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세미녀가 알려주는 우리 아이 부자 세팅법 - 내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거대한 자산은 ‘돈’이 아니라 ‘세금을 다루는 지식’이다.
김희연 지음 / 모티브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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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때문에 조금 어렵게 느껴졌다. 절세, 부자, 세팅법이라는 단어를 보니 증여세나 상속세 계산법이 중심인 책일 것 같은 느낌. 그래서 아이에게 재산을 물려줄 때 세금을 덜 내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겠지라는 기대로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훨씬 넓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단순히 세금을 줄이는 방법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에게 돈을 어떻게 물려주는 것이 좋은지를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무조건 일찍, 많이 주는 것이 좋은 건 아니다라는 점도 알려준다. 이런 책이라면 가능한 빨리 증여하는 방법을 강조할 줄 알았는데 자녀가 어릴 때부터 자기 이름의 계좌와 자산을 경험하고, 돈이 움직이고 세금이 붙는 과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부자 세팅은 큰돈을 넣어주는 것이 아니라 돈을 다룰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일이다. 부모가 모든 것을 대신 준비해 주는 것보다 아이가 자연스럽게 돈의 흐름을 경험하도록 해주는 것이 더 긴 안목의 준비라는 생각도 들었다.


재산을 미리 넘기면 무조건 유리할 거라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증여세뿐 아니라 취득세, 자산 종류, 부모의 상황까지 함께 봐야 한다. 특히 부모님의 병원비나 생활비를 누가 내느냐도 나중에 상속과 연결될 수 있다는 부분은 생각하지 못했던 내용이었다. 부모님을 위해 자녀가 병원비를 내는 것이 당연히 좋은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세금의 관점에서는 또 다른 결과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이 새로웠다. 세금은 특별한 부자들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가족의 평범한 돈 씀씀이와도 이어져 있다는 점이 실감났다.


어려운 세금 이야기를 가족의 현실적인 문제와 연결해 보여준다. 우리 집은 상속세와 상관없다라고 생각했던 사람도 부모의 노후, 자녀의 독립과 결혼을 생각하다 보면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세금을 무조건 아끼는 방법보다 가족의 자산을 긴 시간에 걸쳐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생각하게 해준 점이 좋았다.


다만 세금 책이다 보니 숫자와 용어가 많고, 내 상황과 거리가 있는 사례는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사례가 구체적이라 그대로 따라 하고 싶어질 수도 있지만, 가족마다 재산이나 상황이 다르고 세법도 바뀔 수 있다. 그래서 이 책 한 권으로 답을 찾기보다는 우리 가족에게 무엇을 확인하고 준비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안내서로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실제로 큰 재산을 움직일 때는 전문가의 도움도 필요해 보인다.


아이에게 남겨줄 것은 돈만이 아니라, 돈을 이해하고 관리하는 힘까지여야 한다.


실용적인 절세 정보도 얻을 수 있었지만, 오히려 부모로서 돈을 어떻게 바라보고 아이에게 무엇을 물려줄 것인지 생각하게 해줄 것이다. 아이의 미래를 위해 돈을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돈을 현명하게 받아들이고 지킬 수 있도록 준비시켜 주는 것 역시 부모의 몫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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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에 전부를 걸어보세요 - 내 인생을 완전히 바꾸는 유일한 길
박가을 지음, 김윤지 그림 / 체인지업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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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봤을 때는 조금 부담스러웠다. 책을 아주 많이 읽어야 한다거나, 독서를 통해 성공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자기계발서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평범하게 책을 읽는 나와는 거리가 있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는 선입견도 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훨씬 사람 냄새 나는 책이었다. 책이 말하는 핵심은 책을 얼마나 많이 읽느냐보다 읽은 뒤 무엇을 삶에 옮기느냐다. 저자는 힘든 시간을 지나며 책에서 얻은 문장과 생각을 실제 생활에 적용해본다. 식습관을 바꾸고, 여행을 하며 행복을 다시 생각하고, 독서 모임을 만들면서 사람들과 연결된다. 이런 변화들이 대단하거나 특별해서가 아니라, 우리도 마음만 먹으면 하나쯤 해볼 수 있는 것들이라 편하게 다가왔다.


