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다정한 이웃들 걷는사람 소설집 19
임성용 지음 / 걷는사람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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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한 공동체를 배경으로, 서로 알고 지내지만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하는 사람들의 삶을 따라간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이웃들처럼 보이지만, 각자의 과거와 상처, 그리고 말해지지 않은 사연들이 쌓여 있다. 이야기는 어떤 큰 사건을 향해 달려가기보다, 인물들의 일상과 대화를 통해 서서히 보여준다. 누군가는 과거에 붙잡혀 있고, 누군가는 그로부터 벗어나려 애쓰며, 또 누군가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살아가려 한다. 그렇게 서로 다른 시간과 감정이 같은 공간 안에서 엇갈리며 흐른다.


읽는 동안 가장 먼저 들었던 감정은 묘한 현실감이었다. 특별히 극적인 장면이 아니라, 오히려 별것 아닌 말 한마디나 어색한 침묵 같은 것들이 더 오래 남는다. 사람 사이에서 흔히 생기는 오해, 말하지 못하는 마음,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태도 같은 것들. 그런 장면들을 마주할 때마다 이건 너무 익숙한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와 가까이 지낸다고 해서 그 사람을 제대로 아는 건 아니라는 사실, 그리고 그 간극이 때로는 관계를 지탱하는 방식이 되기도 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한편으로는, 이야기가 갑자기 현실에서 살짝 벗어나는 듯한 순간들도 있었다. 감정이 충분히 따라가고 있다고 느끼던 흐름 속에서, 문장이 갑자기 더 추상적인 방향으로 튀어 오르는 느낌. 그럴 때는 잠깐 멈춰서 다시 읽게 됐다. 이해하려 애쓰는 쪽으로 기울어지는 순간, 이야기와의 거리가 조금 벌어지는 기분도 들었다.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그 낯섦이 거슬리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 작품이 다루고 있는 세계 자체가 그렇게 단순히 설명될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람을 이해한다는 건 어디까지 가능한가라는 질문이 들었다. 우리는 흔히 공감이나 이해를 관계의 목표처럼 말하지만, 이 소설은 그게 생각보다 훨씬 불완전한 일이라는 걸 보여준다.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로도, 그 옆에 머무르는 것. 어쩌면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일지도 모른다.


또 하나는, 과거가 끝난 일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어떤 경험들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고, 사람의 말투나 선택, 혹은 침묵 속에 남아 계속 영향을 준다. 그래서 현재를 이해하려면 보이지 않는 과거까지 함께 짐작해야 한다는 걸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됐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잘 들여다보지 않았던 사실들을 다시 마주하게 된 느낌이다. 관계는 늘 명확하지 않고, 사람은 언제나 조금씩 어긋나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계속 말을 걸고, 듣고, 같이 살아간다. 그 반복이 쌓여서 겨우 이웃이라는 상태가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싶다.


오래 남는 건 어떤 장면의 온도나 말투, 그리고 사람 사이에 흐르던 미묘한 공기다. 그런 것들이 조용히 머릿속에 남아 있다가, 문득 현실의 누군가를 떠올리게 만든다. 그게 이 책의 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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