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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창업가의 J 커브 전략 - 아이디어 검증에서 시장 확장성 확보까지
서원겸 지음 / 청년정신 / 2026년 9월
평점 :
“기술창업의 성공은 뛰어난 기술을 만드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신뢰를 얻고 꾸준한 매출을 쌓아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이다.”
창업이라고 하면 번뜩이는 아이디어나 대단한 기술, 하루아침에 성공한 기업가의 이야기가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화려한 성공보다 그 뒤에 숨겨진 수많은 고민과 시행착오에 더 가까이 다가간다.
빌 게이츠와 일론 머스크의 이야기로 기술창업의 가능성을 보여주면서도, 현실에서는 기술력만으로 살아남기 어렵다는 사실을 짚어준다. 좋은 기술이 있어도 고객이 찾지 않으면 의미가 없고, 매출이 발생하더라도 꾸준히 이어지지 않으면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다른 회사가 3천만~4천만 원을 제시한 개발 프로젝트를 1천만 원에 맡아, 하루 15시간씩 일하며 열흘 만에 완성했다는 이야기는 무모해 보일 만큼 치열했던 그 시간에 작은 회사가 첫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해 감당해야 했던 현실이 담겨 있다. 동시에 열정만으로 버티는 방식이 언제까지나 가능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창업은 열심히 일하는 단계를 넘어 안정적인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과정일 것이다.
또 AI 기술이 얼마나 뛰어난지 이야기하기보다, 그 기술을 도입한 기업의 생산성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보여주는 것이 고객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이다. 결국 사람들은 기술 자체보다 그 기술이 만들어내는 변화를 원한다.
기업가치 공식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기업가치 = 기술력 × 시장성 × 성장성 × 확장성 × 신뢰도
어느 하나만 뛰어나서는 충분하지 않다는 의미다. 특히 10억 원의 일회성 매출보다 5억 원이라도 매년 반복되고 성장하는 매출이 더 가치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눈앞의 성과보다 오래 이어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는 뜻으로 다가왔다.
물론 책의 핵심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다 보니 국내 창업 환경의 어려움이나 해외 진출, 연구개발비 관리, 자금조달 같은 현실적인 문제들은 충분히 담지 못했다. 이 책의 매력은 그런 세세한 이야기까지 들려준다는 데 있다. 특히 기술을 잘 아는 개발자라도 영업과 회계, 조직 운영까지 배워야 한다는 점에서 창업의 무게가 실감 났다.
고객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다 보면 오히려 제품이 제각각 달라지고 개발 자원이 분산될 수 있다는 조언도 현실적이었다. 당장의 계약을 성사시키는 것과 회사를 오래 성장시키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J커브의 가파른 상승보다 그 아래에 쌓인 시간이 더 마음에 남았다. 고객을 만나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며 조금씩 신뢰를 얻어가는 시간.
창업을 준비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이 이야기는 낯설지 않다. 무언가를 시작하고 꾸준히 키워가는 과정은 우리 삶과도 닮아 있기 때문이다.
큰 성장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기적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차곡차곡 쌓아온 노력의 결과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