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꿀 수 없는 것과, 사실은 바꿀 수 있는데 그대로 두고 있는 것을 나는 제대로 구별하고 있을까?”
살다 보면 어쩔 수 없다는 말을 자주 하게 된다. 열심히 한 만큼 결과가 따라오지 않을 때나 예상하지 못한 일로 계획이 틀어질 때도 그렇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언젠가는 알아주겠지 하며 기다렸던 순간이 많았다. 기다리는 동안에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지만, 돌이켜보면 내가 할 수 있는 일까지 미뤄두었던 순간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세상에는 분명 내 힘으로 바꿀 수 없는 일이 있지만, 그렇다고 내 삶의 모든 부분까지 운명에 맡길 필요는 없다.
특히 열심히 했는데 알아주는 사람이 없거나, 아무도 나를 속이지 않았는데 나만 손해 본 것 같은 순간이 있다. 그 장면을 마음속에서 몇 번이고 다시 돌려본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장면은 아무리 되짚어도 달라지지 않는다. 처음에는 이런 시선이 조금 차갑게 느껴졌지만 마음이 아픈 것과 그 마음속에 계속 머무는 것은 다른 일이라는 뜻처럼 다가왔다. 억울한 마음을 애써 없애기보다 충분히 느끼되, 그 감정이 내 다음 선택까지 붙잡게 두지는 않는 것. 그것도 나를 지키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잘해주면 나도 모르게 비슷한 마음이 돌아오기를 기대한다. 사람 사이의 이해관계를 정확히 알고, 상대의 호의를 당연하게 여기지 말라고 한다. 처음에는 삭막하게 느껴졌지만 오히려 관계를 편안하게 만드는 태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아서 건넨 친절이라면 그것으로 충분하고, 받은 친절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 고마운 것으로 남겨두는 것이다.
가장 마음에 남은 것은 자신의 자리를 잃은 마키아벨리의 이야기였다. 자신을 설명해주던 직함과 자리가 사라졌을 때 그는 무엇으로 자신을 증명해야 했을까. 그 모습을 보며 책의 메시지가 조금 더 선명해졌다. 세상이 나를 어디에 앉힐지는 마음대로 할 수 없어도, 그 자리에서 무엇을 할지는 여전히 내 몫이다.
무조건 잘될 거라고 위로하지 않는다. 누군가 결국 내 진심을 알아줄 거라는 희망을 쉽게 건네지도 않는다. 대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 막연한 위로보다 지금의 나를 한 번 더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물론 모든 관계를 이해관계와 힘의 논리로 바라보는 듯한 부분은 아쉬웠다. 세상에는 계산으로 설명할 수 없는 마음과 관계도 분명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손해를 알면서도 곁을 지키고, 아무것도 돌아오지 않아도 기꺼이 마음을 내어주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삶의 정답이라기보다 마음이 흔들릴 때 꺼내보는 질문으로 간직하고 싶다.
나는 지금 정말 어쩔 수 없는 걸까. 아니면 누군가가 먼저 움직여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걸까.
운명이 내 삶의 절반을 가져간다고 해도 나머지 절반은 아직 내게 남아 있다. 모든 것을 건다는 말은 내게 남아 있는 몫만큼은 세상에 넘겨주지 말라는 말처럼 느껴진다.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선택 하나,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지키고 싶은 마음 하나. 그런 것들이 모여 결국 내 삶이 되는 게 아닐까. 그 작은 몫을 제대로 살아보는 것. 그것이 내게 남긴 가장 오래가는 마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