독서 이야기보다 저자의 삶과 회복 과정이 더 크게 다가왔다. 여행지에서 행복하게 웃는 가족과 연인, 친구들을 바라보며 행복은 미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 있을 수 있다고 깨닫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늘 무언가를 이루어야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오히려 별일 없는 하루와 곁에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생각하게 했다. 책을 읽다가 내 일상을 자연스럽게 돌아보게 되는 순간들이 있어서 단순한 독서법 책과는 다르게 느껴졌다.


그래서 독서에 전부를 건다는 것이 하루 종일 책만 읽으라는 뜻이 아니라, 책에서 마음에 남은 한 가지를 실제로 살아보라는 의미로 느껴졌다. 좋은 문장을 밑줄 치고 지나가는 것과 직접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기 때문이다.


책을 덮은 뒤에도 무엇을 읽을지보다 무엇을 해볼지가 먼저 떠올랐다. 책 한 권이 사람을 단번에 바꾸지는 않더라도, 작은 행동 하나를 시작하게 만든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독서가 아닐까 싶다.


다만 행복, 긍정, 좋은 습관, 비교하지 않는 삶 같은 메시지는 익숙한 편이라 자기계발서를 많이 읽은 사람이라면 새롭지 않게 느낄 수도 있다. 또 책을 읽고 실천했지만 잘되지 않았던 경험이나 실패했던 순간까지 조금 더 담겼다면 더 현실적이고 입체적이었을 것 같다.


그래도 책을 읽으라고 훈계하기보다 자신이 어떻게 책을 삶으로 옮겼는지를 보여준다. 거창한 변화가 아니라 작은 습관 하나에서 시작해도 된다는 점이 부담 없이 다가왔다.


“나는 지금까지 읽은 책에서 무엇 하나라도 실제로 해봤을까?”


'독서에 전부를 걸어보세요'는 많이 읽는 법보다 읽은 것을 살아내는 법을 알려줬다. 다음 책을 펼치기 전에 지금까지 읽었던 책에서 마음에 남은 것 하나부터 실천해봐도 좋겠다. 독서의 진짜 재미는 읽은 권수를 늘리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책 한 권으로 어제와 다른 오늘을 만들어보는 데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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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바꿀 7개의 메가트렌드에 올라타라 - 앞으로 5년, 새로운 부를 탄생시킬 거대한 물결
테크피드 지음 / 토네이도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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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무엇을 기준으로 미래를 값에 넣느냐의 차이입니다.”


투자를 잘 아는 사람에게는 익숙한 말일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크게 와닿았다. 꼭 주식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느꼈기 때문에.


무언가를 고를 때면 지금 잘되고 있는지와 사람들이 많이 찾는지, 그리고 이미 검증됐는지를 먼저 본다. 아무래도 실패하고 싶지 않으니 확실해 보이는 쪽에 마음이 간다. 투자도 비슷하다. 이미 많이 오른 기업을 보면 늦은 것 같고, 아직 알려지지 않은 분야는 불안하다. 결국 미래를 보고 투자해야 한다는 말은 쉽지만, 그 미래를 믿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이 책은 AI, 반도체, 자율주행, 양자컴퓨터, 우주, 바이오, 암호화폐처럼 앞으로 세상을 크게 바꿀 가능성이 있는 흐름을 이야기한다. 처음에는 익숙한 주제라 생각했지만, 핵심은 무엇이 뜰까를 맞히는 데 있지 않았다. 지금의 변화가 앞으로 어디까지 이어질지, 그리고 어떤 산업과 기업이 그 흐름의 중심에 서게 될지를 생각해보라는 거다.


