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쩌면, 사랑이 가장 완벽한 수업일지 몰라 - 이선생의 영상일기
이창원 지음 / 모티브 / 2026년 3월
평점 :
이 책은 거창한 이론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교육 철학을 길게 설명하지도 않는다. 대신 교실 안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장면들을 들려준다. 아이들이 친구를 고자질하는 순간, 누군가 괜히 장난을 걸다가 관계가 틀어지는 순간, 외모 때문에 마음이 흔들리는 아이들의 고민, 유튜브 댓글 속 악의적인 말들까지. 우리가 뉴스나 정책 이야기 속에서 보는 교육이 아니라, 매일 교실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구체적인 일들이다.
예를 들어 친구를 고자질하는 문제를 다루는 대목이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에게는 친구가 준비물을 안 가져왔다거나 숙제를 안 했다는 사실도 일종의 알려야 할 일이다. 하지만 학년이 올라가면 그 행동이 관계를 어떻게 바꾸는지 조금씩 배우게 된다. 책 속의 교사는 아이들에게 친구를 쉽게 이르지 말라고 말하면서도, 동시에 공익을 위한 제보가 필요할 때도 있다는 미묘한 균형을 이야기한다. 이런 장면을 읽다 보면 교실이라는 공간이 단순히 공부하는 곳이 아니라 작은 사회라는 사실이 실감난다.
또 하나 아이들과 함께 유튜브 댓글을 읽는 이야기. 수업 영상이 예상치 못하게 화제가 되면서 악플이 달리기 시작했을 때, 교사는 그것을 지워버리지 않고 아이들과 함께 읽는다. 누군가는 상처를 받았을 것이고, 누군가는 분노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경험을 통해 아이들은 세상에는 나를 좋아하는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배운다. 동시에 모든 비난이 무조건 틀린 말만은 아니라는 것도 천천히 생각하게 된다.
그 장면을 읽으면서 마음이 복잡해졌다. 요즘은 누군가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불편한 말을 모두 차단하려는 분위기도 있지만, 아이들이 그 불편함을 스스로 견디고 생각해 보도록 한다. 그 과정이 바로 성장이라고 믿는 듯했다.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떠오른 단어는 관계였다.
초등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꼭 국어, 수학, 영어만은 아니라는 사실. 어쩌면 아이들이 가장 많이 배우는 것은 서로를 대하는 방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에게 상처 주지 않는 말, 누군가 실수했을 때 덮어줄 줄 아는 마음, 혼자 남아 있는 친구를 끌어들이는 작은 배려 같은 것들. 그런 것들이 쌓여서 교실이라는 공간이 만들어진다.
책의 제목에 있는 사랑이라는 단어도 그래서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여기서 말하는 사랑은 거창한 감정이 아니다. 서로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태도다. 아이들이 실수해도 다시 기회를 주고, 관계가 틀어져도 다시 연결해 보려는 노력. 그 반복을 수업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어쩌면 좋은 책은 읽는 동안이 아니라 읽은 뒤에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사랑이 가장 완벽한 수업일지 몰라'는 바로 그런 종류의 책이었다.
읽고 나면 생각하게 하는 책.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관계를 조금 더 조심스럽게 바라보게 만드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