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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리커버 특별판, 양장)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 곰출판 / 2021년 12월
평점 :
품절
시작은 흥미로웠다. .내용은 끝까지 흥미로웠다. 하지만
저자의 감정이 너무 드러나는게, "어찌 그럴수가~"라는 목소리가 너무 크고 적나라한게, 내게는 분노와 눈물을 짜내려는 뽕짝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내용 자체가 흥미롭기에 끝까지 읽어야겠는데, 문투가 너무 느끼해서 절반 이후로는 계속 거북한 느낌으로 읽었다. 다행히도 비가 와서 걷지 않고 빨리 출근한 오늘 아침, 아무도 없는 교무실에서 속독으로 읽으며 끝을 보고야 말았다.
미국의 어류학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인생을 다룬 책인데, 우울증을 겪고 있는 자신의 이야기와 교차하며 써 놓았다. 처음에는 자신의 우울과 혼돈 구덩이에 빛과 밧줄을 던져줄 사람으로 보였던 데이비드가, 알면 알수록 끔찍한 인간(우생학의 열렬한 지지자, 수많은 사람을 강제 불임시키게 만든 사람, 살인까지도 마다 않을 사람)이었다는 걸 깨달아가는 이야기.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선정적인 제목이, 분명 진화와 관련되었을 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도대체 이 이야기가 언제 나오고 이 작품에서 얼마나 큰 비중일까를 계속 궁금해하고 있었는데. 결과는 뻔하고 좀 실망이엇다. 생물의 계통분류가 일반인의 직관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 그것을 저자는 '물고기를 하나하나 살해해가는' 것으로 묘사하고 (본인이 가장 도움을 많이 받은 분류학자의 입을 빌어), 하지만 그 혼돈이 (마침 그 때 자신이 양성애자임을 께닫고 레즈비언 애인을 만났는데) 새로운 희망과 비젼을 보여준다는 이야기로 끝을 맺었다. 책이 전반적으로 감정 과잉에 선동적이었지만, 끝부분은 특히 그랬다. (새로운 애인과의 여행 장면은 약간 취한 상태에서 쓴 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
신도 없고 질서도 없는 세상에서, 도대체 뭐를 붙잡고 살아가야 해? 라는 저자의 첫 질문은, 결국은 우리 대부분이 알고 있는 대답으로 끝난다. 바로 우리 주위의 소소하지만 소중한 것들. 빛나는 햇빛과 내 옆에서 미소짓는 사람.
그래, 그것말고 뭐가 있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