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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의 방식 - 새들은 어떻게 말하고 일하고 놀고 양육하고 생각할까?
제니퍼 애커먼 지음, 조은영 옮김 / 까치 / 2022년 1월
평점 :
보물상자같다
흥미로운 내용이 꽉꽉
디즈니만화에서
동물들이 서로 말을 하고
다른 종들끼리도 말을 하고
각자 개성이 뚜렷하고
사람처럼 시기, 질투, 협잡, 뽐내기
낭만적 사랑, 무모한 사랑, 긴 여행`
이게 다 사실이더라, 적어도 새들에겐
유럽의 틀을 벗어나
뉴질랜드, 오세아니아로 오니
별 희한한 새들이 많더라
새들이 내는 소리는
구애, 아니면 경고, 아니면 밥달라
인줄만 알았는데
그것보다 훠얼씬 복잡한 말들을 하고 산다네
심지어 각종 사투리에 외국어(다른 종들의 소리)까지
새들은 눈달린 날개인 줄만 알았더니
3차원으로 하늘에 복잡하게 얽혀있는
냄새의 산맥과 강물, 기류의 고속도로를 타고 다닌다네
도구 사용이 인류의 특권?
허헛, 천만의 말씀
애벌레를 낚기 위한 낚싯대는 기초반이고
쓩쓩 달리는 차를 이용해 호두를 깨뜨리고
신호등이 빨간불로 바뀔 때까지 기다릴 줄도 알고
심지어 불씨를 훔쳐 불 낼 줄도 안다네
춤추고 장식하는 게 인류의 특권?
허헛,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 소리
매일 아침 출근, 무대 청소, 몸풀기, 연습, 호객
날개를 펴고 깃을 부풀리고 색깔을 변화시키고
타닥타닥 박자 치기, 성대모사, 모창
암컷의 혼을 쏙 빼놓는 프로 댄서들
하지만 그걸로도 역부족이다
암컷에게 선택되는 놈들은 소수
사람이 일부일처제인 게 얼마나 다행인지
남자들은 알아야 돼 ㅎㅎ
살지도 않고 새끼도 안 키울
오로지 암컷을 유인하기 위해
엄청난 집을 짓고 인테리어를 하기도 한다
각자 취향도 확실해서
좋아하는 색깔의 가지가지 물건들을 주워와서
여기 놓고 한 발 물러 검사하고
다시 옮겨놓고 두 발 물러 검사하고
남의 집 탐나는 것도 슬그머니 훔쳐오고
콜라캔이며 일회용면도기같은
이국의 진기한 물건도 환영이야
무덤새(과의 숲칠면조)는 무덤 속에 알을 낳고
새끼는 스스로 알을 깨고
머리 위 흙을 등 아래로 보내며 1센티 1센티
땅 속을 올라오지만 무덤 밖으로 나온 순간
잡아먹힐 확율이 높다네
그것도 제 아비에게
생존과 생식에 필요한 일이 아닌
그냥 놀기, 이게 인간만의 특권일까?
학습, 공동육아, 다른 동물과의 협력, 속임수, 속임수의 속임수
우리만이 아니더라
진화의 신묘한 힘은
다양한 환경에서 다양한 모습을 깎아놓았더라
세상에 진리가 있다면
‘다양성’ 멁고 뭐가 있을까?
소리와 영상이 없어
수시때때로 유튜브를 들락날락
한 페이지에 열개도 넘게 나오는
생전 첨 듣는 새 이름을 영어로 몰라 헤맸더니
(영어로 유튜브 검색해야 훨씬 많이 나오니까)
책 뒤에 부록으로 있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이 책의 역자에게는
정말이지 맛있는 식사라도 대접하고 싶은 게
고유명사가 너무너무 많아서
번역하기가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그 노고를 겨우 만 몇 천원으로 훔칠수 있으니
가히 이 책은 가성비가 갑!이라 말할 수 있다
정말 재밌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