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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물리학 ㅣ 과학이 기본이다
고희정 지음, 김진화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6년 5월
평점 :
초록색 양장 표지와 큰 제목이 먼저 눈에 들어왔고, 뉴턴의 사과 이야기와 아인슈타인의 상상력, 외르스테드의 나침반 실험 같은 익숙한 장면들이 만화와 함께 이어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과학책이라기보다 오래된 어린이 백과사전이나 학습만화의 질감이 먼저 떠올랐다. 1990년대 학교 도서관 창가, 비닐커버 씌운 과학책, 쉬는 시간의 연필 냄새 같은 것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책이 물리학을 거대한 공식 체계보다 세상은 왜 움직이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는 점이다. 뉴턴의 만유인력 이야기를 설명하는 대목에서도 숫자와 수식보다 먼저 떨어지는 사과의 장면을 보여 준다. 버스가 급정거할 때 몸이 앞으로 쏠리는 감각, 놀이공원 청룡열차가 떨어질 때 배가 붕 뜨는 느낌, 자석 가까이에서 나침반 바늘이 흔들리는 순간 같은 생활 감각을 끌어온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물리학이 교과서 속 학문이라기보다, 이미 몸이 알고 있었던 세계의 리듬처럼 느껴진다.
개인적으로는 외르스테드와 패러데이 이야기가 오래 남았다. 전기와 자기가 서로 연결된 힘이라는 걸 발견하는 장면을 읽는데, 문득 어린 시절 문방구에서 사 온 빨간 막대자석이 떠올랐다. 철가루를 종이 위에 뿌려 두고 자석을 밑에 가져다 대면 보이지 않던 자기장이 무늬처럼 드러나던 순간 말이다. 책 속 설명은 아주 단순한데, 이상하게 그런 기억의 촉감을 건드린다. 아마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그 부분일 것이다. 과학 개념을 설명하기 전에 먼저 감각으로 되살린다.
또 하나 흥미로운 건 과학사를 거의 모험담처럼 엮어 놓았다는 점이다. 뉴턴에서 프레넬, 아인슈타인, 맥스웰로 이어지는 흐름이 어린이들에게 과학은 이미 완성된 진리가 아니라 계속 수정되는 이야기라는 감각을 준다. 빛이 입자인지 파동인지 논쟁하는 장면이나, 개기일식 사진으로 상대성 이론을 검증하는 대목은 실제로 흡인력이 있다. 어린이 책인데도 과학사의 드라마를 놓치지 않는다.
'어린이 물리학' 무엇보다 어린이들에게 세상은 그냥 있는 게 아니다라는 내용을 남긴다. 공이 떨어지고, 빛이 휘고, 전기가 흐르고, 별이 타오르는 이유를 궁금해하게 만든다. 어린이 과학책이 결국 해야 할 일은 지식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낯설게 보게 만드는 일인데, 이 책은 그 역할을 해낸다. 읽고 나면 길거리 가로등이나 엘리베이터, 버스 손잡이조차 조금 다르게 보인다. 물리학이란 결국 보이지 않는 힘들의 서사라는 사실을, 이 작은 책이 알려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