특히 AI와 바이오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기술 하나가 발전하면 그 기술만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반도체, 데이터센터, 전력, 통신망, 냉각 시스템 같은 주변 인프라까지 함께 커진다. 서로 다른 기술이 만나 전혀 새로운 시장을 만들기도 한다. 미래 산업을 본다는 것은 결국 눈앞의 제품 하나보다 그 기술을 가능하게 만드는 생태계 전체를 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점은 메가트렌드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하는 유행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속도는 예상보다 느릴 수도 있고 중간에 거품과 조정을 겪을 수도 있지만, 일단 사회와 산업의 구조를 바꾸기 시작하면 과거로 완전히 돌아가기는 어렵다. 그래서 미래를 예측할 때는 화려한 전망보다 무엇이 이미 되돌리기 어려운 단계에 들어섰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다.


요즘 나도 AI 관련 소식이 쏟아질 때마다 뒤처지는 기분이 들곤 한다. 새로운 모델과 기업, 기술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하니 따라가기만 해도 벅차다. 그래서 질문을 조금 바꿔보게 됐다. 지금 뭐가 제일 오를까? 보다 앞으로 쉽게 되돌아가지 않을 변화는 무엇일까? 이 질문이라면 나 같은 일반인도 조금 차분하게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미래 산업의 가능성은 충분히 보여주지만, 좋은 산업이 반드시 좋은 투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좋은 기업이라도 너무 비싸게 사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기술이 세상을 바꾸는 것과 그 기술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것은 분명 다른 문제다. 과거의 유망 산업 가운데 기대만큼 투자 성과를 내지 못했던 사례나, 성장성과 현재 가격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판단할지까지 조금 더 다뤘다면 더 균형 잡힌 책이 되었을 것 같다.


그래도 종목 이름보다 오래 남은 것은 처음의 그 문장이었다. 투자란 어쩌면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내 돈을 먼저 보내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가장 빨리 움직이는 것도, 가장 인기 있는 분야를 찾아가는 것도 아닐 것이다. 내가 어떤 미래를 믿고 있는지, 그 변화가 왜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스스로 설명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미래를 맞히는 법보다 미래를 바라보는 기준을 생각하게 만든다. 7개의 메가트렌드 가운데 무엇이 정말 크게 성장할지는 누구도 정확하게 알 수 없다. 하지만 세상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지 계속 관찰하고, 그 변화의 원인과 연결고리를 이해하려는 습관은 투자뿐 아니라 앞으로 살아가는 데에도 꽤 중요한 능력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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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댕냥이가 죽으면 어떡하지? - 펫로스 에세이, 내 아이의 평온한 마지막을 위한 83가지 힌트
수의사 시와오(주름남) 지음, 김현정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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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과 함께 살다 보면 애써 생각하지 않으려 하는 순간이 있다.

이 아이도 언젠가는 내 곁을 떠나겠지.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굳이 입 밖으로 꺼내고 싶지 않은 말이다. 그래서 '우리 집 댕냥이가 죽으면 어떡하지?'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제목부터 너무 슬픈 거 아닌가 싶었다. 반려동물의 죽음과 장례, 펫로스 같은 이야기가 가득해서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워지는 책일 거라는 선입견도 있었다.


그런데 죽음을 이야기하지만 이상하게도 읽고 나면 죽음보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아이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특히 반려견을 키우는 입장에서 마음에 남았던 건 노령견에 대한 이야기였다. 나이가 들고 몸이 아프다고 해서 무조건 잘 먹는 것만 찾는 게 답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몸에 좋다는 이유로 먹지 않는 음식을 고집해서도 안 된다는 이야기. 결국 노령견에게 중요한 것은 체중과 근육을 가능한 한 유지하면서 그 아이의 상황에 맞게 돌보는 것이라는 내용이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사실 반려견을 키우다 보면 이런 고민을 자주 한다.

이게 정말 얘한테 좋은 걸까?

