울증을 겪고 있는 자신의 이야기와 교차하며 써 놓았다. 처음에는 자신의 우울과 혼돈 구덩이에 빛과 밧줄을 던져줄 사람으로 보였던 데이비드가, 알면 알수록 끔찍한 인간(우생학의 열렬한 지지자, 수많은 사람을 강제 불임시키게 만든 사람, 살인까지도 마다 않을 사람)이었다는 걸 깨달아가는 이야기.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선정적인 제목이, 분명 진화와 관련되었을 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도대체 이 이야기가 언제 나오고 이 작품에서 얼마나 큰 비중일까를 계속 궁금해하고 있었는데. 결과는 뻔하고 좀 실망이엇다. 생물의 계통분류가 일반인의 직관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 그것을 저자는 '물고기를 하나하나 살해해가는' 것으로 묘사하고 (본인이 가장 도움을 많이 받은 분류학자의 입을 빌어), 하지만 그 혼돈이 (마침 그 때 자신이 양성애자임을 께닫고 레즈비언 애인을 만났는데) 새로운 희망과 비젼을 보여준다는 이야기로 끝을 맺었다. 책이 전반적으로 감정 과잉에 선동적이었지만, 끝부분은 특히 그랬다. (새로운 애인과의 여행 장면은 약간 취한 상태에서 쓴 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


신도 없고 질서도 없는 세상에서, 도대체 뭐를 붙잡고 살아가야 해? 라는 저자의 첫 질문은, 결국은 우리 대부분이 알고 있는 대답으로 끝난다. 바로 우리 주위의 소소하지만 소중한 것들. 빛나는 햇빛과 내 옆에서 미소짓는 사람.
그래, 그것말고 뭐가 있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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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의 방식 - 새들은 어떻게 말하고 일하고 놀고 양육하고 생각할까?
제니퍼 애커먼 지음, 조은영 옮김 / 까치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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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상자같다
흥미로운 내용이 꽉꽉

디즈니만화에서
동물들이 서로 말을 하고
다른 종들끼리도 말을 하고
각자 개성이 뚜렷하고
사람처럼 시기, 질투, 협잡, 뽐내기
낭만적 사랑, 무모한 사랑, 긴 여행`
이게 다 사실이더라, 적어도 새들에겐

유럽의 틀을 벗어나
뉴질랜드, 오세아니아로 오니
별 희한한 새들이 많더라

새들이 내는 소리는
구애, 아니면 경고, 아니면 밥달라
인줄만 알았는데
그것보다 훠얼씬 복잡한 말들을 하고 산다네
심지어 각종 사투리에 외국어(다른 종들의 소리)까지

새들은 눈달린 날개인 줄만 알았더니
3차원으로 하늘에 복잡하게 얽혀있는
냄새의 산맥과 강물, 기류의 고속도로를 타고 다닌다네

도구 사용이 인류의 특권?
허헛, 천만의 말씀
애벌레를 낚기 위한 낚싯대는 기초반이고
쓩쓩 달리는 차를 이용해 호두를 깨뜨리고
신호등이 빨간불로 바뀔 때까지 기다릴 줄도 알고
심지어 불씨를 훔쳐 불 낼 줄도 안다네

춤추고 장식하는 게 인류의 특권?
허헛,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 소리
매일 아침 출근, 무대 청소, 몸풀기, 연습, 호객
날개를 펴고 깃을 부풀리고 색깔을 변화시키고
타닥타닥 박자 치기, 성대모사, 모창
암컷의 혼을 쏙 빼놓는 프로 댄서들
하지만 그걸로도 역부족이다
암컷에게 선택되는 놈들은 소수
사람이 일부일처제인 게 얼마나 다행인지
남자들은 알아야 돼 ㅎㅎ

살지도 않고 새끼도 안 키울
오로지 암컷을 유인하기 위해
엄청난 집을 짓고 인테리어를 하기도 한다
각자 취향도 확실해서
좋아하는 색깔의 가지가지 물건들을 주워와서
여기 놓고 한 발 물러 검사하고
다시 옮겨놓고 두 발 물러 검사하고
남의 집 탐나는 것도 슬그머니 훔쳐오고
콜라캔이며 일회용면도기같은
이국의 진기한 물건도 환영이야

무덤새(과의 숲칠면조)는 무덤 속에 알을 낳고
새끼는 스스로 알을 깨고
머리 위 흙을 등 아래로 보내며 1센티 1센티
땅 속을 올라오지만 무덤 밖으로 나온 순간
잡아먹힐 확율이 높다네
그것도 제 아비에게

생존과 생식에 필요한 일이 아닌
그냥 놀기, 이게 인간만의 특권일까?
학습, 공동육아, 다른 동물과의 협력, 속임수, 속임수의 속임수
우리만이 아니더라
진화의 신묘한 힘은
다양한 환경에서 다양한 모습을 깎아놓았더라
세상에 진리가 있다면
‘다양성’ 멁고 뭐가 있을까?

