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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내 안의 누군가와 싸우고 있다
김정규 지음 / 토네이도 / 2026년 10월
평점 :
살다 보면 누구보다 나 자신에게 모질어지는 순간이 있다. 다른 사람의 실수에는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내 실수는 쉽게 용서하지 못한다. 조금 더 잘했어야 했다고 후회하고, 남들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다그치기도 한다.
김정규의 '우리는 모두 내 안의 누군가와 싸우고 있다'는 우리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 두 목소리를 상전과 하인으로 표현한다. 잘해야 한다고 몰아붙이는 상전과 그 기대에 맞추려고 애쓰는 하인. 읽을수록 낯설지 않은, 내 안에서도 자주 들리던 목소리 같았다.
가장 마음이 뭉클했던 부분은 한 여성이 내면의 상전과 하인이 되어 대화한 뒤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었다. 그동안 자신을 얼마나 심하게 몰아붙이며 살아왔는지 깨닫고 슬퍼하는 모습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특히 자신을 비난하던 목소리조차 처음에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생겨났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잘하고 싶어서,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시작된 마음이 어느새 자신을 괴롭히는 목소리가 된 것이다. 이 장면은 어려운 설명보다 상담자와의 대화, 뒤늦게 터져 나온 눈물을 통해 감정을 자연스럽게 전해주어 더 깊이 와닿았다.
반면 조금 아쉬웠던 부분은 책 후반부에 한 여성이 가족과 함께 산에 오르며 달라진 마음을 느끼고 남편에게 미안함을 전하는 장면이었다. 자신을 받아들이면서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까지 따뜻하게 변하는 모습은 좋았지만, 그 변화가 조금 빠르게 느껴졌다.
실제로는 무언가를 깨달았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달라지지는 않는다. 괜찮아졌다가도 다시 자책하고, 예전의 습관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그런 흔들림과 시행착오가 조금 더 담겨 있었다면 감정적으로 더 공감할 수 있었을 것 같다.
두 장면의 차이는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에 있었다. 상담 장면은 인물의 대화와 눈물, 담담한 문장만으로도 아픔이 생생하게 전해졌다. 반면 산에 오르는 장면은 변화의 결과에 집중한 나머지 그 과정과 가족의 마음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다. 감동적인 결말보다 그곳에 이르는 시간이 더 자세히 그려졌다면 좋았을 것 같다.
그럼에도 이 책은 자신을 이해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따뜻하게 전해주는 책이었다. 어려운 심리학 설명보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감정과 사례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잘못된 마음을 고치라고 다그치기보다 왜 그런 감정이 생겼는지 먼저 들여다보게 한다. 회복의 과정이 조금 더 현실적으로 그려졌다면 좋았겠지만, 내 마음을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설득력 있는 위로였다.
나를 힘들게 했던 마음도 나를 지키려고 애쓰던 마음이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안의 싸움이 하루아침에 끝나지는 않겠지만, 이제는 나를 비난하는 목소리에도 조금은 귀를 기울여보고 싶다.
나와 화해하는 일은 지금의 나도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이제는 나 자신에게 조금 덜 엄격해지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