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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토 다카시의 니체는 이렇게 말했다 - 무례한 세상에 휘둘리지 않기 위한 니체의 말
사이토 다카시 지음, 김수정 옮김 / 부키 / 2026년 9월
평점 :
책을 읽다 보면 마음에 들어서 밑줄을 긋는 문장도 있지만, 반대로 선뜻 동의하기 어려워 다시 읽게 되는 문장도 있다. '사이토 다카시의 니체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내게 그랬던 말은 “친구라면 적이 되어라” 였다.
처음에는 차갑게 느껴졌다. 친구라면 힘들 때 내 편이 되어주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충분히 긴장하고 경쟁하며 살아가는데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에서까지 나를 담금질해야 할까 싶었다.
이런 불편함은 내가 생각하는 좋은 관계의 모습과 니체가 말하는 관계의 모습 사이에 거리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누군가를 변화시키고 성장시키는 것만큼이나, 그 사람이 잠시 부족한 모습으로 있어도 편안하게 곁을 내어주는 것이 우정이라고 생각한다. 때로는 충고보다 그럴 수도 있지라는 한마디가 더 필요한 순간도 있다 생각한다.
그런데 이 문장이 계속 마음에 남았다. 그리고 조금 다르게 읽어보게 되었다.
적이 되어라는 말을 정말 서로 맞서 싸우라는 뜻이 아니라, 좋은 말만 해주는 사람이 반드시 좋은 친구인 것은 아니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니 생각할 여지가 생겼다. 내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을 때 조심스럽게 다른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 듣기 불편하더라도 내가 미처 보지 못한 부분을 짚어주는 사람 역시 귀한 친구일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비판 자체가 아니라 서로를 대하는 마음인 것 같다.
이렇게 한 번에 받아들이기보다 잠시 생각하게 하는 문장들이 여럿 등장한다. “질투는 습관이 된다”는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의 삶과 내 삶을 비교했던 순간을 떠올렸고, “작은 우연들을 대하는 마음”에서는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일을 무조건 나쁜 일이라고 여겨왔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다.
니체라고 하면 어렵고 무거운 철학부터 떠올렸는데, 사이토 다카시는 그의 말을 일상으로 가져온다. 인간관계와 질투, 고독과 우연처럼 누구나 겪어봤을 마음을 통해 니체의 생각을 풀어내기 때문에 철학에 익숙하지 않은 나도 내 경험을 자연스럽게 겹칠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은 마음에 드는 문장과 마음에 걸리는 문장 사이에서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책이다.
특히 친구라면 적이 되어라라는 말도 하나의 질문으로 남았다. 나는 친구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 좋은 관계란 그저 편안한 관계인지, 아니면 때로 서로에게 불편한 진실을 말해줄 수 있는 관계인지.
여전히 나는 따뜻하게 내 편이 되어주는 친구가 좋다. 그렇다고 나와 다른 말을 건네는 사람을 쉽게 밀어내고 싶지도 않다. 이 책을 읽기 전보다 좋은 친구라는 말의 범위가 좀 넓어진 셈이다.
좋은 책은 정답을 알려주는 책만은 아닌 것 같다. 익숙했던 생각에 틈을 내고,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질문 하나를 오래 품게 하는 책도 좋은 책이다.
'사이토 다카시의 니체는 이렇게 말했다'는 그런 방식으로 니체의 문장을 삶 가까이로 데려간다. 어떤 문장은 위로가 되고, 또 어떤 문장은 쉽게 동의할 수 없어 오래 마음에 남는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철학이 조금 덜 어렵고, 조금 더 나의 이야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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