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거리 내게 말을 건다
박성주 지음 / 담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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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거리 내게 말을 건다'는 흔히 여행 에세이라고 부를 수는 있지만, 이동의 기록이라고 부르기보다 인식의 이동에 가깝게 느껴진다. 공간을 소비하지 않는 대신 공간을 매개로 감각을 점검하고 익숙함 속에 묻혀 있던 낯섦을 끌어낸다. 그래서 여행은 외부로 향하는 행동이 아니라, 이미 내부에 존재하던 어떤 것을 호출하는 과정으로 다시 정의된다.


책 속에서 반복되는 것은 사건이 아니라 시선이다. 태백의 여름, 바다를 보러 가는 오후, 미용실에서의 사소한 경험, 카페에서의 실수 같은 일상적 장면들이 이어지지만, 그 장면들은 긴장 대신 감각의 변화를 중심으로 이야기된다. 같은 공간이 특정한 순간에 전혀 다른 의미로 변하는 경험, 그 미세한 순간이 이 책의 핵심이다.


이 점에서 어떤 거창한 여행의 서사가 아니라, 익숙함을 해체하는 것 같았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다고 믿는 세계는 사실상 반복과 관성에 의해 굳어진 표면일 뿐이며, 그 표면이 조금만 균열을 일으키면 전혀 다른 층위가 드러난다. 그 균열을 의도적으로 확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주 사소한 계기를 한 문장, 한 장면, 한 번의 시선 이동을 통해 드러낸다.


문장은 대체로 단정하고 과장되지 않아 정말 편안했다. 절제되어 있고, 사건들은 되려 소박하다. 그러나 그 단순함이 오히려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독서를 하며 어디를 여행했는가보다 어떻게 보게 되었는가를 질문하게 된다. 그리고 그 질문은 결국 나의 현재 위치, 지금 앉아 있는 자리, 지금 보고 있는 풍경으로 되돌아온다.


'낯선 거리 내게 말을 건다'는 냐를 다른 장소로 이동시키지 않았다. 대신, 지금 여기에서 한 발짝 물러서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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