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구는 새 가족이 낯설다 ㅣ 책이 좋아 3단계
이선주 지음, 국민지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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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처음엔 재혼 가족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건이 아니라 감정의 결을 따라가는 이야기에 가깝다. 뚜렷한 갈등이나 극적인 전환 없이, 아주 사소한 장면들이 반복되면서 낯섦이 서서히 쌓인다. 그리고 그 낯섦은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태구의 시선이 특히 인상적이다. 반항하지도,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다만 계속해서 어색해한다. 낯선 사람이 건네는 친절, 내 취향과 어긋나는 사소한 배려, 말 한마디의 온도 차이 같은 것들 속에서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 가늠해본다.


좋아하지 않는 반찬이 배려라는 이름으로 건네질 때의 감각. 그건 분명 나를 위한 행동인데, 이상하게 나를 잘 모른다는 사실만 더 또렷해진다. 이런 순간들이 쌓이면서, 태구에게 가족은 따뜻함 이전에 낯선 구조로 먼저 인식된다. 이게 굉장히 섬세하게 그려진다.


그래서 더 현실적이고, 그래서 더 불편하다. 감정이 폭발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그 장면은 더 오래 남는다. 크게 싸우지 않아도, 관계는 충분히 어긋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다시 떠올려보면, 이 이야기는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이라기보다 가족이라는 상태에 아직 도달하지 못한 채 머무는 시간을 그린다. 이미 한 집에 살고, 같은 이름으로 묶였지만, 감정은 여전히 그 바깥을 맴돈다. 관계는 규정되었지만, 감각은 따라가지 못하는 상태.


이 어긋남이 계속 유지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보통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가까워질 거라고 믿는데, 이 작품은 그 믿음을 조용히 흔든다. 어떤 관계는 끝내 완전히 포개지지 않는다. 다만 그 간격을 안고 살아갈 뿐이다.


또 하나 인상적인 건, 태구가 완전히 고립된 아이로 그려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변의 말과 시선을 계속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자기 위치를 조금씩 조정한다. 즉, 이건 단순한 상처의 서사가 아니라 관계 속에서 자기를 구성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래서 읽고 나면 묘하게 성장 서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다만 그 성장은 밝게 정리되지 않는다.


특히 평범한 가족이라는 말이 등장하는 대목은, 읽을 때보다 시간이 지난 뒤 더 크게 다가온다. 그 말이 단순한 바람이 아니라, 이미 결핍을 전제한 언어라는 걸 뒤늦게 깨닫게 된다. 평범하다는 건 사실 가장 얻기 어려운 상태일지도 모른다.


이 책이 인상적인 건, 그 어떤 해결도 서두르지 않는 태도 때문이다. 관계를 봉합하거나 감정을 정리해주지 않는다. 대신 그 미완의 상태를 그대로 둔다. 그래서 읽는 동안보다, 읽고 난 뒤 더 깊게 작동한다. 읽고 나서 끝나는 게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시작되는 이야기 같다.


이 작품은 가족을 정의하지 않는다. 대신 묻는다.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는가, 아니면 이해하지 못한 채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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