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 말하는 아이 릴리 14 - 사라진 아기 바다표범 동물과 말하는 아이 릴리 14
타냐 슈테브너 지음, 코마가타 그림, 김현희 옮김 / 가람어린이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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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동물과 말하는 아이 릴리 시리즈를 본 적이 있고 마음에 많이 남았던 이야기였고 이번에 14권을 다시 읽게 됐다. 

이번 14권은 동물이랑 말하는 소녀 릴리, 바닷가, 사라진 아기 바다표범. 설정만 들어도 포근하다. 가볍게 읽고 기분 좋게 덮을 줄 알았다.


그런데 다 읽고 나서 책을 덮으며, 바로 다른 책을 읽기 위해 넘어가기가 이상하게 힘들었다. 이야기는 끝났는데, 마음은 아직 바닷가에 남아 있는 느낌이었다.


이번 14권에서 제일 오래 마음에 남은 건 사람들이었다.

아기 바다표범이 혼자 있으니까 위험할 거라고 생각해서 데려가는 사람들. 그들은 분명 나쁜 사람이 아니다. 도와준다고 믿는다. 그런데 그게 정말 도움이 맞을까?


엄마 바다표범은 먹이를 구하러 잠깐 떠난 걸지도 모르는데, 사람들은 기다리지 못한다. 혼자 있는 모습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읽으면서 괜히 뜨끔했다. 나도 혹시 누군가를 불쌍하다거나 위험하다고 단정해본 적은 없었을까 싶어서.


릴리는 동물의 말을 듣는다. 그래서 바다표범의 마음을 안다.

하지만 이 책이 진짜로 말하는 건 조금만 더 잘 들어보자는 얘기 같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말자는 이야기.


그리고 올란도 씨의 고백도 참 좋았다.

어릴 때 다른 남자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했고, 축구 대신 매니큐어를 좋아했다는 이야기. 그 장면은 크게 강조되지 않지만 이상하게 오래 남는다. 책은 그래도 괜찮다고 힘줘 말하지 않는다. 그냥 자연스럽게,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그래서 더 편안하다.


다르다는 건 이상한 게 아니라는 것.

누군가를 이해하려면 먼저 기다려야 한다는 것.

좋은 마음도 잘못 쓰이면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


이런 생각들이 조용히 쌓였다.


책을 덮고 나서 한동안 가만히 생각을 하며 앉아 있었다.

바다에 남겨진 아기 바다표범이 떠올랐고,

어디선가 조용히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고 있을 누군가도 함께 떠올랐다.


그래서 바로 다음 책을 펼치지 못했다.

이 이야기를 조금 더 마음에 두고 싶어서.

괜히 서둘러 넘기고 싶지 않아서.


어린이책인데, 생각보다 오래 기억에 남는다.

읽고 나면 괜히 마음이 말랑해지고,

누군가를 좀 더 천천히 바라보고 싶어진다.


이게 내가 잠시 멈춰 있었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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