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이 있는 사람이 이긴다 - 불안은 약점이 아니라 무기다 - D·R·I·V·E
양인호 지음 / 비버북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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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이 있는 사람이 이긴다'를 읽는 동안 마음이 가장 움직였던 장면은 네바다 사막에서의 기억이었다. 영어가 부족해 작업 지시도 잘 알아듣지 못하고, 쉬는 시간의 농담에도 끼지 못한 채 혼자 웃어야 했던 장면. 저자는 그때 자신이 거의 투명인간이 된 것 같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대목이 단순한 고생담으로 읽히지는 않는다. 말로는 아무것도 설득할 수 없으니, 몸으로 말하기로 했다는 전환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설거지를 한다. 남들이 피하는 일을 자청한다. 사막의 물, 식재료, 당번, 피로, 침묵 같은 구체적인 사물과 감각이 결핍이라는 단어를 현실로 바꿔놓는다.


어린 시절 채권자들 앞에서 자신이 갚겠다고 말하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이 장면이 힘을 갖는 이유는 그것을 대단한 용기나 영웅적 결단으로 포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에 나온 말이었다고 쓴다. 그래서 더 믿긴다. 사람은 언제나 큰 뜻을 품고 앞으로 나아가는 게 아니다. 때로는 더 물러날 곳이 없어서, 그냥 그 자리에서 한마디를 내뱉고 시작한다. 이 책이 설득력을 얻는 순간은 바로 이런 대목이다. 결핍이 미화되지 않고, 한 인간을 움직이게 만든 압력으로 얘기될 때다.


반대로 감정이 잘 따라가지 못했던 장면도 있다. 경험담보다 원칙과 조언의 형식에 가까워 지는 부분이 있다. 조직 안의 점을 선으로 연결하라, 임원은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다, 운동을 선택이 아니라 필수 업무처럼 배치하라 같은 대목들은 실용적이다. 틀린 말도 아니다. 근데 읽는 마음은 조금 식는다. 앞에서는 한 사람이 사막에서 버티고, 시장에서 일하고, 모욕과 부족함을 견디는 장면을 보고 있었는데, 뒤로 가면 강연 슬라이드의 핵심 문장을 따라가는 느낌이 강해진다.


두 장면의 차이는 먼저 서술 방식에서 나온다. 마음이 움직였던 장면에는 시간과 장소와 몸의 움직임이 있다. 새벽, 사막, 시장, 설거지, 상자, 땀 같은 것들이 있다. 반면 감정이 덜 따라간 장면은 결론이 먼저 제시되고, 사례는 그 결론을 뒷받침하는 재료처럼 배치된다. 전자는 내가 장면 안으로 들어가게 만들고, 후자는 내가 저자의 정리를 듣게 만든다.


이 책의 장점은 결핍을 성공담의 장식품으로만 쓰지 않는 데 있다. 불안과 부족함을 지워야 할 흠으로만 다루지 않는다. 그것을 방향을 가리키는 신호,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힘으로 해석한다. 다만 가장 강한 순간은 원칙을 설명할 때가 아니라, 원칙이 아직 이름을 얻기 전의 장면을 보여줄 때다. 설거지하던 손, 새벽 시장에서 상자를 나르던 몸, 빚 앞에서 먼저 말을 꺼낸 어린 얼굴. 그때 이 책의 제목처럼, 힘은 개념이 아니라 장면에서 발생한다.


'결핍이 있는 사람이 이긴다'는 결핍을 안고 자기 추진력을 만들어온 사람의 생존 기록 같다. 이렇게 하면 성공한다보다 이렇게밖에 할 수 없었고, 그래서 길이 생겼다는 쪽. 바로 그 불완전한 고백이 이 책의 추진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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