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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yond: AI가 이끄는 인지 혁명 - 발견하는 주체가 바뀌었다
박종성 지음 / 이든서재 / 2026년 4월
평점 :
딥마인드가 알파폴드 단백질 구조 데이터를 공개했던 사건. 혹은 GNoME가 수십만 개의 안정적 물질 후보를 추려냈다는 이야기. 이런 부분은 문장이 복잡하지 않고, 정보가 거의 보고서처럼 직선적으로 전달된다.
수만 → 수십만 → 수억으로 이어지는 숫자의 증식은 일종의 압도적 스케일을 즉각적으로 체감하게 만든다. 이건 이해라기보다는, 그냥 받아들이는 감각에 가깝다.
그런데 AI는 더 이상 인간의 도구가 아니다라는 선언이 등장하는 부분, 혹은 과학의 종말론과 재개를 동시에 이야기하는 대목들에서는 독서가 좀 느려진다. 이때부터 문장은 갑자기 정보 전달을 멈추고, 나인식 틀을 건드리기 시작했다.
문장을 이해하는 건 어렵지 않은데, 그 문장이 요구하는 전환, 이를테면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한 발 물러서는 일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AI가 위험한 지식을 생성할 수 있다는 사례를 다루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독성 분자 데이터를 비교적 손쉽게 생성할 수 있었다는 서술은, 기술적으로는 단순한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문장은 이상하게도 잘 넘어가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건 가능하다는 사실의 문제가 아니라,
그 가능성을 우리는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 책은 결국 두 가지 속도의 충돌로 요약된다.
하나는 실리콘밸리와 런던, 혹은 2020년대 연구실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기술의 가속
다른 하나는 그 가속을 따라잡지 못하는 인간 사유의 지연
빠르게 읽히는 부분에서는 세계가 이렇게까지 확장되고 있다는 감각이 밀려오고,
느리게 읽히는 부분에서는 나는 이걸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남는다.
흥미로운 건, 이 제동이 단순히 난이도 때문이 아니라는 점이다.
어려워서 느려지는 게 아니라, 쉽게 넘기면 안 되는 문제라서 느려진다.
이건 꽤 중요한 차이다.
예를 들어, 과학의 종말이라는 표현이 등장할 때, 그건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이미 밝혀질 수 있는 건 다 밝혀졌고, 이제는 미세한 빈틈만 채우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인식.
그런데 AI는 바로 그 지점에서, 인간의 인지 한계를 넘어서는 방식으로 다시 탐구의 프레임 자체를 재구성한다.
이 대목은 읽는 데 시간이 걸린다. 왜냐하면 그건 정보가 아니라, 세계관의 업데이트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책은 단순히 AI의 발전을 설명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더 중요한 건, 읽는 과정에서 자신의 인식 속도가 어디에서 멈추는지를 드러내는 장치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읽고 나면 이런 기분이 남는다.
분명히 많은 걸 본 것 같은데, 동시에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태.
좀 과장하면, 책이 끝났는데 사고는 아직 끝나지 않은 느낌이다.
이건 단점이라기보다는, 이 책이 가진 성격에 가깝다.
AI가 만들어내는 세계가 아직 완결되지 않았듯이,
그 세계를 해석하는 우리의 언어도 아직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