내가 더 해줄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말을 할 수 없는 아이이다 보니 보호자는 늘 대신 판단해야 한다. 그래서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오히려 죄책감이 되기도 한다. 그런 보호자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가장 예상 밖이었던 부분은 치료를 끝까지 하는 것만이 사랑은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나는 이런 책이라면 좋은 병원을 찾고,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중심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호스피스 케어에 대해서도 비중 있게 이야기한다. 먹기 싫어하는 아이에게 억지로 음식을 주지 않고, 아프고 불편한 부분을 줄여주고, 곁에서 쓰다듬고 말을 걸어주면서 남은 시간을 편안하게 보내도록 해주는 것. 치료하지 않는 것이 곧 포기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반려견을 사랑하면 당연히 하루라도 더 함께 있고 싶다. 돈이 얼마가 들든, 할 수 있는 치료가 있다면 해보고 싶은 게 보호자의 마음일 것이다. 그런데 그 치료가 정말 아이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내가 이별하기 싫어서 붙잡고 있는 것인지는 막상 그 순간이 오면 쉽게 판단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얼마나 오래 사느냐보다 남아 있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는 말이 남았다.


이 책은 아직 곁에 있을 때 잘 사랑하라고 말한다.


언젠가 마지막은 온다. 아무리 오래 함께 살아도 그날이 오면 조금만 더라는 생각이 들 것 같다. 그래서 언제 떠날지를 걱정하는 것보다 오늘 밥은 잘 먹었는지, 산책하면서 신나게 냄새를 맡았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한 번 더 살펴보는 일이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가끔은 아무 이유 없이 한 번 더 쓰다듬어주는 것.


반려견과 함께 사는 사람에게는 어쩌면 그런 평범한 하루하루가 훗날 가장 그리워질 순간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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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생각하기를 포기한 자는 가장 완벽한 노예가 된다 ㅣ 시대철학 3
그리고리 예피모비치 라스푸틴 지음 / 비원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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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푸틴이라는 인물 자체가 가진 어둡고 묘한 분위기 때문인지, 읽는 내내 조금은 서늘하면서도 차분한 기분이 들었다. 혼자 생각에 잠기기 좋은 계절과 잘 어울리는 책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처음에는 라스푸틴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내용이 많았다. 나는 정말 내 생각대로 살고 있는지, 아니면 다른 사람의 말이나 시선을 너무 신경 쓰며 살고 있는지. 누군가의 조언을 따르는 것이 편해서 내 판단을 슬쩍 미뤄버린 적은 없었는지도 생각하게 됐다.


생각해보면 스스로 판단한다는 건 생각보다 꽤 피곤한 일이다. 정답을 알려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대로 따라가고 싶을 때도 있고, 잘못된 선택을 했을 때 책임까지 내가 져야 한다는 사실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때때로 다른 사람의 확신을 빌려 내 선택을 대신하려 하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으며 그런 편안함이 반복되다 보면 어느 순간 내 기준 자체가 흐려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주변 사람들에게 계속 의견을 물었던 기억도 났다. 여러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편해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복잡해졌던 때였다. 결국 선택은 내가 해야 했고, 그때 느꼈던 막막함이 책에서 말하는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는 일과 겹쳐졌다. 어쩌면 자기 기준을 갖는다는 건 대단한 신념을 세우는 게 아니라, 작은 선택이라도 그 결과를 내가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라스푸틴의 삶과 당시 러시아 황실의 이야기를 따라가기 때문에 술술 읽힌다. 권력과 불안, 사람의 약점을 파고드는 심리 같은 이야기가 이어져서 다음 내용이 궁금해지는 힘도 있다. 특히 역사 속 이야기를 지금 우리의 인간관계나 선택의 문제와 연결하는 부분은 어렵지 않아 편하게 읽을 수 있다.


다만 비슷한 메시지가 조금씩 다른 표현으로 반복된다는 느낌도 있다. 역사 이야기에 푹 빠져들다가 삶에 대한 조언으로 넘어가는 부분에서는 흐름이 느슨해지기도 했다. 조금만 더 압축했으면 더 힘 있는 책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그래도 기억에 남은 건 라스푸틴이라는 인물보다 몇 가지 질문이다. 나는 누구의 기준으로 나를 평가하고 있는지,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느라 내가 원하는 것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완벽한 때를 기다린다는 핑계로 결정을 미루고 있지는 않은지.


거창한 답을 주는 책이라기보다 가끔 멈춰서서 그래서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데? 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만드는 책이었다. 조금 쌀쌀해진 저녁, 혼자 조용히 읽으며 마음을 한번 들여다보고 싶을 때 잘 어울리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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