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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리더의 언어 공식
윤상명 지음 / 모티브 / 2026년 5월
평점 :
질문으로 회의를 지배하는 리더에 대한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책 속에서 하수 리더는 그렇게 하세요라고 결론부터 던지고, 고수 리더는 그 방향으로 갔을 때 놓치는 변수는 없을까요?라고 질문한다. 이 차이를 읽는 순간 예전에 합정의 한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봤던 장면이 떠올랐다. 직원들에게 큰소리를 치던 대표보다, 조용히 의자에 기대 앉아 그런데 사용자는 왜 굳이 이걸 써야 하죠?라고 한마디 던지던 CD 한 사람이 회의 전체를 지배하던 기억. 결국 권위는 볼륨이 아니라 구조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현실적으로 알고 있다.
책은 로고스, 파토스, 에토스를 현대 직장인의 언어로 다시 번역해낸다. 사실 이런 구성은 고전적이다. 하지만 이를 TED 강연이나 MBA 화법이 아니라 한국식 조직 문화 안으로 끌고 들어온다. 숫자로 상대를 압박하는 직장인과 스토리만 강조하는 대학생 발표를 대비시키는 부분은 다소 단순화되어 있으면서도 이상하게 현실적이다. 여의도 증권사 회의실과 성수동 스타트업 IR 피칭 현장이 동시에 떠오른다. 숫자만 밀어붙이는 사람의 메마름과 감성만 외치는 사람의 공허함을 둘 다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이 계속 읽히는 이유는 문장이 지나치게 추상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리더는 눈을 흔들림 없이 마주 본다, 비난이 아니라 팩트 체크를 한다, 회의 전 플랜 B를 준비한다 같은 문장들은 거창한 철학이라기보다 실제 업무 현장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행동 언어에 가깝다. 그래서 나는 어느 순간 책을 읽는다기보다, 누군가의 사내 전략 노트를 몰래 훔쳐보는 기분이 들었다.
특히 오늘 오후는 업무 생각 다 비우고 쉬고 내일 다시 이야기합시다라는 문장은 의외였다. 성과와 효율을 말하던 책이 갑자기 리더의 멘탈 관리와 비움을 이야기하는 순간, 잠깐 결이 달라진다. 그 문장을 읽는데 예전에 영화에서 봤던 마감 직전의 잡지 편집실이 떠올랐다. 모두가 예민해져 있던 새벽 1시 무렵, 누군가 일단 나가서 담배 한 대 피우고 오죠라고 말하면 이상하게 분위기가 다시 살아났다. 조직을 움직이는 건 결국 완벽한 논리만이 아니라, 긴장을 풀어주는 아주 작은 문장 하나이기도 하다는 사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한국적인 책이다. 실리콘밸리식 자유주의 리더십보다도, 판을 읽고 공기를 관리하며 사람들의 심리를 움직이는 한국형 조직 문화의 감각에 더 가깝다. 그래서 어떤 대목은 약간 숨 막히기도 한다. 끊임없이 눈치를 읽고, 협상하고, 관계의 온도를 조절해야 하는 삶의 피로가 책 전체에 은근히 배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오히려 현실적이다. 실제 사회는 대부분 TED 강연장이 아니라, 을지로의 회의실과 판교의 야근 자리에서 굴러가니까.
'1% 리더의 언어 공식'은 좋은 말을 하는 법에 대한 책이 아니다. 오히려 관계의 주도권을 잃지 않는 문장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책이다. 그래서 읽고 나면 조금 서늘해진다. 누군가의 설득력이라는 것이 사실은 타고난 카리스마보다 훨씬 계산된 구조와 훈련의 결과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예전에 회사 동료 중 누군가가 결국 사람은 내용보다 태도를 먼저 믿게 되는 것 같다는 말을 했던 기기억이 났고, 이상하게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와 겹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