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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바이러스 - 우리는 왜 적대적 인간이 되는가, 카를 융이 묻고 43명의 심리학자, 정신과 의사, 저널리스트가 답하다
코니 츠웨이그.제러마이아 에이브럼스 지음, 김현철 옮김 / 용감한까치 / 2025년 10월
평점 :
우리는 스스로를 합리적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일상에서 분노하고, 혐오하고, 누군가를 단번에 악으로 규정하는 순간들을 떠올려 보면, 그 믿음은 얼마나 얇은가. ‘그림자 바이러스’는 그 얇은 막을 찢고 우리가 외면해온 내면의 어둠인 그림자를 바라보게 만드는 책이다.
이 책이 잘 어울릴 사람은 분명하다.
첫째, 자기 성찰을 멈추지 않는 사람. 남을 비판하는 언어가 어느 순간 자기 자신을 향한다는 걸 어렴풋이 느껴본 사람이라면, 불편하지만 정직한 거울이 된다.
둘째, 공동체의 갈등과 혐오, 정치적 양극화에 지친 사람. 왜 우리는 이렇게 쉽게 적대적 인간이 되는가? 심리학과 신화, 종교사, 철학을 넘나들며 그 구조를 설명한다. 개인의 그림자가 집단의 폭력으로 번지는 경로를 읽다 보면 뉴스가 다르게 보인다.
셋째, 상담/교육/예술 현장에서 사람을 다루는 사람들. 치유라는 말이 소비되는 시대에, 통합되지 않은 그림자가 어떻게 병리와 창조성을 동시에 낳는지 짚는다. 예술가에게 그림자는 파괴의 씨앗이자, 동시에 재생의 근원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읽는 내내 편하지는 않다. 특히 선과 악을 단순한 도식으로 나누고 싶어질 때, 그 욕망 자체가 그림자의 작동임을 지적한다. 우리는 흔히 악을 외부로 추방함으로써 안심하지만, 그 부정이야말로 위험한 출발점이라는 통찰은 묵직하다. 종교적 전통과 프로이트, 융, 실존철학의 사유를 교차시키며 선과 악이 서로를 전제로 성립한다는 관계적 관점을 제시하는 대목은 기억에 남는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어둠을 없애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묻는다. 억압도 방임도 아닌, 인식과 통합의 길. 그것은 거창한 영성의 언어가 아니라, 일상의 선택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내가 미워하는 대상 속에서 무엇이 나를 건드렸는지 묻는 순간, 이미 다른 길이 열린다는 식이다.
책을 읽고 나면 타인을 향하던 시선이 조금은 안쪽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묘하게도, 그만큼 타인에게도 너그러워진다. 인간을 미화하지 않으면서도 인간을 포기하지 않는 태도. 그 간극에서 사유하는 법을 가르친다.
어둠을 인정할 용기가 있다면, 불편하지만 필요한 동행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