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 아이를 가진 부모들에게
우치다 타츠루, 나코시 야스후미 지음, 박동섭 옮김 / 에듀니티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일단 잡고나자 한눈팔지 않고 끝까지 읽어버렸다. 요 2~3년 사이에 부쩍 나에게 다가왔던 공표, '요즘 아이들은 빨간버튼, 파란버튼 딱 두 개 밖에 없는 로보트같아. 짜증나/짱이야 두 마디밖에는 할 줄 모르는 기계-'라는 나의 공포가 어쩜 이리 저자들과 일치하는지-. 그런 로보트들을 때빼고 광내서(학원에서의 스펙을 통해) 다른 것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빤짝이게 하려는 '광기'(정말이지 내 눈엔 그렇게 보인다), 아이들의 스트레스와 힘듦을 '배부른 녀석들의 투정'이라고만 치부하고 자신의 무조건적 사랑(!?)을 몰라주는 아이들에 대해 섭섭해하는 엄마들의 왜곡된 짝사랑. 학교 현장에서 매일매일 대하는 '미친 세상의 드라마' 의 일부다,

 

책 표지에 있는 '모성은 본능이 아니라 역할이다'란 말, 책 뒷부분의 '일상이 중요하다'란 말에도 100% 동의한다. 나도 '말'을 잘 믿지 않는다. 마음이 중요하다느니, 깊이 뉘우치고 있다느니, 결과보다는 과정이라는 말도 잘 믿지 않는다. 나는 학생들이 '잘못했어요'라고 말하면, '그래, 어떤 벌을 받을래?'라고 말하고, '선생님, 사랑해요'하면, '그럼, 수업시간에 날카로운 질문을 해서 나를 기쁘게 해줘봐'라고 말하는 못된 선생이다. 대신, '넌 할 수 있어', '열심히 하면 다 돼'라는 말도 하지 않는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안 되는 일이 당연히 있지'라고 하고, '그게 그렇게 어려우면 그 문제는 포기하고 대신 다른 걸 해라'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러는 내가 소수파라는 것도 안다. 저자들처럼-.

 

물론 가장 많이 나올 반론도 얼추 안다. '그래가지고 나중에 어떻게 먹고 살라고?'일 것이다. 하지만 가린다고 없어지는 건 아니다. 저자들 말처럼, 누구나 다 자기생각을 똑부러지게 말할 순 없고(아무리 수업시간에 열심히 수업을 들었다 해도) 남에게 이야기하는데 떨리지 않을 수도 없고(안 그런 소수의 아이들이 있고, 모든 엄마들은 그걸 바라지만), 아무리 반복해서 풀어도 이해안되고 어려운 문제도 있다.(엄마들은 말로는 동의하지 않지만, 자기 자신을 생각해보면 알 것이다) 먹고 살기가 힘드니까 최대한 일찍부터 엄친아가 되어야 하나?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게 답이지 우리 아이에게 남들을 제치고 1등을 하라고 닥달하는 게 답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 것이다. 그런데도 왜 그걸 멈추지 못할까? 살기가 힘들다는 진실이 쓰라리기 때문에, 진실을 직시하면 자신의 처지가 너무나 초라해지니까, '희망'이라는 당의, '더 열심히 하면 된다'는 포장지로 감싸지 않으면 비루한 삶의 진짜 모습이 보이는데, 그걸 보기는 싫으니까- 가 아닐까?

 

이 책은, 그런 현실을 똑바로 보고, 더 이상 아이들에게 사기치지도 말고, 아이들의 눈을 똑바로 보라고 요구한다. 진실의 많은 부분은 말로 표현되지 않으며, 정작 아이들이 보내는 수많은 신호를 놓치고 있거나 외면하고 있으면서, 본인이 듣고 싶은 말만 기대한 채 '그래, 우리 대화 좀 해보자'라는 부모들의 태도가 얼마나 위선적인가를 고발한다. 하지만 그 고발이 직선적이지 않고 일본문화와 유머의 옷을 입고, 현장에서 체험하는 자신들의 경험에 근거하고 있기에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부모에 대한 아무 감정이 없다, 부모를 죽이고 싶다, 말이 안통한다 등등 학생들의 입에서 이런 말을 너무나 많이 듣고 사는지라. 이 책은 나에게 위로이며 든든한 친구로 여겨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