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함이 선을 넘을 때 즉각 꺼내는 단호한 문장 63
박형석 지음 / 초록북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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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책 한 권을 끝내면 자연스럽게 다음 책을 찾는 편인데, 이번에는 잠깐 멍하게 책을 덮은 채 그대로 두고 있었다. 여운이 남아서 인 것 같았다. 재미가 없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너무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이어져서 머릿속이 잠시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무례함이 선을 넘을 때 꺼내는 단호한 문장 63'은 제목 그대로, 관계 속에서 선을 넘는 말이나 행동을 마주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짧고 단호한 문장들을 보여주는 책이다. 직장, 가족, 인간관계 같은 아주 익숙한 상황들이 등장하고 그 상황에서 어떻게 말해야 스스로를 지키면서도 감정 싸움으로 번지지 않을 수 있는지를 설명해 준다.


이 책의 특징은 문장이 굉장히 짧다는 것이다. 길게 설득하거나 감정을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상황을 딱 정리하는 한 문장을 제시한다. 예를 들면 사람 얘기 말고 상황 얘기만 하자 같은 말들이다. 읽다 보면 맞는 말이다 싶으면서도 동시에 이런 생각이 든다.

이 말을 실제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었을까?


아마 그래서 읽는 동안 여러 번 생각에 잠겼던 것 같다. 문장이 어렵거나 이해하기 힘들어서가 아니라, 너무 단순하고 정확해서였다. 한 문장을 읽을 때마다 예전에 겪었던 장면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때는 왜 아무 말도 못 했을까, 왜 그냥 분위기에 휩쓸렸을까 하는 생각도 함께 따라온다.


그래서 이 책은 읽는 속도가 빨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빨리 넘어가기가 쉽지 않다. 상황 하나, 문장 하나를 읽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잠깐씩 생각하게 된다. 이건 진짜 필요했던 말인데 싶은 문장도 있고, 이 말은 언젠가 꼭 써먹어야겠다 싶은 문장도 있다.


또 반대로는 이 책이 말하는 방식이 단순하지만, 그걸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단호한 문장을 말한다는 건 결국 관계의 균형을 조금 바꾸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기대를 거절해야 할 수도 있고, 불편한 순간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그걸 알고 있기 때문에 잠깐 숨을 고르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동시에 여운도 남는다. 이 책이 특별한 기술이나 화려한 방법을 알려주는 건 아니다. 대신 우리가 이미 알고 있지만 자주 잊어버리는 한 가지를 계속 상기시킨다. 관계에서 나를 지키는 건 거창한 일이 아니라, 때로는 한 문장으로 시작된다는 것.


그래서 다음 이야기를 읽기 전에, 방금 읽은 문장들이 머릿속에서 한 번 더 정리되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멈춤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오면, 나는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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