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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나를 만들 것인가 - 스무 살에는 미처 몰랐던 것들
수지 웰치 지음, 윤여림 옮김 / 토네이도 / 2026년 3월
평점 :
보통 자기계발서를 읽으면 뭔가를 결심하거나, 당장이라도 삶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이 책은 정반대다. 오히려 아무것도 결론내리지 못한 상태로 하루가 시작됐다. 그런데 그게 불쾌하지 않았다.
'어떻게 나를 만들 것인가'는 겉으로 보면 익숙한 자기계발서처럼 보인다. 하지만 읽다 보면 더 열심히 살아라거나 자신을 믿어라 같은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런 말들이 얼마나 쉽게 공허해지는지를 집요히 파고든다. 우리가 흔히 중요하다고 믿어온 것들 (성취, 안정, 인정, 재능) 이 사실은 서로 충돌하고, 때로는 서로를 무너뜨리기도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건 내가 진짜 원하는 걸까, 아니면 그냥 그렇게 믿어온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사회적 인정에 대한 부분이 그랬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너무 자연스러운 욕망이라 의심해본 적이 없었는데, 그 욕망 자체를 비틀어 보여준다. 내가 원하는 게 인정인지, 아니면 인정받는 사람처럼 보이는 상태인지.. 그 차이를 묻는 순간, 생각이 복잡해진다.
흔히 말하는 성격 유형이나 재능 분류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는가. 예를 들어 숫자를 다루는 능력도 단순히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숫자 속에서 패턴을 읽어내는 사람, 검증된 공식에 의지하는 사람, 흐름을 직감하는 사람으로 나뉜다. 이걸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스스로를 대입해보게 되는데, 생각보다 쉽게 결론이 나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나를 잘 모른다는 사실이 더 선명해진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냉정하기만 한 건 아니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사례들은 현실적이고,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재능이 있어도 그것을 좋아하지 않으면 지속할 수 없고, 안정적인 선택을 했는데도 계속 공허함이 남는 이유 같은 것들.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이야기들이라, 읽는 동안 크게 놀라지는 않지만, 이상하게도 그냥 넘겨지지는 않는다.
가장 또렷하게 남은 건 세 가지 축이다. 가치, 적성, 그리고 관심. 이 셋이 어긋나 있을 때 사람이 얼마나 쉽게 흔들리는지, 그리고 이 셋이 맞아떨어질 때 비로소 어떤 상태에 가까워지는지를 이야기한다. 그런데 중요한 건, 그 교차점이 어디인지 아무도 대신 찾아줄 수 없다는 사실이다. 결국 스스로 계속 질문하고, 계속 수정해가야 하는 문제다.
생각해보면, 이 책의 제목이 ‘Becoming You’인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완성된 나가 아니라, 계속 만들어지는 과정으로서의 나.
아마 이 책을 읽고 나면 이전처럼 쉽게 선택하지 못하게 된다. 무언가를 고를 때마다 한 번 더 생각하게 되고, 그 생각이 조금 더 깊어진다. 그게 이 책이 주는 변화라면 변화일 것이다.
결국 남는 건 거창한 깨달음이 아니라, 단순한 질문이다.
나는 지금, 내가 중요하다고 믿는 것을 기준으로 살고 있는가.
아니면 그냥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배워온 방식대로 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