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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라 어려운 너에게
하우석 지음 / 다온북스 / 2025년 8월
평점 :
[협찬] 이 책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 오늘, 삶의 컵라면을 끓이는 당신에게
나는 괜찮다. 매일 주문처럼 외는 이 한마디가 때로는 가장 위태로운 고백일 수 있다. 겉으론 완벽한 큐티클을 뽐내는 네일아트처럼 살고 싶지만 속으론 자꾸만 무너져 내리는 이 세상의 처음 앞에서 우리는 종종 길을 잃는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새로운 관계에 뛰어들 때마다 내가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불안과 싸운다. '처음이라 어려운 너에게'는 그런 날, 길 잃은 내 마음을 엉뚱한 곳에서 발견하게 해주는 책이다.
이 책은 거창한 성공담이나 번지르르한 자기계발론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대신, 피할 수 없는 고난의 파도 앞에서 쫄지 않고 맞서는 깡을 이야기한다. 누군가에게는 반짝이는 열정이지만 나에겐 그저 앞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용기여야 한다는 구절은 마치 소주 한 잔 기울이며 듣는 인생 선배의 잔소리처럼 구수하면서도 뼈가 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지만, 이 책은 그 젖은 꽃잎의 촉감을 손으로 만져보라고 권하는 듯하다. 젖지 않고 가는 삶은 없으니 그냥 젖으라고. 그 문장들은 가랑비에 옷 젖듯 내 마음속 불안을 조용히 적셔주었다.
가장 놀라운 건, 이 책이 던지는 당신은 누구입니까?라는 질문이다. 나는 그동안 내 명함에 새겨진 직업이 나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회사에선 기획자, 집동호회에선 '회장님… 하지만 저자는 그 모든 타이틀이 그저 사회가 붙여준 이름표일 뿐, 소속이 바뀌면 사라질 안개 같은 존재라고 일갈한다. 진짜 나, 그건 외부 환경에 휘둘리지 않고 내 중심을 잡는 힘이라고 말이죠. 마치 껍데기만 잔뜩 씌워진 제 자아를 하나씩 벗겨내는 기분이었다. 책장을 덮고 나니, 거창한 명함 대신 자신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사람'이라는 소박한 정체성 하나가 남는다.. 그제야 내가 누구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사람과의 관계에 지쳐 괜찮은 척 웃고 있는 이들에게도 이 책은 따뜻한 위로를 건넵니다. 어떤 사람과는 대화가 물 흐르듯 풀리는데 어떤 사람과는 아무리 노력해도 벽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내가 뭘 잘못했나? 자책하며 마음이 무거워지곤 합니다. 이 책은 그런 우리에게 묵묵히 자신의 몫을 해내며 시간이 증명해주길 기다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주머니 속의 뾰족한 송곳처럼 감추려 해도 결국엔 빛을 드러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가려도 빛나는 사람’이 되라고 응원한다.
'처음이라 어려운 너에게'는 우리가 삶의 첫 페이지를 열 때마다 느끼는 불안과 막막함을 솔직하게 마주하게 한다. 그리고 그 처음의 순간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를 선물한다. 모든 것이 처음인 우리에게 필요한 건, 거창한 성공의 비법이 아니라 넘어지고 깨지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나만의 기준과 철학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누군가의 권위에, 전통이라는 관성에, 목소리 큰 사람들의 주장에 휩쓸리지 않도록 나만의 나침반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이 책은 마치 인생이라는 컵라면을 가장 맛있게 끓이는 법을 알려주는 레시피 북이다. 완벽하게 익은 면발이나 환상적인 토핑을 기대하는 대신, 끓는 물을 붓고 3분만 기다리면 된다고 말한다. 실패라는 뜨거운 물에 부풀어 오르는 좌절, 그럼에도 꿋꿋이 익어가는 삶의 면발, 그리고 마침내 완성되는 허름하지만 따뜻한 한 끼. 이 책을 읽고 나니, 나는 완벽한 코스 요리를 만들려 애썼던 지난날이 부끄러워졌습니다. 그리고 깨달았다. 결국 나는 책 덮고 컵라면 국물만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