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나더 라이프 : 글리치
박새봄 외 지음 / 멜라이트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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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들이 자신의 지나간 시간을 바라보는 장면들이 마음에 남는다. 예전 사진을 보며 힘들게 다녔다고 했지만 사진 속에서는 젊고 즐거워 보인다는 장면을 읽는 순간 마음이 묘했다.


사진 속의 웃는 얼굴과 실제로 살아냈던 시간의 무게 사이에는 늘 간격이 있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밝게 찍힌 순간인데, 그 뒤에 어떤 시간들이 있었는지는 사진이 말해주지 않는다. 그 장면을 읽으면서 나도 예전에 찍어둔 사진들이 떠올랐다. 그때는 힘들었는데도 사진 속에서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웃고 있는 얼굴들.


그래서 자연스럽게 공감이 됐다. 특별히 큰 사건이 아니라 사람이 시간을 기억하는 방식을 건드리는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또 하나, “선택이 새로운 우주를 만든다.”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해본다.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지금의 나는 달라졌을까.


이 책이 말하는 또 다른 삶은 우리가 떠올리는 그때 그러지 않았더라면이라는 상상과 닮아 있다. 그 점이 꽤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반대로 이야기 속에서 SNS나 알고리즘, 라이브 방송 같은 디지털 환경이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는 장면들의 설정 자체는 요즘의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어떤 장면에서는 기술적인 설명이나 구조가 먼저 보이면서, 이야기 속 인물의 감정에 완전히 몰입하기보다는 조금 떨어져서 상황을 바라보게 되는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흥미롭긴 했지만, 감정적으로 깊이 빠져들지 못했고, 이런 장치로 이야기가 전개되는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 가끔 있었다.


물론 이런 설정은 제목에 있는 글리치라는 개념과도 연결된다. 디지털 환경 속에서 사람의 삶이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뒤틀릴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라는 건 이해가 됐다. 다만 그 부분에서 이야기보다는 구조가 먼저 보이는 느낌이 조금 있었다.


사람은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그날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면,

그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어나더 라이프: 글리치'는 그런 생각을 평행세계라는 이야기 방식으로 풀어낸다. 하지만 읽고 나면 결국 지금의 삶이 어떤 선택들 위에 놓여 있는지를 돌아보게 만드는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책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 이런 생각이 남는다.

어쩌면 또 다른 삶이라는 건 멀리 있는 세계가 아니라, 우리가 지나온 선택들 바로 옆에 항상 가능성으로 남아 있는 삶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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