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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천재의 돈 버는 공식
장문정 지음 / 쌤앤파커스 / 2026년 3월
평점 :
이 책을 읽기 전의 기대는 꽤 단순했다.
제목이 워낙 직설적이다 보니, 솔직히 이거 좀 베껴 써먹을 수 있는 공식 같은 게 나오겠지? 하는 마음. 특히 0원에서 100억 같은 문구는 거의 함수처럼 느껴진다. 입력값을 넣으면 출력값이 나오는 구조. 그러니까 일종의 실전 매뉴얼, 혹은 빠르게 복제 가능한 성공 패턴을 기대했다.
처음 몇 장을 넘기면서는 역시 이런 식이군 싶었다.
숫자, 전략, 사례. 예상 가능한 구조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미묘하게 달라진다.
이 책이 반복하는 건 공식이 아니라 번역이다.
데이터를 해체해서 언어로 바꾸고,
숫자를 감각으로 바꾸고,
기능을 장면으로 바꾸라는 이야기.
예를 들어 20% 농도라는 말은 아무 느낌이 없다.
그런데 입수, 퐁당, 흡뻑 같은 표현은 바로 몸에 들어온다.
이건 단순한 카피라이팅 스킬이라기보다, 인간이 세계를 받아들이는 방식에 대한 문제다. 사람은 정확한 정보로 움직이지 않는다. 느껴지는 것으로 움직인다.
여기서 처음 기대와 실제 내용이 크게 갈라진다.
나는 무엇을 해야 돈을 버는지를 알고 싶었는데,
계속 어떻게 느끼게 할 것인가를 이야기한다.
책을 읽다보면 한 가지 불편한 사실이 드러난다.
기술이나 품질을 강조하는 방식은, 생각보다 설득력이 약하다는 점이다.
예로 드는 화장품 사례도 그렇다.
기술력을 강조할수록 소비자의 언어와 멀어진다.
이건 묘하게 현대미술에서 자주 보던 장면이랑 닮아 있다. 내부 논리는 치밀한데 외부에서는 공허하게 들리는 상태. 결국 중요한 건 좋은 구조가 아니라 전달되는 구조라는 점이다.
조금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좋은 제품 ≠ 팔리는 제품이다.
이 책은 그 사이를 파고든다.
그리고 그 간극을 메우는 방식은 단순하다.
설명하지 말고, 보여주라는 것.
예를 들어 이 제품이 더 좋아요라고 말하는 대신,
이걸 쓰면 당신의 하루가 이렇게 바뀝니다라는 장면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니까 소비자는 물건을 사는 게 아니라,
자기가 들어갈 상황을 산다는 이야기다.
읽으면서 몇 번은 웃었다.
이거 너무 당연한 얘기 아니야? 싶다가도,
막상 현실에서는 다들 반대로 하고 있다는 걸 떠올리면 좀 씁쓸해진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가격 표현 방식에 대한 부분이다.
9,900원보다
만 원 한 장으로 해결되는 한 끼가 더 강하다는 것.
이건 단순히 문장을 예쁘게 만드는 문제가 아니다.
가격을 숫자로 제시할지, 경험으로 제시할지의 차이다.
읽기 전에는 돈 버는 공식을 줄 거라 생각했다.
읽고 나서는 생각이 좀 바뀌었다.
이 책은 공식을 주지 않는다.
대신 공식처럼 보이게 만드는 언어를 해부한다.
그리고 더 정확히 말하면,
팔리는 것의 본질을 기술이 아니라 인식의 문제로 말한다.
결국 남는 건 몇 가지다.
숫자는 설명하지 말고 체감하게 만들 것.
기능은 나열하지 말고 장면으로 번역할 것.
그리고 무엇보다, 소비자의 머리가 아니라 몸을 먼저 움직이게 할 것.
이걸 알고 나면,
길거리 간판이나 메뉴판이 전부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조금 과장하면, 세상이 전부 카피라이팅 사례집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