소리와 영상이 없어
수시때때로 유튜브를 들락날락
한 페이지에 열개도 넘게 나오는
생전 첨 듣는 새 이름을 영어로 몰라 헤맸더니
(영어로 유튜브 검색해야 훨씬 많이 나오니까)
책 뒤에 부록으로 있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이 책의 역자에게는
정말이지 맛있는 식사라도 대접하고 싶은 게
고유명사가 너무너무 많아서
번역하기가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그 노고를 겨우 만 몇 천원으로 훔칠수 있으니
가히 이 책은 가성비가 갑!이라 말할 수 있다
정말 재밌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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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세 아이를 가진 부모들에게
우치다 타츠루, 나코시 야스후미 지음, 박동섭 옮김 / 에듀니티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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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잡고나자 한눈팔지 않고 끝까지 읽어버렸다. 요 2~3년 사이에 부쩍 나에게 다가왔던 공표, '요즘 아이들은 빨간버튼, 파란버튼 딱 두 개 밖에 없는 로보트같아. 짜증나/짱이야 두 마디밖에는 할 줄 모르는 기계-'라는 나의 공포가 어쩜 이리 저자들과 일치하는지-. 그런 로보트들을 때빼고 광내서(학원에서의 스펙을 통해) 다른 것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빤짝이게 하려는 '광기'(정말이지 내 눈엔 그렇게 보인다), 아이들의 스트레스와 힘듦을 '배부른 녀석들의 투정'이라고만 치부하고 자신의 무조건적 사랑(!?)을 몰라주는 아이들에 대해 섭섭해하는 엄마들의 왜곡된 짝사랑. 학교 현장에서 매일매일 대하는 '미친 세상의 드라마' 의 일부다,

 

책 표지에 있는 '모성은 본능이 아니라 역할이다'란 말, 책 뒷부분의 '일상이 중요하다'란 말에도 100% 동의한다. 나도 '말'을 잘 믿지 않는다. 마음이 중요하다느니, 깊이 뉘우치고 있다느니, 결과보다는 과정이라는 말도 잘 믿지 않는다. 나는 학생들이 '잘못했어요'라고 말하면, '그래, 어떤 벌을 받을래?'라고 말하고, '선생님, 사랑해요'하면, '그럼, 수업시간에 날카로운 질문을 해서 나를 기쁘게 해줘봐'라고 말하는 못된 선생이다. 대신, '넌 할 수 있어', '열심히 하면 다 돼'라는 말도 하지 않는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안 되는 일이 당연히 있지'라고 하고, '그게 그렇게 어려우면 그 문제는 포기하고 대신 다른 걸 해라'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러는 내가 소수파라는 것도 안다. 저자들처럼-.

 

물론 가장 많이 나올 반론도 얼추 안다. '그래가지고 나중에 어떻게 먹고 살라고?'일 것이다. 하지만 가린다고 없어지는 건 아니다. 저자들 말처럼, 누구나 다 자기생각을 똑부러지게 말할 순 없고(아무리 수업시간에 열심히 수업을 들었다 해도) 남에게 이야기하는데 떨리지 않을 수도 없고(안 그런 소수의 아이들이 있고, 모든 엄마들은 그걸 바라지만), 아무리 반복해서 풀어도 이해안되고 어려운 문제도 있다.(엄마들은 말로는 동의하지 않지만, 자기 자신을 생각해보면 알 것이다) 먹고 살기가 힘드니까 최대한 일찍부터 엄친아가 되어야 하나?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게 답이지 우리 아이에게 남들을 제치고 1등을 하라고 닥달하는 게 답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 것이다. 그런데도 왜 그걸 멈추지 못할까? 살기가 힘들다는 진실이 쓰라리기 때문에, 진실을 직시하면 자신의 처지가 너무나 초라해지니까, '희망'이라는 당의, '더 열심히 하면 된다'는 포장지로 감싸지 않으면 비루한 삶의 진짜 모습이 보이는데, 그걸 보기는 싫으니까- 가 아닐까?

 

이 책은, 그런 현실을 똑바로 보고, 더 이상 아이들에게 사기치지도 말고, 아이들의 눈을 똑바로 보라고 요구한다. 진실의 많은 부분은 말로 표현되지 않으며, 정작 아이들이 보내는 수많은 신호를 놓치고 있거나 외면하고 있으면서, 본인이 듣고 싶은 말만 기대한 채 '그래, 우리 대화 좀 해보자'라는 부모들의 태도가 얼마나 위선적인가를 고발한다. 하지만 그 고발이 직선적이지 않고 일본문화와 유머의 옷을 입고, 현장에서 체험하는 자신들의 경험에 근거하고 있기에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부모에 대한 아무 감정이 없다, 부모를 죽이고 싶다, 말이 안통한다 등등 학생들의 입에서 이런 말을 너무나 많이 듣고 사는지라. 이 책은 나에게 위로이며 든든한 친구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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