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가 보내는 신호를 놓치지 마세요
신나라 지음 / 샘터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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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피부를 거의 프로젝트처럼 다뤘다.

잡티를 줄이고, 탄력을 유지하고, 트러블을 잠재우는 관리의 대상. 문제는 늘 피부 위에 있다고 생각했고 해결책도 대부분 피부 위에 발랐다.


그런데 이 책은 시작부터 그 전제를 무너뜨린다.

피부는 원인이 아니라 결과일 수 있다고.


주름, 건조, 탄력 저하, 색소 침착 같은 현상을 단순한 시간의 흔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당독소가 콜라겐과 결합해 탄성을 떨어뜨리는 과정, 염증 경로가 활성화되며 만성 염증 환경을 만드는 구조, 활성산소가 세포에 미치는 영향 같은 이야기를 통해 피부 노화를 생리적 사건으로 얘기한다.


피부가 얇아진다는 건 단지 미용상의 문제가 아니라, 신체 내부에서 벌어진 대사의 흔적일 수도 있다는 설명을 읽으면서, 처음엔 흥미, 그다음엔 약간의 긴장이 따라왔다.

그럼 그동안 증상만 덮고 있었던 건가...?


중반부에 피부–장–뇌–마이크로바이옴 이야기는 이 책의 핵심 이다.

장내 세균 균형, 장 투과성, 스트레스 호르몬 변화가 피부 상태와 연결되는 구조를 설명하는데 이 대목에서 자연스럽게 나의 일상을 떠올리게 된다.


유난히 트러블이 올라오던 시기가 있었는데 돌이켜보면 야근이 이어지고 식사가 불규칙하던 때였다.

속이 더부룩한 날은 피부도 예민했다.

그동안은 그냥 컨디션 탓이라 넘겼던 기억들이 하나로 이어진다.


피부를 고립된 기관이 아니라 네트워크의 일부로 보여준다.

장과 면역, 뇌와 호르몬, 스트레스와 염증 반응이 얽혀 있고 피부는 그 결과를 드러내는 것 같다.


호기심에서 시작해, 점점 내 생활을 점검하는 쪽으로 바뀐다.


특히 화장품 사용 개수를 세어보라는 질문은 단순하지만 강력하다.

아침저녁으로 사용하는 제품, 외출 전 덧바르는 것들, 향 제품, 헤어 제품, 구강 제품까지 합치면 꽤 많다.

나는 관리한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끊임없이 자극을 주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무엇을 왜 쓰는지 생각해보라고 말한다.

이 태도가 과장되지 않아 좋았다.


약에 대한 접근도 마찬가지다.

무조건 피하라는 메시지가 아니라, 필요할 때 정확하게 사용하라고 얘기한다.

정보가 넘치는 시대에, 온라인 콘텐츠를 보고 스스로 처방을 정해버리는 습관을 경계한다.

이 부분은 의학적 균형 감각이 느껴져 신뢰가 갔다.


거창한 비법이나 혁신적인 치료법이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반복되는 메시지가 있다.


생활 습관.

식사.

수면.

스트레스 관리.

장 건강.


당연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가장 어려운 영역들이다.


트러블이 생기면 왜 하필 여기?가 아니라 지금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지?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건조함은 단순히 보습의 문제가 아니라 컨디션의 신호일 수도 있다는 생각.


이 책은 피부를 해석하는 언어를 건넨다.

겉을 다듬는 법이 아니라,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추적하는 법을 말한다.


처음엔 또 하나의 피부 관리서겠지 하는 가벼운 호기심.

중간엔 생각보다 연결돼 있네 하는 흥미와 생활을 돌아보게 되는 불편함.

마지막엔 피부는 결국 몸 전체의 보고서구나 하는 수긍.


거울이라고 생각했던 피부가, 사실은 경고등에 더 가깝다는 걸 알게 됐다.


그리고 그 사실을 한 번 인식하고 나면,

피부를 대하는 태도는 이전과 같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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