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의 생동감을 목소리로 전달하는 스포츠 캐스터 ㅣ 청소년들의 진로와 직업 탐색을 위한 잡프러포즈 시리즈 89
한명재 지음 / 토크쇼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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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말을 더 잘할 수 있을까? 그러니까 발성, 속도, 긴장 관리 같은 실전 스킬을 좀 건져보자는 마음으로 읽었다. 스포츠 중계라는 게 결국 순간을 잡아내는 언어의 기술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은 중계는 평가가 아니라, 이해를 돕는 일이라는 것.

처음엔 당연한 말처럼 보이는데, 곱씹어보면 급진적이다. 우리는 너무 쉽게 잘했다/못했다로 나누고, 그걸 전달하는 데 익숙하다. 그런데 그걸 멈추라고 한다. 대신 왜 저런 플레이가 나왔는지, 어떤 맥락에서 선택된 건지를 설명하라고 한다.


이 대목에서, 약간 웃음이 나왔다.

이거, 그냥 스포츠 얘기가 아니네 싶어서.

글쓰기든, 사실 같은 문제를 계속 반복하고 있으니까. 판단을 먼저 던질 것인가, 아니면 맥락을 먼저 구성할 것인가.


또 하나 흥미로웠던 건, 말하지 않는 선택에 대한 부분이다.

가장 중요한 순간, 관중이 가장 크게 환호하는 순간에 오히려 말을 아낀다는 얘기. 처음엔 굳이? 싶었는데, 읽다 보니 납득이 갔다. 중계자는 모든 걸 설명하는 사람이 아니라, 현장을 전달하는 장치에 가깝다는 것. 말을 덧붙이는 게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감각을 방해하지 않는 쪽을 택하는 일.


책을 읽기 시작 했을 때는 점심이 지난 시간이었는데, 중간쯤 읽었을 때는, 커피도 식어 있었고 시간은 밤 9시를 넘기고 있었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기대한 건 어떻게 말할 것인가였는데, 이 책이 계속 묻는 건 언제 말하지 않을 것인가구나.


읽기 전의 나는 기술을 기대했다.

읽고 난 뒤의 나는 태도를 생각하게 됐다.


물론 스포츠 캐스터를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꽤 현실적인 입문서다. 준비 과정, 루틴, 직업 환경 같은 정보도 구체적으로 나온다. 그런데 그걸 넘어서는 지점이 있다. 말이라는 행위를 직업적 기술이 아니라, 관계를 조직하는 방식으로 바라보게 만든다는 점.


그래서 결국 이 책은 말을 잘하는 법이 아니라,

말을 어디에, 어떻게 놓을 것인가에 대한 책.


생각해보면, 그게 더 어려운 문제다. 그리고 더 오래 남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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